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부가 대형마트의 일부 영업 규제완화를 추진, 자영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
정부가 대형마트에 대한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소상공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영업이 끝난 심야 시간과 의무 휴무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겠다는 게 규제 완화의 골자다. 이해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은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즉각 반발하고 있다.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대형마트들이 규제완화로 매출이 늘면, 골목상권엔 그만큼 마이너스 효과로 작용할 것이 뻔하기에 소상공인들이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2013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 상권 육성을 위해 대형마트에 규제를 가한 명분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게 그들의 항변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대형마트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월 2회 일요일 의무 휴무 규제는 몰라도 온라인 배송 만큼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새벽 배송 등 무제한적인 배송으로 유통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고 있는 소셜커머스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강조한다.
몇몇 소셜커머스업체들은 엄청난 매출을 올리며 대형마트 못지않은 덩치를 자랑하며 대기업군에 진입했다. 이런 마당에 기존의 대형마트 규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이며, 그 자체가 역차별이란 주장이다. 사실 대형마트들은 현재 영업 제한 시간인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배송이 전면 금지됐다. 월 2회로 규정된 강제 휴무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완화를 결정하는 일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의 생각, 즉 여론이 관건이 되어야 맞다. 대형마트 규제완화로 대형마트업계와 소상공인들 중 어느 쪽이 더 손해를 보는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이냐를 먼저 고려해야 옳다. 이런 점에서 냉정하게 볼 때 여론의 무게추는 '규제완화' 쪽에 더 쏠려있는 게 사실이다.
대한상의가 새정부 출범에 맞춰 최근 실시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응답자의 무려 67.8%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를 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단 29.3%에 불과했다. 물론 표본 수가 그리 크지 않은 설문조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하지만,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읍답이 3분의 2를 넘는 것은 분명 냉정히 생각해볼 문제다.
대형마트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효과를 별로 보지 못하는데 소비자들의 불편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다. 규제를 풀려해도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할까 눈치 보기에 급급, 방치했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유통업계에서 골목상권에 특화된, 차별화된 마케팅과 직거래 활성화를 유도, 높은 가성비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부의 방향도 이젠 규제를 풀 때가 됐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 개입보다 시장에 맡기는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특히 대기업들에게는 족쇄로 작용해온 각종 규제가 하나둘씩 풀리고 있다. 업종과 분야가 따로 없을 정도로 전 업종을 망라한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새로운 정책, 특히 규제를 걸고 풀고 하는 정책일 수록 더욱 그렇다. 이해 당사자들이 졍면으로 대치될 수 밖에 없는 대형 마트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은 언제 어떻게 시행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어떤식으로든 타격이 불가피한 지역 자영업자들의 경기 상황이 심각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잔존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마저 급등으로 경기가 IMF 최고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리마저 가파르게 상승해 대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유통 대기업의 사업 범위가 확장되면 골목 상권은 또 다시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소상공인들의 항변이 더 크게 들리는 요즘이다.
정부가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려는 근본 배경과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게 서둘러 결정해야할 만큼 급한 현안이냐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기 쉽지 않다. 죽어가는 경기를 되살리고 유통업계 취약 계층인 지역 소상공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현실감 높은 장단기 부양 정책을 마련한 뒤에 규제를 풀어도 결코 늦지 않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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