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네, 반도체 협력 중점 논의...이재용최태원회장과 동행
EUV노광기 독점 ASML도 방문...'반도체 동맹' 강화 기대
| ▲지난 7월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리투아니아 빌뉴스 시내 한 식당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오찬 회담에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부터 15일까지 3박5일간의 일정으로 북유럽의 기술강국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 1961년 양국이 수교를 맺은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윤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양국 간 경제, 안보, 과학기술, 방위산업 등 포괄적인 영역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 내지는 격상상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사실 반도체 동맹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네덜란드는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핵심 제조장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리소그래피업체 ASML 때문이다. ASML은 반도체의 최첨단 공정의 필수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기를 전세계에 독점 공급한다. ASML의 도움이 없이는 캐파(생산능력)을 늘리거나 새로 공장을 신축할 수 없다.
윤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에 K반도체의 듀오이자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의 이재용회장과 SK의 최태원 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을 인식하며 동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설계), 일본(소재) 등과 각국의 장점을 실려 시너지효과를 내자는 반도체3국동맹을 결성한 대한민국으로선 'ASML의 나라'로 핵심 장비부문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한 네덜란드와의 관계 개선은 명실상부 글로벌 동맹을 완성하는 사실상의 마지막 퍼즐이다.
| ▲윤석열 대통령 이번 네덜란드 국빈방문이이 미국·일본에 이어 반도체 동맹을 확충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반도체는 한-네 협력의 핵심"...13일 ASML 방문
윤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이번 네덜란드 방문이 반도체 협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대한민국 제2의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이라며 "이번 윤대통령의 국빈 방문의 목표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기술 패권 확보를 위한 국가·지역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반도체는 한국과 네덜란드 협력의 핵심(linchpin)"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가 첨단 기술 특히 반도체와 관련,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술과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고, 대한민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및 산업에 대한 견제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패권 경쟁으로 반도체 동맹강화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이미 한-미, 한-일, 한-미-일 등 잇따른 릴레이 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 3각 동맹의 큰 축을 형성한 대한민국으로선 네덜란드는 결코 빠져서는 안되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국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소재가 있어도 네덜란드 ASML이 전세계에 독점 공급하는 EUV노광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ASML이 '슈퍼을'에 비유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한-네 정상회담(13일)에 앞서 12일 남동부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먼저 방문하는 것도 이같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ASML 방문엔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함께한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년에 출시될 최신 노광장비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ASML을 포함해 주요 반도체 기업인들과 함께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가 작년 11월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반도체기업인 차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제공> |
◇ K반도체 재도약 시작....'반도체외교' 성과 주목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도 이번 ASML 방문을 통해 EUV노광기 공급과 향후 기술협력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SML은 연간 EUV노광기 공급능력에 수요에 못미쳐 국내업체들의 적기 구매를 위해선 ASML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3나노(nm) 이하 초미세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주도권을 놓고 대만 TSMC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삼성으로선 ASML의 긴밀한 협조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삼성은 글로벌 반도체기업중 유일하게 ASML의 EUV노광공정을 적용, 3나노 파운드리를 양산중이다. 삼성이 현재 ASML의 주식 158만407주(0.4%)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함께 ASML의 한국투자에 대해서도 협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ASML은 1996년 국내에 진출, 현재 고용인원만 2천여명에 달한다. 2025년까지 약 2400억원을 투자, 경기도 동탄2신도시 도시지원시설 용지 약 1만6000㎡ 부지에 1500명 수용이 가능한 오피스(본사 확장) 및 DUV·EUV 트레이닝센터, 재제조 센터 등을 클러스터화해 건립을 진행중이다.
윤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첨단산업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국은 앞으로 미국·일본 등 주요국들과 함께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협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며 강조했다.
반도체 업황이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최근 재도약을 시작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번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통해 글로벌 동맹의 또 하나의 축을 구축하며 '반도체 외교'에 또 하나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편 윤대통령은 이번 네덜란드 국빈방문에서 정상회담을 필두로 상·하원의장 합동 면담, 한-네 경제인 200여명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포럼 등 3박5일간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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