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可타否타]증시의 잠재적 뇌관, '동학개미'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2-07-15 16: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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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 대부분이 올해 들어 처참한 투자손실에 거의 '멘붕'에 빠져있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불투명한 증시상황을 고려, 기관과 외국인 투자들은 주식을 대거 내다 팔고 있는데도, 대량의 순매수로 맞서왔던 동학개미들의 이런 투자 결과는 그럴 만도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다. 코로나19 대란 이후 국내외 주식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동학개미들이기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을 매수한다'는 소위 '영끌족'을 비롯, 동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들의 주가는 급락을 넘어 폭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작된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에 자본시장이 냉각, 국내 증시가 가파른 우하향 곡선을 그리자 결과적으로 동학개미들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최근 동학개미들의 수익률은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의 최근 분석 자료를 보면 이같은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올해 초부터 이달 1일까지 동학개미들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하락율은 -30.50%다. 해외 종목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손실률이 무려 –44.39%에 달한다. 동학개미들이 주로 순매수한 종목은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란 점에서 충격이 크다. 불투명하고 불안한 증시에서 그나마 가장 안전할 것으로 믿었던 종목들이 전혀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동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대장주’ 삼성전자가 이를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작년 12월 30일 7만8300원이었던 삼성 주가는 이달 1일 5만6200원까지 하락했다. 무려 30%에 육박하는 하락률이다. '삼성이 기침만해도 증시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한국 증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삼성 주가가 30% 가까이 폭락했다는 것은 현 증시가 얼마나 불안한 상황인지 잘 설명해 준다. 더구나 삼성은 여전히 분기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리며 선전 중이다. 

▲ 2021년 2월4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타워에 게재된 삼성증권 광고. 한글로 '동학개미의 성공투자, 삼성증권이 함께 한다'란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삼성 외에도 동학개미들이 대거 사들인 국내 종목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 다음으로 많이 사들인 NAVER가 올들어 37.38%나 폭락한 것을 필두로 카카오(-40.18%), SK하이닉스(-33.21%), 삼성전기(35.44%) 등 낙폭이 두드러졌다. 심지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9위인 카카오뱅크는 -50.93%로 투자자들을 쇼크상태에 빠트렸다.


개인투자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당분간 국내외 할 것 없이 주식 시장의 전망이 전혀 밝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 모를 장기전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신3고'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 마저 급격히 꺾이는 양상이다. 증시 반등을 기대할만한 요인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실정이다.

미국이 초긴축 정책을 극단적으로 완화하지 않는 한 앞으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할 것은 자명하다. 금리와 환율이 오르는 것은 증시엔 치명적이다. 증시는 경기에 상관없이 금리와 환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외국자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증시는 더더욱 그렇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한 외국자본은 썰물처럼 계속 빠져나갈 것이다. 증시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1894년 외세의 침략에 처절하게 맞서 싸운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동학개미들이 아무리 똘똘 뭉쳐 대응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거대한 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을 어찌 개인투자자들이 돌려세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은 개인투자자들 스스로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누가 이기나 어디 해보자'는 식의 비이성적 대응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스스로 위험을 헷지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야 한다. 묘안이 없다면 과감한 손절도 요구된다. 큰 손실을 막는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동학개미들의 막대한 투자손실 문제를 그저 '그들의 문제'로 방관해선 안 된다. 그나마 그동안 국내 증시의 급락 장세를 힘겹게 지탱해온 실질적인 주체는 기관이 아닌 개인투자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앞으로 개인들마저 집단 투매에 나선다면 국내 증시는 더 깊은 나락에 빠질 수 있다. 이미 개인투자자들 중 상당수의 증권계좌는 '깡통계좌'로 전락했다. 반대매매와 동학개미들의 집단투매현상이라도 벌어진다면 한국 증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동학개미는 이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증시의 잠재적 뇌관으로까지 문제가 커졌음을 금융당국이 냉철하게 인지해야 한다.

 

토요경제 / 이중배 산업에디터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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