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可타否타]'3나노 파운드리 양산', 삼성 만의 일 아니다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2-06-30 14: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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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가 상반기 안에 세계 최초로 3나노(10억분의 3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양산을 공식 발표한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것도 상반기 마지막 날에 말이다. 아직 목표수율을 못 맞춰 3나노 양산 시점이 연말이나 내년 초로 연기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은 기우였다. 삼성은 세계를 상대로 3나노 1세대 파운드리의 초도 양산에 들어갔음을 공식 선언했다.


삼성의 파운드리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최시영 사장이 작년 10월 6일 '삼성파운드리포럼 2021'에서 2022년 상반기 3나노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 공언했던 게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당시 세계 파운드리 업계에서 최 사장의 공언이 뜻대로 이루질 것이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TSMC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막대한 R&D투자와 시설 투자를 수반하는 게 반도체산업이다. 후발 주자가 1위업체, 그것도 독보적인 선두업체를 기술적으로 추월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은 그러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또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번 던져진 주사위는 되돌릴 수도 없다. 1이 나오든 6이 나오든 결과는 온전히 삼성의 몫이다. '2030년 파운드리 세계1위'란 목표를 내건 삼성으로선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지 10년만에 가장 큰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3나노 양산 돌입은 장차 삼성의 파운드리사업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사업 전체의 명운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파운드리 사업은 삼성에게 더 없이 중요한 부문이며, 3나노 양산은 기로에선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터닝 포인트가 될 일대 사건이다.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 역사를 되돌아 보면 이해가 잘 간다. 삼성의 반도체사업은 1983년 64Kb램을 개발하며 본격화됐다. 당시엔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삼성의 존재감은 극도로 미미했다. 이후 절치부삼 기술개발에 몰두하던 삼성은 1992년에 반전 드라마를 썼다. 세계 최초로 64 Mb D램을 개발하며 비로소 양적, 질적으로 세계 메모리 시장을 제패했다. 이때 부터 삼성의 모든 메모리 개발 앞에는 '세계 첫'이란 접두어가 붙었고, 결국 이제는 후발기업이 도저히 따라오기 힘든 '초격차' 상태를 만들었다.


3나노 파운드리의 양산은 삼성이 반도체에 64M D램을 개발하며 상황을 급반전시킨 것에 비유할만하다. 3나노는 극초미세 공정이 요구돼 기술이나 장비의 진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삼성은 이를 위해 'GAA'(Gate-All-Around)란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초미세회로 형성에 필수인 노광 장비 역시 기존 장비로는 불가능에 가까워 ASML의 최첨단 EUV(극자외선노광장비)를 첫 채택했다. 양산 기술적 난이도가 워낙 높아 TSMC도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삼성이 해낸 것이다.


삼성으로선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선두 TSMC와의 격차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일종의 '비대칭 무기'를 개발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3나노는 삼성과 TSMC의 전력 차를 줄여줄만한 임팩트가 있다. 파운드리의 주 수요처인 팹리스업체 입장에선 4나노에서 3나노시대로 접어든 것은 단순히 숫자가 1나노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반도체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데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삼성의 3나노 양산은 TSMC 등 파운더리업체는 물론 세계 굴자의 팹리스업체들이 지대한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삼성이 3나노 양산을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에 파운드리 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 단언하긴 어렵다. 양산 수율이 충분히 경제성을 낼 만큼 빠르게 램프업 될 수 있는 지 장담하기 어렵고, 안정적 수율이 담보되기 전까지는 팹립스업체들이 삼성 쪽에 줄을 서는 것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TSMC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다. 3나노에서 삼성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TSMC가 가만히 앉아서 당할 리 만무하다. 삼성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반격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게 뻔하다. 결과적으로 3나노 양산에선 삼성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뒤쳐졌다고 하나 분위기 반전을 위해 '정중동'할 것이다. 삼성의 3나노 양산을 의식해 조만간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깜짝카드를 내놓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TSMC는 특히 삼성 못지않은 자본력을 보유한 반도체 업계 '슈퍼공룡'이다. 얼마든지 배팅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 사실 업계에선 TSMC의 투자 여력이 삼성을 압도한다고 말한다. 물론 보유현금과 현금동원력, 연간 이익규모 등 일부 지표에선 여전히 삼성이 앞선다. 파운드리 외에 메모리, 스마트폰, 가전 등에서 골고루 이익을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익률 만큼은 TSMC가 삼성에 크게 앞선다. 반도체로 품목을 한정하면 더욱 차이가 난다. TSMC가 삼성의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정면으로 맞대응하고도 남을만한 힘이 여기서 나온다.


게다가 TSMC는 보유 자본과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온전히 파운더리에 쏟아부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 가전, 스마트폰, 전장, 로봇, 통신 등 투자해야할 분야가 한 두곳이 아닌 삼성과 입장이 다르다. 국가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TSMC가 비교 우위에 있다. TSMC는 대만 경제이 미치는 영향력은 삼성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보다 훨씬 크다. GDP기여도, 수출기여도, 고용창출 효과 등 대만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삼성의 그것을 능가한다.


이래서 삼성의 3나노 양산은 결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절대로 만만치않은 TSMC가 버티고 있는 한 삼성이 먼저 3나노로 치고나갔다 해서 당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이다. 특히 삼성의 반도체 사업 초기와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지금은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반대로 삼성이 3나노 파운드리를 시작으로 글로벌 경쟁구도를 바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장차 우리 경제에 가져다줄 플러스효과는 수치화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할 것이다. 이제 삼성의 3나노 양산을 계기로 글로벌 파운드리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산업계와 정부는 물론,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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