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소비자물가 상승률 2%대 진입...마침내 꼬리 잡힌 高물가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07-04 14: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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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6월CPI 2.7%↑...20개월간 지속 '高물가랠리' 급제동
'에너지값 급락과 작년 천정부지 물가의 '기저효과'가 주요인
상방압력 많아 당분간 변동성 클 듯...금리인하 가능성 커져
▲ 국제에너지가격이 급락하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개월만에 2%대까지 낮아졌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2년 가까이 지속됐던 고물가의 꼬리가 마침내 잡혔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다.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었던 고물가 랠리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전년 동기대비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2021년 9월 이후 꼭 21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10월 3%대에 들어선 이후 무려 20개월간 고공비행을 계속해왔다.


물가상승률 2%대 진입은 정부의 목표와 전문가들의 예상을 3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작년 5월 출범 이후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물가 안정에 역량을 집중해왔던 추경호 경제팀으로선 일단 1년 1개월만에 목표달성에 성공한 셈이다.


물가가 잡힌만큼 정부의 경제 정책의 방향은 기존'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더 빠르게 선회할 전망이다. 특히 물가와 금리의 상관 관계를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추세 전환, 즉 금리인하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 '고물가 랠리'에 기름을 부었던 석유류값 급락 덕

좀처럼 잡힐 것 같지 않던 고물가 흐름이 2분기 이후 빠르게 진정 기미를 보이더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드디어 2%대를 찍었다. 물가상승률 2%대 진입은 우리 정부는 물론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안정 목표의 상징적인 수치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1.12(2020년=100)로 작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 전월(3.3%)에 비해선 0.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의 2%대 진입이다. 물가상승률은 2021년 10월 3.2%로 껑충 뛴 뒤 줄곧 3% 이상을 유지해왔다. 작년 7월엔 6.3%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제공>
물가상승률은 작년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등으로 큰 폭의 둔화세를 이어오다 지난달에 2%대까지 낮아진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급격하게 둔화된 것은 그간 고물가 랠리에 기름을 부었던 석유류값의 급락 덕분이다. 휘발유가 23.8%, 경유가 32.5%, 자동차용 LPG가 15.3% 내렸다. 이는 198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폭 하락한데 힘입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무려 마이너스(-) 1.47%포인트에 달했다. 석유류가 물가 상승률을 1.5%포인트 가량 낮추는 효과를 냈다는 뜻이다.


농축산물 상승률도 2%로 안정세를 보이며 전체적인 물가상승률 둔화에 적지않게 기여했다. 양파, 닭고기, 고등어 등이 10% 넘게 올랐지만, 돼지고기,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4.9% 하락했다.


서비스물가 오름폭 둔화도 두드러졌다.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3.7%에서 지난달엔 3.3%로 내려앉았다. 집세(0.5%), 공공서비스(1.0%) 등이 안정되며 서비스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의 장애요인 중 하나로 부각된 전기·수도·가스 등 연료비는 전년 대비 무려 25.9% 올랐다. 정부가 지난 5월16일부터 전기요금(kWh당 8원)과 도시가스요금(MJ당 1.04원)을 인상한 효과가 반영된 탓이다.

■ 작년 6월 고물가와 비교한데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을 기준으로 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2.3%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3월(2.1%) 이후 27개월만에 2%대에 진입한 것이다. 생활물가는 소비자 체감물가와 가장 가깝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지표다.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4.1% 오르며 상승폭이 전달보다 0.2%포인트 축소됐다. 또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 주는 근원물가지수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지난달 3.5%로 전달(3.9%) 대비 0.4%p 하락했다.

 

▲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 하락과 서비스물가가 둔화하면서 21개월만에 2%대 상승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내려오며 고물가의 꼬리가 잡힌 또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기저효과 때문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인해 물가가 워낙 높았기에 1년전 같은기간과 비교하는 CPI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비교시점의 기준물가가 높은데서 나오는 일종의 착시효과란 얘기이다. 4일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상승률 2% 진입소식에도 불구, 많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이다. 지표상으로 물가가 안정국면에 진입했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는 얘기다.


이같은 기저효과는 이달까지 이어져 당분간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7월 물가상승률은 6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심의관은 "7월까지는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물가가 많이 안정될 것 같다"며 "기저효과가 줄어드는 8월 이후엔 하락폭이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2%대로 낮아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에는 3% 안팎의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 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라면에서 시작된 식품가격 인하 여파가 빵, 제과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도 7월 이후 물가상승률 둔화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압박속에 제분값 하락과 이로인한 파생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여파가 외식가격으로까지 확산하다면 이달엔 물가 상승률이 2% 중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 농심이 지난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내렸고, 삼양식품도 삼양라면과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하한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라면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당분간 물가상승률 둔화 전망...환율 등 돌발 변수 많아

문제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국제 정세 속에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외생 변수가 아직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진 국제유가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작년에 급상승한 것을 반납하고도 남았지만, 언제든 다시 치솟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국제유가를 둘러싼 산유국들의 심상치않은 움직임이다. 새로운 산유국 동맹체인 OPEC플러스가 추가 감산에 합의한데 이어 사우디, 러시아 등 일부 국가가 별도 자체 감산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일부국가의 감산에도 불구, 석유류의 공급망에 별 문제가 없고 수요 회복세 역시 더뎌 국제유가 상승이 당분간 없을 것"이라 전망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강달러의 재현에 따른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재진입하며 강세를 보아고 있는 것도 향후 물가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될수 있는 요소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수입물가의 상승이 불가피하고 결국 물가상승률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기재부 측은 이와관련 "향후에도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환율 상승과 국제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면서 "주요 품목별 수급·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물가안정 흐름이 안착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달에 역대급 호우가 예상됨에 따라 계절적 요인에 의한 농수산물 가격의 반등이 우려되는 것을 비롯, 원유(原乳), 설탕 등 일부 원료값 인상으로 파생상품 가격의 줄인상 등도 향후 물가안정 흐름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이 2%대 진입했다고는 하나, 기저효과와 석유류값 급락이란 특정 요인에서 기인한 경향이 크다는 점에서 아직 물가안정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전제하며, "향후 물가 경로상에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조정 정도, 주요국의 긴축 재개 등 불확실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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