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마이크론 제품 규제로 한국 반도체업계 시험대 올라
중국 의존 낮출 교역구조 개선과 핵심광물 확보 시급한 과제
| ▲ 마이크론 <사진=연합뉴스 제공> |
‘비욘드(Beyond) 차이나(CHINA)’가 시급해졌다. 급변하는 국제정치 질서 및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 중국의 영향력을 넘어설 수 있는 ‘탈(脫) 중국’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갈등은 트럼프 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 들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 등을 통한 중국 견제에 본격 나서면서 심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끝난 G7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이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강압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대응 조치에 나서기로 하면서 미·중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그동안 북핵 문제와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 밀접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중국과의 커플링(동조화)이 어려울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나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 자유를 기반으로 한 가치외교 등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에 대한 외교·경제적 의존도를 줄여 나가기 위한 전략 마련이 절실해졌다.
■ 대중국 견제에 미국과 보조 맞춘 G7회의
지난 21일 막 내린 G7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와 경제적 강압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키로 하는 공동성명을 마련했다. 나아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조정 플랫폼을 출범시키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중국에 해를 끼치거나 발전과 성장을 방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점은 주목된다.미국과 함께 대중 견제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중국과의 직접 대결은 피하겠다는 것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G7이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한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강력히 반발함에 따라 미·중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 중국의 거센 반발에 선택지 좁아진 한국
첨단 기술 우위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경쟁이 이번 G7회의를 계기로 격화할 조짐이다. 글로벌 공급망 핵심인 반도체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 양상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G7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세계3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판매 금지로 맞서면서 한국이 자칫 샌드위치 신세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 금지 조치는 보안 우려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G7회의의 대중 견제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 규제 조치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내비친 셈이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한국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기 보다는 유례 없는 위기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다른 국가들도 필요할 경우 유사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은 22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한국업체의 '마이크론 어부지리'를 저지하려 할 가능성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상무부는 주요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반도체 시장 왜곡에 정면 대응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이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 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가뜩이나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대중 전방위 규제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게 됐다. 앞서 규제 조치가 1년 유예 됐지만 오는 10월 시효 만료를 앞두고 중국의 보복 대응 탓에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중국에 편중된 교역 구조 다변화 나서야
한국 무역수지는 작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만 해도 43억달러 적자가 났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11억9천700만달러에 이른다. 무역수지 악화에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주 요인이다. 대중 무역적자는 작년 10월부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높은 대중 수출 의존도는 한국경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중 교역은 2013년 무역 흑자 규모 면에서 정점을 이뤘다. 이후 하향세를 보이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로 작년에는 최저점을 기록했고,올 들어선 적자로 전환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대중 적자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기 회복이 내수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이런 기대감도 약화된 형편이다. 또 중국이 첨단제품 자립화에 나서면서 중국이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구조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악재다.
‘한국의 고위기술 약화가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난달 보고서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는 중국의 교역경쟁력 상승 탓도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 ‘탈(脫) 중국’위해선 핵심 광물 확보가 과제
한국의 주요 광물 수입의존도는 90%를 넘는다.이 중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주요 산업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등의 중국 의존도는 70% 이상 많게는 100%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핵심 광물 공급망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급성장하는 ‘K-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의 중국산 비중은 90%에 가깝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배터리 양극재 제조에 쓰는 수산화리튬의 중국산 비중은 지난해 87.9%(수입액 기준)에 달했다. 또 배터리 음극재 핵심 원료인 천연흑연의 원료 전량을 중국에서 들여오는 실정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려는 움직임도 부담이다.
중국 정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수출 금지·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에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을 수출 규제 대상에 새로 넣었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모든 첨단제품 제작에 할용되는 원천 소재다, 영구자석 제작에 꼭 필요한 물질로,전기차 모터 제품의 소형화·경량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이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영구자석 공급망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무역협회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비해 주변국 공조를 늘려야 한다”고 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 대중국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국제정치 질서가 신냉전 체제로 전환되고,북한의 노골적 도발에 중국이 방관적 태도를 취하면서 중국측의 역할도 더 이상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경제면에서도 한국의 대중 수출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에서,이전과 같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의미가 퇴색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미·중 간 첨예한 기술패권 경쟁 속에 국제 질서가 탈냉전 시대에서 벗어나면서 한미동맹 강화에 경제외교적 방점을 찍을 수 밖에 없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네이버 접속 이상과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 불허 등 일련의 조짐은 과거 사드 보복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한중관계를 급속히 냉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대중국 쏠림 현상을 개선하고,중국의 경제적 강압에도 맞설 수 있는 경제안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요경제/이승섭 대기자 2020go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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