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정부의 규제혁신 추진 방향에 대해 상세하게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각종 규제혁신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신설된다. 또 규제심판제도 개념을 도입해 기업 등 피규제자 입장에서 기존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된다. 이에 따라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불필요한 규제들을 개선 내지는 철폐하는 등 기업 규제개혁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전문인력 확충을 위해 현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에 대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교육부를 방문, 협의를 하는 등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에 가속도가 붙어 더욱 주목된다.
재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기업규제 개선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한데다가 이러한 의지가 즉각 행동으로 옮겨지면서 현 정부에서 기업규제 완화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덩어리 규제' 혁파위한 민관추진단 운용
한덕수 총리는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규제혁신의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규제혁신장관회의에서 사전 논의하고, 전날 윤 대통령과의 첫 주례회동에서 보고한 내용을 직접 밝힌 것이다.
한 총리는 우선 정부 규제혁신의 최고 결정 기구로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 중 하나이며, 정부 출범 한 달여만에 구체화한 셈이다. 규제혁신전략회의의 의장은 대통령, 부의장은 국무총리가 각각 맡는다. 여기에 관계부처 장관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장, 경제단체장, 전문가 등 민관이 대거 참여하게 된다.
한 총리는 "규제혁신에 관한 중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핵심 과제를 신속하게 결정하고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기업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덩어리 규제'를 혁파하기 위해 국무총리가 단장을 맡고 퇴직공무원, 연구기관, 경제단체 등 합동으로 '규제혁신추진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규제혁신단은 공개 채용 방식으로 퇴직공무원 150명을 포함해 200명 정도의 인력으로 운영된다. 이들 전문가의 정책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현장성을 반영, 단일 부처가 내기 어려운 덩어리 규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효과적인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정부 부처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37개 정부부처들이 규제혁신TF를 구성하는 등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이행할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은 각종 연구기관과 협력 단체 등에도 규제전담조직을 설치, 정부 주도의 규제혁신이 부처에 그치지 않고 산하기까지 연결, 규제혁신의 과제를 집중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민간 주도의 '규제심판제' 눈길
규제 개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해당사자인 피규제자와 현장의 입장을 더욱 반영하기 위한 '규제심판제도'를 도입한다. 기업과 국민이 과도한 규제로 인한 애로사항을 건의했을 때 소관 부처가 전적으로 결정하던 탑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규제심판관' 제도를 도입 버틈업 방식으로 규제개선 권고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한 총리는 이와 관련, "규제심판관은 국제 기준, 이해 관계자, 부처 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해당 규제의 적정성을 판단, 규제개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소관 부처가 규제의 필요성이나 타당성을 증명해내지 못하면 해당 규제를 폐지 또는 개선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당과 국회의 협조를 얻어 특별법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규제심판관 도입은 예산 배정을 받아야 하기에 몇 개월이 걸릴 수 있지만, 최대한 속도를 내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규제샌드박스(한시적 규제 유예·면제)는 '규제샌드박스 플러스'로 확대 개편키로 했다. 이해 갈등으로 진전이 없는 규제는 중립적인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책 실험을 통해 해결방안은 신속히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되더라도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한 총리는 "규제샌드박스에서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실용화가 되고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며 "벤처기업들이 기술 개발 후 자금과 신용이 부족해 실용화가 안되는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완할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자부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장에서 규제로 인한 제약을 받고 있는 기업이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규제의 개선안을 만들면 규제 혁신의 효과를 더욱 크게 낼 것"이라며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 부처장들이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모습에 기대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규제혁신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 4년제 대학 경제학·경영학·행정학과 교수 등 200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새 정부 규제개혁 정책과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의 68.5%가 규제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규제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5%에 불과했다.경제 전문가 10명중 7명이 윤석열정부의 규제혁신 정책으로 각종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주목
규제환경 개선을 예상하는 이유에도 잘 나타나있다. 응답자의 과반수가 ‘대통령의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61.3%)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그 다음이 ‘시장친화적 전문가 내각 인선’(42.3%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현정부 수장들이 기업프랜들리 경향이 강한 것이 규제개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다.
이번 조사에선 또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폐지 내지 정비하는 '기준 국가제' 도입에 대해 과반수(51.5%)가 찬성표를 던졌다. 기준국가제란 미국, 스웨덴 같은 글로벌 경쟁력 있는 국가를 설정하고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기업 규제 수준이 선진국처럼 개선되도록 규제를 폐지 또는 재정비하는 제도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는 ‘상속세’(49.5%), ‘중대재해처벌법’(37.0%), ‘근로시간제도’(34.5%) 등을 많이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개혁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네거티브 규제 패러다음으로 큰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며 규제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의원 입법안 규제 관리제도와 공무원의 성과 평가·보상 및 면책 제도를 도입하는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강력하고 체계적인 규제 개혁 정책을 속속 내놓으면서 향후 얼마나 산업체와 국가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정권 초기의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가 집권말기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최근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무려 67.8%가 규제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전통 상권 보호 명목으로 10년째 의무 적용 중인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언제 완화될 지, 또 어떻게 풀릴 지 벌써부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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