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다시 한국 온 이유…엔비디아의 미래, 한국에 있다

임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6-05 16: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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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한국 공급업체 의존도 상승”…메모리 넘어 로봇·제조 AI 협력 무대로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 기업과의 만찬 행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자리에서 한국 등 글로벌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한국을 다시 찾았다. 지난해 10월 방한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재계 회동이 아니다. 엔비디아의 다음 성장 전략이 한국의 메모리, 제조업, 로봇 생태계와 맞물리고 있다는 신호다.

5일 로이터는 젠슨 황이 이날 김포공항으로 입국해 “한국에서 로보틱스가 다음 주요 분야가 될 것(Robotics is going to be the next major sector here in Korea)”이라며 방한 기간 중는 현대차, LG, SK, 삼성, 네이버와의 회동도 예정됐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엔비디아의 성장축 변화를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지금까지 데이터센터 AI 반도체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다음 시장은 로봇, 자동차, 제조 현장으로 확장되는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실제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기술이다. 로봇이 움직이고, 자동차가 판단하고, 공장이 스스로 최적화하는 영역이다.

젠슨 황은 한국을 단순한 반도체 공급망으로만 보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한국이 세계적 제조 거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제조업에 엔비디아의 로봇 기술과 피지컬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도체 공장, 자동차 공장, 배터리·전자·로봇 기업을 갖춘 한국은 엔비디아가 피지컬 AI를 실험하기 좋은 산업 현장이다.

다수의 외신도 한국의 역할을 공급망 이상으로 봤다. 로이터는 한국이 AI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AI칩에 들어가는 메모리의 약 70%를 공급한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GPU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초고성능 AI칩에는 HBM 등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다. 그 핵심 공급망이 한국에 있다.

로이터는 KB증권 분석을 인용해 “엔비디아의 한국 공급업체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Nvidia's dependence on South Korean suppliers is rising)”고 전했다. 이번 방한의 본질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기업만 엔비디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엔비디아도 한국 기업을 더 필요로 하게 됐다.

한국은 공급망이면서 고객이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에 최첨단 AI칩 26만 개 이상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 반도체, 자동차, 인터넷, 로봇 기업이 동시에 엔비디아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실증 무대이기도 하다. 로이터는 한국이 피지컬 AI의 “완벽한 테스트베드(perfect testbed)”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들어가려면 제조 기반과 대기업 수요, 로봇·자동차 생태계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 조건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시장이다.

젠슨 황은 방한 전부터 한국 기업을 따로 챙겼다. 1일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코리안 파트너 나이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황 CEO는 한국 기업들을 향해 “한국은 우리 생태계의 중요한 부분(Korea is a critical part of our ecosystem)”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의례적 인사로만 보기 어렵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공급 확대를 위해 한국 메모리가 필요하다. 로봇과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로 확장하려면 한국 제조 대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네이버 같은 AI·클라우드 기업은 엔비디아 칩의 고객이자 서비스 파트너다.

이번 방한은 팬서비스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예능 출연과 야구 시구는 대중적 관심을 키우기 충분했다. 그러나 외신이 더 주목한 것은 젠슨황의 방한을 토대로 한국이 엔비디아의 공급망, 고객, 실증 무대가 동시에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현재는 미국의 설계, 대만의 파운드리, 한국의 메모리가 만들었다. 그러나 다음 단계는 다르다. AI가 로봇, 자동차, 공장으로 확장되면 한국의 역할은 더 커진다. 한국은 부품을 공급하는 나라를 넘어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을 시험하는 현장이 될 수 있다.

젠슨 황의 두 번째 방한이 상징적인 이유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다시 찾은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의 다음 시장이 한국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미래가 전적으로 한국에 달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다음 미래가 한국 없이는 완성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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