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정부, 美인플레감축법 '입체적 대응'...현대車 숨통 트일까

장학진 기자 / 기사승인 : 2022-08-25 18: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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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원팀'구성. 합동대응반 운영키로...범정부 차원서 다각도의 외교적 노력도 병행
▲ 바이든의 인플레감축법 시행에 대응, 정부와 산업계가 합동대응반을 결성,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제공>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진출 전략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입체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전용기를 통해 긴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게 인플레감축법의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난무하자, 정부가 민관 '원 팀'을 구성해 대응키로 해 궁지에 몰린 현대차그룹이 숨통이 트일 지 주목된다.


인플레감축법의 핵심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철저한 자국이익주의의 정책이다.

 

모든 전기차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은 직격탄을 맞았다.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전기차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오른 근본 배경이 가격대비성능, 즉 높은 가성비에 힘입은 바 큰 게 사실이다.


인플레감축법 시행으로 현대, 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이 상실되면 어렵게 쌓아올린 미국시장 점유율2위 지위가 모래성처럼 무너질져 내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의 착공을 앞당기고, 기존 미국 현지 완성차라인을 전기차라인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두가지 해법 모두 적지않은 시간을 필요로하는 중장기적 대안일 뿐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하는 현대차그룹은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다.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도 바로 이점이다. 제 아무리 현대차그룹이 자구책을 마련한다 해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않기 때문이다.

 

인플레감축법으로 인해 당장 현대차는 물론이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타격이 너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 법안의 타깃은 자동차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강점이 지닌 배터리와 반도체 역시 만만치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세계 자동차업계의 롤플레이어로 떠오른 것도 정부가 인플레감축법에 대한 대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이유다. 

 

반도체의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가 키 플레이어의 위치에 오르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 인플레감축법은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동차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몰라보게 커졌다는 점이다. 반도체의 뒤를 이어 국가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가전 등 기존 수출 주력 업종이 총체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데 반해 전기차를 앞세운 자동차와 그 주변산업은 수출이 크게 호조를 띠고 있고 세계적인 위상도 상승 일로에 있다.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 문제로 고민에 빠진 정부로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플레감축법 문제를 해결하는데 총력 태세를 갖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선 다음주 중으로 안성일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미국에 급파, 고위급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도 다음달 8∼9일 열리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즉 IPEF장관급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우리 정부와 산업체의 공식 의견을 미국 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정부는 최근 미국이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통해 철저한 자국산업보호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고,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해 미 행정부 및 의회와의 협의를 다각도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산자부는 통상정책국장을 팀장으로 민관이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합동대응반을 구성하고 통상규범 검토와 대 미국 '아웃리치'(접촉·설득), 주요국 동향 모니터링 등에 나설 계획이다.


따로국밥식 대응 보다는 민간 부문과 원팀을 구성, 힘을 모아 입체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25일 산자부 이창양 장관 주재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자동차업체는 물론 인플레감축법 시행으로 적지않은 피해가 불가피한 반도체, 배터리 등 유관기업 관계자들이 총망라돼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관련 업계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전지산업협회 등 업종별 단체가 두루 참석했다.


정부는 앞으로 관련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연내에 미 재무장관이 발표할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 하위 규정에 우리 기업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주무부처로서 필요하다면 미 상무부 간에 기존에 구축돼 있는 한미 반도체파트너십과 공급망·산업대화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이창양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당초 반도체법 초안에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없었으나 의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법안 공개 후 약 2주 만에 전격 통과됐다"면서 "미국의 국내 정치 요소, 중국 디커플링 모색, 자국 산업 육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 의회가 통과시킨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에서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에 대해 재정 지원과 투자 세액 공제를 제공하되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에 따라 향후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못박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감축법 같은 국수적인 법안과 정책은 다각적인 채널을 통한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없이는 물길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전제하며, "일각에서 WTO제소 등 극단적인 방법까지 얘기가 나도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민관 부문이 합심하여 총력대응체제에 나서는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가 WTO 규정을 위반한다며 경제 안보동맹국인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해 북미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국내 자동차 산업계를 대표한 입장문에서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인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산술적으로 매년 10만여대의 전기차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며 이 법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내국인 대우 원칙, 공급망 협력 등을 위해 추진 중인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비전,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때 강조했던 한미 경제 안보 동맹 강화 등에 모두 위배된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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