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내년 정부예산안 657조 확정...재정악화에 역대 최저 증가율

조봉환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9 14: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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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무회의서 올해 대비 2.8%↑ 의결....20년만에 최소폭
재정건전성 확보에 방점...지출구조조정 통해 '선택과 집중'
R&D 7조 원·보조금 4조 원 '칼질'...야권 반발, 국회서 진통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2024년 정부의 예산안을 심의,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윤석열 정부가 내년엔 올해보다 더 허리띠를 죈다.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년 예산(정부안)은 한마디로 '초긴축 편성'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내년 예산 규모는 총 656조9천억 원으로 올해(638조7천억 원) 대비 증가율이 2.8%에 불과하다.


2005년 재정통계가 정비된 이후 약 20년만의 가장 낮은 지출 증가율 기록이다. 2%대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6년(2.9%) 이후 사상 두번째다. 순증액도 18조2천억 원으로 2018년(28조3000억 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확장 재정을 이어갔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2018~2022년 예산안상 지출 증가율은 평균 8.7%대였다. 2020~2022년은 팬데믹 여파로 9% 안팎 지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코로나19 대란 이전인 2019년에도 지출증가율은 9.5%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5년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란 얘기다. 이는 또 새 정부 출범 첫 예산인 올해(5.1%)와 비교해도 절반을 약간 넘는다.


정부는 2024년 예산이 초긴축으로 편성한만큼 내년 국가살림살이의 캐치프레이즈로 '알뜰 재정, 살뜰 민생'을 내걸었다. 전체적으로는 '생활비'를 아껴 규모있는 살림살이를 하되, 경제적 사회적 약자들만큼은 빈틈없이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세수펑크로 인한 재정악화, 고강도 긴축예산 대응

침체의 늪에 빠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 확대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 정부가 되레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 확보'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와 맥이 닿아있다.


나라살림이 그만큼 곪아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가재정은 매년 악화일로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법인세 인하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며 정부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현재로선 내년 상황도 어둡다. 정부 수입이 눈에띄게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정부 내년 총수입 예상치는 올해보다 13조6천억 원(2.2%) 줄어든 612조1천억 원이다. 지출을 최대한 억제, 역대급 긴축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여전히 수입에 비해 지출이 약 45조 원 가량 많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사진=연합뉴스제공>

 

5년 연속 적자 예산안 편성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61조8천억 원이 늘어나 1200조 원(1196조2000억 원)에 육박하게 됐다. 올해 상승세가 꺾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1.0%로 0.6%포인트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대폭 개선됐던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규모도 올해(-13조1000억 원)보다 확대된 44조8천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92조 원으로 대폭 증가해 -2.6%까지 줄었던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3.9%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직개선을 위해 기금 등 국세 외의 수입을 19조5천억 원 늘려 잡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 수익원인 국세수입이 무려 33조1천억 원 감소할 것으로 보여 내년 정부지출 억제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대폭 감소한 세수 여건에도 불구, 내년도 재정수지 적자 악화폭을 최소화했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로 인한 재정 건정성 악화를 어떻게든 개선시키기 위해선 내년 경상수지 성장률 전망치(4.9%)에 크게 못 미치는 고강도 '긴축 예산'을 편성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 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천조 원을 돌파했다"고 전제하며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말했다.

 

■ 대규모 지출구조조정 단행...R&D와 보조금 '희생양'

윤 대통령은 특히 "일각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국채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 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기업 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정부는 이처럼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내년 본예산 증가율을 3% 이하로 억제하는 대신에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예산의 효울적 배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한 가용 재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2년 연속 20조 원이 넘는 정부사업에 칼질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 '희생양'은 R&D부문과 보조금이다. 이는 윤대통령이 제기한 카르텔 논란과 선이 닿아있는 분야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정치 보조금 예산과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히 삭감했다"고 직접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우선 R&D분야의 경우 그간 관행적으로 투자가 급증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는 데 미흡했으며 나눠먹기식 R&D사업이 난립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는 게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이번 정부예산에서 국가R&D부문이 7조 원 가량이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보조사업 역시 매년 덩치를 키우며 지난해 100조 원(102조3000억 원)을 넘었지만 무분별한 사업 편성과 집행·관리상 문제 등 혈세 낭비요인으로 지적되며 4조 원 규모의 칼질을 당했다는 후문이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R&D예산은 연평균 10% 넘게 증가하는 등 급격하게 예산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효과성이 없는 사업이 생겼다"며 "보조금도 성과가 저조하거나 집행 과정이 부당한 사업을 정비해 재정 누수 요인 차단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내년도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약 23조 원으로 지난해(24조 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20조 원대를 유지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약자 복지를 비롯한 민생사업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2014년 이후 국가예산 추이. <그래픽=연합뉴스제공>

예산지원을 줄일 것은 최대한 줄여서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곳에 보다 두툼하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약자복지 ▲미래준비 ▲일자리 창출 ▲국가 본질기능 수행 등을 내년 정부지출의 4대 키워드로 내세웠다.


■ 민생 지원 확대...노인복지와 저출산 예산 지원 강화


정부는 우선 대표적인 예산 증가 사업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는 162만 원에서 183만4천 원으로 21만3천 원(13.2%) 역대 최대규모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생계급여 지원대상도 2015년 제도 설계 이후 처음으로 기준중위소득 30%에서 32%로 확대된다,


중증장애인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하고 노인 일자리를 88만3천 개에서 103만 개로 늘릴 방침이다. 노인 일자리수당도 7%도 인상한다.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을 9000명 추가한 12만4000명으로 확대하고, 최중증 장애인 돌봄 가산급여 시간을 월 195시간으로 늘린다.


저출산 대응 차원에서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 확대키로 했다. 영아 맞돌봄 육아휴직 급여 특례기간도 6개월로 확대하는 동시에 급여도 최대 450만 원까지 상향한다. 부모급여 100만 원 인상과 영아반(0~2세) 보육료 추가 지원 등 양육비 부담도 완화한다. 특히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해서는 특별공급(분양)을 신설하고 공공 임대를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군 사기진작을 사병 월급(병장 기준)은 사회진출지원금을 포함, 월 130만 원에서 165만 원으로 인상한다. 청년들의 대중교통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K-패스도 도입,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재난 관리도 강화된다. 우선 6조3천억 원을 투자해 물 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홍수 조기 경보망을 전국 주요 하천으로 확대하는 등 수해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수출 회복과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업 지원도 강화된다. 원전·방산·플랜트 분야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수출금융 1조3천억원을 추가 공급하고 . K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금융도 1조8천억 원으로 2배 확대한다. 3천억 원 규모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를 조성해 지역에 대규모 융복합 프로직트도 추진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첨단산업 R&D 두툼하게 지원...공급망 예산도 대폭 늘려

R&D도 전체적인 규모는 줄었지만, 미래기술에 대한 지원은 대폭 늘릴 계획이다. 나눠먹기식이라는 지적을 받던 R&D예산을 '플래그십'(기함)급 대형 첨단 전략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바이오, 우주, 반도체, 배터리, 양자, AI(인공지능) 등 첨단전략 대형 연구 사업에 지원을 늘린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국내 우수 연구기관과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등 미국 보스턴의 선도 연구기관 간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및 바이오 혁신기술을 개발하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가 신설한 것도 눈에띈다. 정부는 이 사업에 864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첨단산업 인력 양성을 위한 예산 지원도 강화된다. 첨단산업 특성화 대학이 8개에서 21개로 대폭 늘어니는 등 첨단산업 인력 양성에 투입될 예산을 1조8740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 2800억 원 가량 늘렸다.


정부는 특히 공급망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등 핵심 광물의 비축 확대에 들어갈 재원도 대폭 늘렸다. 핵심 광물 국가 비축 사업을 담당하는 광해광업공단의 내년 예산을 기존 372억 원에서 2331억 원으로 무려 2천억 원 가까이 증액했다.


정부는 원전 산업 기업들을 위한 저리 융자에 1천억 원이 새로 투입되는 등 원전 생태계 정상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정책자금도 내년예산에 반영했다. 그런가하면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필요한 탄소 포집 활용 실증 센터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도 올해보다 50억원 늘어난 89억 원으로 잡히는 등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 늘어난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가 재정건전성에 관한 가치는 한시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기본은 바른 건전 재정 기조에 확고히 두되, 민생 지원이나 경제 활력, 미래 대비, 국민 안전, 국방 등 돈을 써야 할 곳에서는 규모 있게 제대로 쓰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은 다음달초 국회에 제출되면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정부가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과 관련, 야당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등 국회 심의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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