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금리 정점 찍은 것으로 인식...단기 금리인하 어려워
한-미 기존금리차 1.75%p 유지...내달 FOMC 금리결정 주목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한 후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한국은행이 25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월·4월에 이은 세번째 이자 3연속 동결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1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인상) 이후 3.50%가 그대로 유지된다. 다음 금통위가 7월 13일로 잡혀있어 3.50% 금리는 6개월간 묶이는 셈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종전(1.75%)과 변함이 없다. 다만 다음달 14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연준(Fed)의 FOMC정례회의서 베이비스텝만 단행해도 한-미간 금리차이가 2%대로 벌어질 수 있는 부담감은 남았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한은의 3연속 금리동결로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이 없이 내려올일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 사실상 금리인상 종료...물가 3%대 진입 결정적 역할
한은은 25일 오전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연속 금리동결이며 금통위에 앞서 시장의 대다수가 예측한 전망에 부합하는 결과다.
한은의 이번 추가 금리 동결로 2021년 8월 부터 시작된 긴축 기조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고금리 행진이 이젠 멈췄다고 봐도 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020년 3월 '코로나대란'이 본격화하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한 한은이 정책적으로 두차례의 금통위에서 0.75%를 인하, 0.50%의 사실상 제로금리가 2021년 8월까지 이어졌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26일 마침내 15개월만에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글로벌 복합위기가 불어닥치며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하자 통화당국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섰다. 이후 올 1월 베이비스텝으로 기준금리가 3.50%에 도달했다. 기준금리가 상승 반전한 뒤 총 10차례, 3.00%p 올랐다.
하지만, 올들어 세계적인 긴축속도 조절이 본격화하고 국내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한은 역시 추가 금리인상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4개월만에 3%대에 진입한 것이 이번 금리동결의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불안한 경기 상황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마저 상승세가 눈에띄게 둔화하며 한은의 목표물가인 2%대에 가까워지자 오히려 금리 인상의 명분을 찾기 어려웠다는 의미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
■ 금리상승 압룍 잔존, 조기에 금리인하 어려울듯
수출 부진의 여파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한은의 긴축기조에 변화를 예고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제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는 1.0%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실질총생산(GDP)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 상승했으나 민간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한 수준이다. 경상수지도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에 힘입어 겨우 석 달 연속 적자를 모면했다.
수출 부진탓에 무역수지가 14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경상수지는 물론 GDP성장률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믿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예상보다 저조하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한은은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p 하향 조정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더 낮춘 한은으로선 긴축을 계속할 명분을 잃은 셈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당장에 조기에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금리상승 압력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한은이 통화정책의 대전환을 실행에 옮기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도 많다.
무엇보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한미간의 금융시장의 커플링(동조)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이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로선 미국이 장기간의 고금리행진을 멈추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다소 우세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4일(현지시간) 공개된 5월 FOMC회의록에서 금리동결을 시사하는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 회의록이 드러난 이후 금리동결 확률이 종전 60%에서 70%로 높아진 것이 이를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 한은, "당분간 긴축기조 유지"...7월 금통위 결정은?
그러나, 반대로 추가 금리인상을 예측하는 비율이 30%이고, 연준 위원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긴축을 유지할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다음달 FOMC정례회의에서 고금리행진을 멈출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 추이.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다음 FOMC는 6월14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다. 한국시간으로는 15일 새벽 미국의 기준금리가 소폭인상이든 동결이든 결정된다. 연준이 만약 다음달 또다시 금리를 소폭(0.25%) 인상한다면, 한-미간의 기준금리 격차는 2.00%까지 벌어진다. 사상 최대폭을 또다시 경신하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한은 입장에선 깊은 고민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 2%대의 기준금리 격차로 인해 원화가치가 더 하락,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커질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원달러 환율은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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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올들어 눈에띄게 상승폭이 둔화하며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잔존하고 있는 것도 한은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이다. 4월 물가상승률이 3%대에 진입했다고하나 여전히 3.7%로 높은 수준이다.
환율과 국제에너지시장의 불안 등으로 수입물가의 상승압력이 여전히 강하다. 소비자들의 체감물가에 가까운 근원물가지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은으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한은은 이와관련,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금리인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특별한 돌발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물가 상승 압박과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감안할 때 단기간에 금리인하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금통위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회의는 7월13일로 예정돼 있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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