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은행은 공공재, 고통 큰 국민에게 수익 돌아가야" 대책마련 지시
|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13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은행에 대해 이른바 돈잔치라는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경기가 안좋아 매출은 뚝 떨어지고 대출 금리가 폭등해 이자 내기도 버거운데 은행들은 성과급을 펑펑 썼다고하니 도무지 장사할 기분이 아니네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자영업자 A씨의 푸념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리로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이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 시중은행들이 지난 5년간 한해도 빠지지 않고 1조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돈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와 관련,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 고통이 크다”며 금융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는 은행들이 자기식구만 챙기며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는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압박 강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작년 역대급 수익 달성...올해 성과급 급증 확실시
1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2021년 1조을 넘긴 가운데 지난해에도 성과급 총액이 1조3823억원에 달했다. 2021년(1조193억원) 대비 35.6%(3629억원)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 성과급 지급액은 농협은행이 670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 2044억원, 신한은행 1877억원, 하나은행 1638억원, 우리은행 1556억원 등의 순이었다.
특히 임원들에게 성과급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과 직원들 성과급 차이가 컸던 것이다. 5대 은행 가운데 지난해 최고 성과급을 받은 임직원은 국민은행 임원으로 최고 15억7800만원을 받았다. 국민은행 직원 1인이 받은 최고 성과급이 23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약 68배 차이가 난다.
전체 임원 평균에서도 국민은행이 2억1600만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한은행(1억7200만원) 하나은행(1억6300만원) 우리은행(1억400만원) 등도 평균 1억원을 웃돌았으며, 농협은행만 4800만원이었다.
당해연도 발생 성과급은 이듬해 성과 평가 확정 후 지급되는 만큼 2022년 성과에 따른 5대 시중은행의 2023년도 성과급은 사상 최대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미 5대 시중은행은 기본급의 300~400% 수준의 성과급을 작년 연말부터 올해 연초 사이에 지급했다.
황운하 의원측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국민 대다수가 대출 이자 인상과 가계 부채로 힘겨워하는 와중에 은행들이 성과급으로 역대급 돈 잔치를 벌인 것은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서 은행권 성과급 체계를 종합적으로 정비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중 은행들은 고수익을 재원으로 성과급 잔치 외에도 희망 퇴직자들에게 1인당 평균 6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챙겨주고 있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 수익을 낸 은행권에 희망 퇴직을 통한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다.
주주 배당금 7조 돌파...내년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규모만 놓고보면 성과급은 비교가 안된다.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은행 17곳의 배당(현금배당·주식배당) 합계는 7조2412억원으로 집계됐다. 배당액 규모는 2017년 4조96억원, 2018년 5조4848억원, 2019년 6조5446억원, 2020년 5조6707억원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양정숙 의원은 "2021년에는 7조2천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60~70%의 외국인을 포함한 주주들에게 나눠주었고, 최근 5년간(2017~2021년) 마치 현금지급기처럼 뿌린 배당금이 29조원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명분으로 대출금리를 대폭 인상,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경제적 고통에 허덕이는 것은 아랑곳없이 예대마진을 통한 고수익으로 자신들의 성과급과 막대한 배당금 지급으로 돈잔치를 벌인 것이 드러나자 은행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있다.
중소 부품업체에 다니는 회사원 B씨는 "지난해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고 대출이 줄어들어 은행들도 어려운 줄 알았는데, 엄청난 수익을 내고 성과급으로 자기들끼리만 돈잔치를 벌었다고 하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고금리로 은행들만 배불리는 이런 상황은 반드시 고쳐야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돈잔치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향후 은행들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선 은행들의 돈잔치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금융불안이 나라 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가는 악조건 속에서 은행들만큼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콧노래를 불렀다"면서 "차제에 은행권이 상생 금융과 충당금 확충 등으로 사회적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선 궁극적으로 은행이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수익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대손준비금' 요구권 도입 등 정부 대책 마련
상황이 이렇게되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금융당국에 '은행의 돈 잔치'에 대해 국민들이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긴급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윤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며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윤대통령은 금융위 업무보고 때도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은행 시스템은 군대보다도 중요한 , 국방보다도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국가 재정시스템의 기초가 되고 , 국방 역시도 산업과 재정이 바탕이 돼야만 돌아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들의 돈잔치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고, 대통령까지 특별지시기 내려진 만큼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금리인하 요구권을 활성화하고 서민금융 공급 확대 등 민생금융 대책을 더 강화하는 등 은행권에 대한 압박이 노골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은행권에 취약 차주 지원과 시장 안정 대책 협조 등을 통한 사회적 공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란 주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유동성 악화 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 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그런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배당 규모 확대 추세와 관련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먼저 갖춘 뒤 자율적인 배당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상반기에 새롭게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이 이자장사로 거둬들인 수익을 임직원 성과급과 배당금 지급에 소진할 것이 아니라, 자본금 확충을 통한 IB(투자은행)를 활성화하는 등 국민들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을 줄이는데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정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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