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키아프 2024 [마리아 김] |
2022년 프리즈 서울이 키아프 서울과 함께 열린다는 소식은 한국 미술계의 빅뉴스였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브랜드가 서울에 들어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은 들썩였다. “한국 미술시장이 단군 이래 가장 뜨겁다”는 말이 나왔고, 홍콩을 잇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새 거점이 서울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컸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다. 프리즈와 한국화랑협회의 동행은 애초 5년 계약으로 시작됐고, 2022년 첫 회부터 올해까지가 그 첫 계약 기간에 해당한다. 계약은 지난해 말 2031년까지 연장됐지만, 계약 연장이 곧 시장 안착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올해 프리즈 서울은 초기의 기대가 실제 시장의 힘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는 평가대에 가깝다.
올해 프리즈 서울은 9월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키아프 서울과 함께 개최되며, 전 세계 30개국에서 125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할 예정이다. 숫자만 보면 규모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미술계의 관심은 단순한 참가 갤러리 수에만 있지 않다. 어떤 갤러리가 빠졌고, 어떤 도시가 서울보다 우선순위에 놓였는지가 더 중요하다.
불안한 신호도 있다. 페로탕, 마시모 데 카를로, 에바 프레젠후버처럼 프리즈 서울 초기부터 참여했던 주요 갤러리들이 올해 빠진 점은 가볍지 않다. 이들 중 일부는 서울 대신 아트바젤 홍콩에는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두 갤러리의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갤러리들이 서울 참가의 실익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기에는 충분하다.
아트페어는 전시처럼 보이고 축제처럼 소비된다. 그러나 본질은 시장이다. 글로벌 갤러리에게 참가 여부는 감상이 아니라 계산의 문제다. 부스비, 운송비, 보험료, 인력 체류비를 감당하고도 그 도시에서 충분한 판매와 컬렉터 관계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박수와 관심은 필요하지만, 갤러리를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은 결국 거래다.
프리즈 서울에 거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체 거래액이 공식 집계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해마다 고가 판매 사례는 나왔다. 2022년 첫 회에는 리슨갤러리가 아니시 카푸어 조각을 77만5000파운드에 판매했고, 2023년에는 하우저앤워스가 라시드 존슨 작품을 97만5000달러에 판매했다. 지난해에도 하우저앤워스가 마크 브래드포드 작품을 450만 달러, 조지 콘도 작품을 120만 달러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거래의 존재가 아니라 반복성이다. 한두 점의 고가 판매는 화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체급은 반복되는 거래와 다시 돌아오는 갤러리로 증명된다. 서울이 매년 해외 갤러리의 참가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컬렉터와 판매 구조를 만들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홍콩이 여전히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콩은 오래된 아트페어 도시일 뿐 아니라 중국 본토 컬렉터와 가깝고, 금융 도시의 자본 밀도와 자유무역항의 이점을 갖고 있다. 2025년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596억 달러였고, 미국이 44%, 영국이 18%, 중국이 14%를 차지했다. 서울이 문화적으로 매력적인 도시라는 사실과 별개로, 고가 작품 거래가 반복되는 시장의 밀도에서는 아직 홍콩과 차이가 있다.
물론 서울의 가능성은 분명하다. 프리즈 서울은 첫해부터 세계 미술계의 시선을 끌었고, 한남·삼청·청담·성수로 이어지는 갤러리 지형도 함께 주목받았다. 올해 참가 갤러리의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고, 50개 이상의 갤러리가 서울에 상설 공간을 운영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서울이 단순한 행사 개최지를 넘어 아시아 미술 네트워크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앞으로의 과제는 더 냉정하다. 서울이 국제 미술도시로 남으려면 “멋진 도시”라는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갤러리들이 다시 비용을 들여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프리즈 서울이 키아프와 다른 큐레이션, 다른 컬렉터 네트워크, 다른 시장 경험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별성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프리즈 서울의 성패가 중요한 이유는 미술시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좋은 아트페어가 도시 안에 자리 잡으면 효과는 작품 거래를 넘어 확장된다. 해외 갤러리와 컬렉터가 서울에 오면 호텔, 식당, 운송, 보험, 전시 설치, 통역, 미디어, 관광 산업이 함께 움직인다. 아트페어는 며칠간 열리는 행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문화 소비와 서비스 산업을 동시에 움직이는 플랫폼이다.
시민에게도 의미가 있다. 국제 아트페어가 서울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세계 주요 갤러리가 가져온 작품을 볼 수 있다. 미술시장의 체급이 커진다는 것은 일부 컬렉터의 거래액이 늘어난다는 뜻만은 아니다. 더 좋은 작품이 한국에 들어오고, 더 많은 시민이 그 작품을 직접 볼 기회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의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술관과 갤러리, 기업 후원, 젊은 소비층, K-컬처의 국제적 관심은 분명한 자산이다. 다만 이 자산이 실제 거래와 수집, 작가의 국제적 유통으로 이어져야 한다. 아트페어 기간에만 도시가 들썩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컬렉터 교육, 기업 컬렉션, 세제와 물류, 미술관 프로그램, 갤러리 위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오는 9월 열리는 프리즈 서울은 단순한 미술 행사가 아니다. 서울이 국제 미술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다시 확인하는 자리다. 첫해의 열기는 서울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음 단계는 분위기가 아니라 구조가 결정한다. 해외 갤러리가 다시 찾고, 컬렉터가 실제로 사고, 국내 작가가 그 흐름 속에서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프리즈 서울의 과제는 더 많은 관람객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울이 ‘미술을 보기 좋은 도시’를 넘어 ‘미술이 거래되고, 유통되고, 시민의 문화 경험으로 확장되는 도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좋은 시장은 좋은 작품을 불러오고, 좋은 작품은 관객의 눈을 바꾼다. 이제 프리즈 서울이 증명해야 할 것은 행사의 크기가 아니라, 서울이 어떤 수준의 미술을 일상 안으로 들여올 수 있는가이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문화전문기자 kimjjyy10@gmail.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