|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 |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정상사업장에 돈을 넣는 것과 부실사업장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금융당국이 주거사업장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2년 미룬 만큼 앞으로 더 엄격하게 가려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주거사업장에 적용할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늦추기로 확정했다. 2029년 5%를 시작으로 2030년 10%, 2031년 15%, 2032년부터 20%로 높인다.
비주거사업장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규제를 적용한다. 상대적으로 부실률이 높은 비주거사업장까지 규제를 늦춘 것은 아니다. 은행과 증권에는 일정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주거사업장에 위험가중치를 낮춰주는 인센티브도 2027년부터 적용한다.
정부 논리는 이해할 수 있다. 자기자본 요건을 급격히 강화하면 사업성이 있는 주택사업장까지 금융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주택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금줄을 한꺼번에 조이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문제는 시점이다.
6월 말 금융권 PF대출 잔액은 115조8000억원으로 2023년 말 이후 처음 증가했다. 2분기에만 23조5000억원이 새로 취급됐다. 착공 이후 본PF를 중심으로 신규자금이 들어간 영향이다.
당장 위기라고 볼 상황은 아니다. 전체 PF 익스포저는 168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원 줄었고 PF대출 연체율도 4.56%로 0.09%포인트 하락했다. 유의·부실우려 여신 역시 15조1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감소했다.
그럼에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15조원이 넘는 취약 PF가 남아 있고 저축은행·여전사·상호금융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32.20%에 달한다. 전체 지표가 조금 좋아졌다고 약한 고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늦추면 시장에는 두 개의 신호가 동시에 간다. 하나는 주택공급을 위해 돈을 더 공급하겠다는 신호이고, 다른 하나는 PF의 자기자본을 높여 과도한 차입구조를 고치겠다는 신호다.
두 정책이 충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금융당국의 몫이다.
과거 PF가 반복해서 흔들린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사업주체가 적은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나머지를 금융회사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구조였다. 사업이 잘되면 수익은 시행사가 가져가지만 분양이 꼬이면 위험 상당 부분이 금융회사로 넘어갔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겠다는 정책은 이 구조를 바꾸자는 취지였다.
그 규제를 주거사업장에 한해 2년 늦춘다면 유예기간을 단순한 공백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업성이 충분한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을 더 정교하게 구분하고, 자기자본이 지나치게 낮은 사업에는 금융지원 조건을 더 엄격히 붙여야 한다.
금융당국이 수도권 규제지역의 279개 주거사업장을 사업장별로 관리하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 형식적인 밀착관리가 아니라 토지매입 단계인지, 인허가가 끝났는지, 실제 분양 가능성이 있는지, 시행사가 얼마의 자기자본을 넣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정상사업장에는 돈이 막혀서는 안 된다. 반대로 사업성이 없는 곳에 '주택공급'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돈을 넣어서도 안 된다.
PF 구조조정은 이미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고 여기까지 왔다. 금융당국은 6월 말까지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19조7000억원을 정리하거나 재구조화했다. 이제 공급 확대를 이유로 다시 과거의 고레버리지 구조로 돌아간다면 그동안의 구조조정 의미도 퇴색한다.
주택공급과 금융건전성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살릴 곳은 확실히 살리고 정리할 곳은 더 빨리 정리하면 된다. 문제는 그 선을 흐리는 순간이다.
PF 규제를 2년 늦춘 것이 정책 실패인지 여부는 지금 결정되지 않는다. 2년 뒤 어떤 사업장이 살아남았느냐가 결정한다.
주택은 살려야 한다. 그러나 부실까지 살려서는 안 된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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