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더 멀어진 카카오의 'SM인수'...이대로 포기? 재반격?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6 13:02:23
  • -
  • +
  • 인쇄
법원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SM의 신주·CB참여로 지분확보 계획 급제동
하이브측 기선 완전 제압...카카오와 맺은 투자·협력계약 즉시 해지 요구
카카오 대응책 마련 장고에 돌입...공개매수와 주총 승리 등 대안마련 골몰
▲카카오가 위기에 빠진 SM인수경쟁에서 반격의 카드로 무엇을 내놓을 지 장고에 돌입했다. 사진은 카카오앤터테인먼트 본사. <사진=연합뉴스제공>

 

'K엔터'의 간판기업 SM엔테인먼트의 경영권을 확보, 엔터테인먼트사업을 대폭 확장 하려던 카카오그룹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CB(전환사체) 발행을 통해 9.05%의 지분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할당하려던 SM 긴급이사회 결의가 법원에 의해 무산됐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김유성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3일 오후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CB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카카오의 SM 지분 확보가 물건너 간 것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의 구주 14.8%를 인수하며 SM의 경영권 확보에 나선 하이브-이수만연합 쪽으로 'SM인수전'의 저울추가 급격히 쏠리고 있다.


법원의 예상 밖 결정에 카카오측은 매우 난감에 상황에 처했다. 그간 SM 경영진과 임직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구주 매입없이 SM 경영권 장악을 노렸는데, 자칫 '닭쫓던 개' 신세로 전락할 상황에 몰렸다.

▶법원은 왜 이수만의 손을 들어줬나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카카오의 예상을 철저히 빗나갔다. 이수만 측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고 경영진측의 주장을 묵살했다. 법원은 SM이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대주주를 비롯한 기존 주주들이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인용 결정문을 통해 "신주 발행 의결은 SM경영권 귀속 관련 분쟁 가능성이 임박한 상태에서 이를 현실화한 행위이며 최대 주주의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법원은 그 근거로 이수만의 지분율이 18.45%에 불과해 대주주 연합 등에 따라 SM경영권이나 지배권에 변동이 있을 수 있고, 이미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자산운용이 SM 지분을 취득한 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현 상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SM측이 주장한 긴급 자금 조달 필요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신주 발행 의결 당시 충분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긴급상환이 도래한 채무가 없는 상황이어서 긴급 자금 조달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SM 경영진이 추진중인 미래비젼, 즉 'SM3.0' 비용으로 최소 6천억원이 필요하다다는 주장도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은 해당 사업이 상당 기간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점과 이 계획이 아직은 전략 수립 단계에 불과하다고 봤다.


법원은 또 SM이 기존 주주의 불이익 발생을 최소화할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구체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기 어렵고, 의결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이를 사전에 공지하거나 의견을 수렴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SM측이 주장한 기존 이수만 체제의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수만이 자신의 관계회사 등과 불리한 조건의 거래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신주·CB 발행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SM인수경쟁의 기선을 제압한 하이브측은 즉각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법원의 인용 결정이 나오자마자 “현 경영진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가 명확히 저지됐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진흙탕싸움에서 하이브가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사진은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진=엽한뉴스제공>


카카오 SM인수 계획에 심각한 차질 불가피

이수만 전 총괄도 한껏 고무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법원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내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다. SM맹장으로서의 인생 1막을 마치고 이제 2막으로 넘어간다"고 밝혔다.


카카오측은 '멘붕'에 빠졌다. 경영진과 임직원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SM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던 카카오로선 잠재적 지분 확보가 물거품이 되며, 당초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와 엔터 시장의 관심은 이제 카카오의 다음 응수에 쏠리고 있다. 잠재적 지분 확보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SM인수전 분위기 자체가 하이브쪽으로 확 기울었지만, 이 시점에 돌을 던지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고 발을 빼기엔 너무 발을 깊숙히 담궜다는 얘기다.


카카오측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카카오언테테인먼트가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유치할 때 주요 자금사용처가 SM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이 전제됐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는 이미 1차 납입금 8975억원까지 받은 상태다.


SM의 경영권 인수는 포기하는 대신 하이브와 담판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대안일 수는 있다. 히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감정의 골의 깊어 쉽게 봉합되기 어려워 보인다.


하이브는 이미 법원의 판결 이후 SM경영진을 대상으로 △가처분결정 취지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 금지 △신주인수계약, 전환사채인수계약 등 투자계약 즉시 해지 △카카오와 체결한 사업협력계약 즉시 해지 △카카오측 지명 이사 후보에 대한 이사회 추천 철회 및 주주총회 선임 안건 취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게다가 하이브-이수만 연합과 카카오-현 경영진 연합이 추구하는 SM의 중장기 비젼엔 공통분모가 많지 않다. 특히 '이수만 변수'가 양측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이는 요소다. 

 

현 경영진과 카카오연합의 'SM3.0' 전략의 근간이 이 총괄 프로듀서를 철저히 배제한 독자적 전략인 데 반해 하이브측은 출발부터 이 총괄의 지원과 지지를 받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방시혁 하이브 오너와 이 총괄은 엔터업계 리더들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사이다.

카카오, 넉넉한 실탄...공개매수 전격 돌입하나

카카오 입장에선 당장 발을 빼기도 어렵고, 하이브측과 '적과의 동침'을 도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또 다른 엔터업체 인수로 방향을 틀기는 더욱 만만치않아 보인다.


피할 길이 없다면, 어떻게든 뚫고 나가는 길 뿐이다. 법원의 판결로 현 최대 주주인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분명하지만, 더는 물러설 데가 없는 카카오가 배수의 진을 치고 반격을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가 SM 인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카카오 측은 법원의 인용 발표 이후 "조만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을 아낀 뒤 장고에 들어갔다. 업계와 증권가에선 카카오연합이 하이브쪽으로 기울어진 SM인수전의 저울추로 되돌리며 반격할 수 있는 대안으로 대략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소액주주 대상의 공개매수를 통한 대량의 지분확보다. 주가 상승으로 하이브측의 SM주식공개매수가 실패한만큼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통해 하이브를 능가하는 SM지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공개매수와는 별개로 주식보유량이 많은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블록딜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주 및 CB인수에 실패한 만큼 총알도 넉넉하다. 카오엔터가 사우디 국부펀드 등에서 투자유치에 성공, 1조2000억원의 실탄이 있고, 필요하다면 카카오와 계열사 자본을 동원할 여력도 충분하다.


문제는 '올인'에 따르는 리스크다. 하이브의 현재 확보된 지분은 갤럭시아에스엠·이수만 풋옵션 등을 포함, 총 19.43%다. 여기에 목표치엔 크게 미달했지만,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추가지분까지 합치면 2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하이브측을 압도하기 위해 필요한 지분은 대략 30%선으로 가정한다면 공개매수가를 주당 14~15만원 잡아도 1조원이 훌쩍 넘는다. 

 

SM 주가는 6일 오전 12시 현재 13만1500원이다. 카카오 입장에선 구주인수에만 1조원을 넘는 자본을 투입하고도 SM경영권 확보에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너무 커 보인다.


만약 하이브의 경우처럼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 주가가 급등, 공개매수 기준가를 넘어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게다가 유증이나 CB의 경우 SM자본 확충효과가 있지만, 기존 주식 매입은 모두 밖으로 빠져나가는 돈이란 점도 달갑지 않아 보인다.

주총의결권 확보 총력...공정위 결합심사가 마지막 변수

카카오의 두번째 반격 카드는 주총에 올인하는 것이다. 현재 하이브가 확보한 주총 의결권은 이 총괄프로듀서로부터 위임받은 것을 포함해도 20%가 채 안된다. 일반 소액주주가 60%를 넘는 상황에선 카카오측도 충분히 해볼만한 상황이다.


카카오와 현 SM 경영진은 이달말로 예정된 주총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 확실하다. 지분에선 하이브에 밀리지만, 경영권을 확보하는 게 SM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승부처이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새 이사회에 각각 추천한 후보를 몇 명이나 선임하는 지에 향후 경영권의 향배를 좌우된다.


다만 이를 모를 리 없는 하이브-이수만 연합도 주총 의결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의 뜻이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다. 하이브는 현재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 'SM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개설, 자신들이 구상하는 새로운 SM비전을 공개하며 소액 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 경영진은 '주주이익제고'란 명분아래 자사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다양한 여론전을 통한 소액주주대상 표심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이성수 SM 대표의 추가 폭로를 이어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도 저도 안될 경우 카카오-경영진 연합의 반전드라마를 위한 마지막 히든카드는 공정위의 결합심사이다. 국내 엔터업계 부동의 1위 하이브와 2위 SM의 결합은 국내 K팝 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점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불허갈 가능성은 없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는 특히 올들어 시장지배력이 높은 사업자간의 기업결합에 대해 철저히 심사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이브측도 이점을 몹시 불안해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카카오측으로선 지분 확보에 이어 주총에서도 경영권 유지에 실패해도, 하이브가 공정위 결합심사 벽을 넘지 못한다면 SM인수전의 승기를 찾아올 수 있다.


과연 법원의 급제동으로 잠재적 SM지분 확보에 실패, 하이브측에 기선을 제압당한 카카오의 다음 응수는 무엇일까. 현재 시장에선 SM인수전의 결과를 예상하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장고에 들어간 카카오그룹이 어떤 선택을 내릴 지 업계와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중배 기자
이중배 기자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이중배 기자입니다.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