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네옴시티' 완성 위한 韓협력 절실"...추가 계약물량 계속 늘어날 듯
전문가들 "국가적 새 성장엔진...범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 뒷받침돼야"지적
|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가 1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주요 대그룹 총수와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 회장. <사진=연합뉴스제공> |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7일 방한하자마자 무려 4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빈 살만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이자 수 천조에 달하는 자산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빈 살만은 이날 오후 국내 굴지의 대그룹 총수들과의 초청 환담을 통해 총 26건, 금액으로 약 3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약정(MOU)을 체결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필두로 최태원 회장(SK), 정의선 회장(현대차), 김동관 부회장(한화) 등 주요 8명의 재계 리더들이 총 출동한 이날 환담에서 빈 살만은 한국기업과의 적극적인 경제 협력을 촉구하며, 한국에 거대한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글로벌 복합위기 여파로 꽉 막힌 우리 경제엔 숨통이 트일만한 매머드급 개발 호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수출 주력업종이 총체적 부진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으로선 중동 산유국의 리더인 사우디에서 새로운 성장의 전환점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네옴시티' 건설에 필요한 최적의 파트너로 인정
빈 살만이 한국 기업과 1차로 4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약정을 맺은 것은 그가 5년 전부터 구상해온 사우디의 중장기 프로젝트인 '사우디비전 2030'의 완성을 위해선 외국기업, 특히 한국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사우디비전 2030'은 석유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송두리째 바꾸기 위해 빈 살만이 2017년부터 장기 국가프로젝트다. 그 핵심은 최첨단 기술이 총 망라된 미래형 매머드급 스마트 시티, 즉 '네옴시티'라 불리는 신도시 건설이다.
네옴시티는 '탄소중립'이란 범 세계적 흐름에 맞춰 철저히 친환경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로봇과 미래형 모빌리티가 교통,물류, 보안, 가사노동 등 주요 서비스를 담당하는 스마트 신도시로 개발한다는게 빈 살만의 구상이다. 총 투자 예상 금액만도 5000억 달러, 한화로 거의 700조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다.
빈 살만 입장에선 이같은 거대한 신도시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한국기업은 최적의 파트너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건설 강국이자, 첨단 IT 일류국가다. 네옴시티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토털 솔루션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한국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우디는 물론 리비아, UAE 등 중동 곳곳에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수행한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 노하우, 경험을 두루 축적한 한국기업의 검증된 실력이 반 살만의 40조 보따리를 푸는데 크게 작용했다는 의미이다.
미-중간의 극한 대립으로 촉발된 동서간의 신냉정 시대를 맞아 한국이 국제 정치 외교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사우디와 빈 살만 입장에선 한국기업을 선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등 대그룹들 '주특기' 살린 수주전에 동분서주
빈 살만이 가져온 '제2의 중동 붐' 예고에 주요 대기업들과 차별화된 솔루션을 보유한 국내 전문업체들은 한 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날 1차로 MOU를 체결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고, 앞으로 각 기업별 역량에 따라 사우디와의 계약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위기에 내몰린 주요 대그룹들은 사우디 발(發) 개발 호재를 위기 탈출의 새로운 돌파구이자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 태세로 임하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한화그룹 등은 네옴시티 프로젝트 추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설'이란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동시에 각 그룹별로 차별화된 주특기를 보유한만큼 네옴시티에 적합한 맞춤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은 그간 해외에서 초대형 건설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경험이 풍부하다. 반도체를 필두로 스마트폰, 가전, 5G시스템 등 IT 전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국내 1위 대그룹 답게 네옴시티 프로젝트 전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삼성은 특히 이재용 회장이 2019년 6월 빈 살만의 첫 방한 당시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 환담을 가진 데 이어 그해 9월 사우디를 방문해 협력을 논의하는 등 친분이 두터운 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스마트 시티 건설은 물론 사람을 대체할 로보틱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미래 도심형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네옴시티가 추구하는 신도시 모델과 상당 부분 겹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기에 사용자의 이동경험을 대폭 확장하는 '메타모빌리티',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한 '사물모빌리티(MoT)' 생태계 등 네옴시티에 비중있게 활용될 기술이 많다.
사우디가 만약 네옴시티 전체를 100% 친환경 에너지로 운용할 계획이라면 세계 1위 수소차 경쟁력 뿐 수소 트램, 수소 충전소 인프라를 두루 갖춘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SK와 한화 역시 이동통신서비스와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특히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필요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는 물론, 향후 사우디 정부와의 방산 분야 협력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경쟁국 견제 대비 정부의 치밀한 전략 수립 절실
빈 살만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우디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며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등 3개 핵심 분야에서 한국기업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 역시 확대 회담과 단독 환담에 이어 오찬까지 장장 두 시간 반을 빈 살만과 자리를 같이하며 제2의 중동 붐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앞서 윤대통령은 '모든 걸 다할 수 있다'는 의미의 '미스터 에브리씽'이란 별명을 가진 빈 살만은 도착 순간부터 국빈급으로 예우했다.
그럼에도 불구, '사우디비전 2030'을 경제위기 탈출의 기폭제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범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보다 치밀한 전략전술을 마련해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상관없이 사우디와 에너지, 방산, 원전 등 비즈니스외교가 필요한 분야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중동의 리더이자 '오일머니'를 좌지우지할 막강한 권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빈 살만이 초강대국이자 우리나라와는 경제 동맹인 미국과는 앙숙이란 점에서 정부의 외교적 지혜가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등 일본식 장기 성장둔화가 우려되는 이 시점에 빈 살만이 안겨준 보따리는 제2의 중동 붐을 넘어 국가경제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며, "향후 사우디를 겨냥한 미, 중, 유럽, 일본 등 경쟁국의 견제가 심화될 것이 분명한 만큼 정부의 보다 세심한 전략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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