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격 하락 영향...두달 새 1%p 하락 3 %대 진입기대↑
근원물가 오름세...국제원자재가격 등 물가상방리스크 잔존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하며 4%초반까지 내려와 경기가 살아날 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명동 거리. <사진=연합뉴스제공> |
올들어 물가오름세가 한 풀 꺾인 가운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상승폭을 또 다시 크게 줄이며 4%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되며 고물가 행진을 시작한 1년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기가 된 고물가 랠리의 시발점인 작년 3월 소비자물가는 4.1%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초반까지 진정되면서 지난 1년간 고공비행을 계속하던 물가가 머지않아 안정권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추세라면 3분기안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제시한 안정적인 물가수준의 목표치 2%대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피부에 와닿는 근원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국제유가와 고환율 등 고물가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 석유류 가격 급락 영향 두 달새 1%p 하락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낮은 것이다.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물가는 작년 3월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4월 4.8%, 5월 5.4%, 6월 6.0%로 수직상승하다가 7월에 6.3%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작년 10월(5.7%)과 올해 1월(5.2%)에는 공공 요금 인상 여파로 상승 폭이 전월보다 소폭 확대했다가 최근 두 달 새 1%포인트 가량 낮아지며 4%초반에 이르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것은 석유류 가격 인하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내리며 2월(-1.1%)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3월 석유류 가격 하락률은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이다. 휘발유가 -17.5%로 가장 크게 떨어졌으며 경유(-15.0%), LPG(-8.8%) 등의 순이다. 국제에너지가격 급락과 경기침체 영향이 맞물린 결과다.
가공식품은 3월에도 9.1% 올라 여전히 높은 상승률로 물가안정을 늦추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월(10.4%)보다는 오름세가 소폭 둔화했지만, 고공비행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빵(10.8%)과 스낵과자(11.2%) 등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 공업제품 상승률 크게 둔화...주요 채소류 폭등
공업제품은 2월 5.1%에서 3월 2.9%로 상승률이 크게 낮아지며 소비자물가가 4%대 초반으로 회귀하는데 적지않이 기여했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전월(1.1%)보다 1.9%p 오른 3%를 기록하며 상승 폭이 커졌다.
농산물이 4.7% 오른 가운데, 채소류 가격이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8% 오른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양파(60.1%), 풋고추(46.2%), 파(29.0%), 오이(31.5%)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이 폭등했다.
축산물은 1.5% 내려 전월(-2.0%)에 이어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국산쇠고기(-6.1%), 수입쇠고기(-7.0%)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다. 고등어(14.0%) 등이 급상승하면서 수산물 가격은 7.3% 올랐다.
대표적인 물가상방리스크로 분류되는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3월에도 28.4% 올라 전월(28.4%)에 이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그나마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 차원에서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한 탓에 상승폭을 낮춘 것이다.
개인서비스는 5.8% 올라 전월(5.7%)보다 상승 폭을 높였다. 외식이 7.4%로 전월(7.5%)보다 일부 둔화했지만 외식외 개인서비스가 4.6%로 전월(4.4%)보다 상승 폭을 키운 영향이다. 중학생학원비(2.5%)와 취업학원비(2.3%) 등 새봄을 맞아 계절적 요인으로 2월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고 작년 상반기에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부터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민들의 어깨를 짓눌러왔던 물가가 뚜렷한 하강세를 보이면서 소비가 다시 살아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가와 소비는 상관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수활성화에 적극 나서 물가상승률 둔화를 계기로 소비가 보다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 산유국 잇단 감산에 향후 물가추이 불투명
그러나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가 3월에 4.8% 올라 전월(4.8%)과 상승률이 같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하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란 의미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웃도는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만의 일이다. 그만큼 향후 물가의 향배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고물가 유지에 영향을 미칠 물가의 상방리스크도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국제원유가격이 신경쓰인다. 산유국 최대기구로 올라선 OPEC플러스가 작년말 대량의 감산에 합의한데 이어 주요국들이 추가감산을 결정, 국제유가가 또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물가 역시 영향권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정부와 한은은 조만간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등한다면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정부가 억누르고 있는 공공요금도 물가흐름엔 큰 변수다. 원가상승에 의해 인상 요인이 많음에도 불구, 물가안정을 위해 잠시 인상을 늦춘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인상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인상 요인과 석유류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 부문의 가격 하락 여부 등 물가가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까지 아직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며 "물가가 최근의 상승률 둔화현상을 지속하며 2%대까지 내려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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