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베닝크와 이재용,5개월만의 재회...무슨얘기 나눌까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2-11-15 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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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닝크CEO 'ASML 화성AS 센터' 기공식 참석차 방한.삼성 이 회장과 면담
초미세EUY노광기 관련 긴밀한 협의할듯...경쟁사들 '스킨십 강화' 예의주시
▲베닝크 ASML CEO가 방한해 삼성 이재용 회장을 다시 만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반도체 전공정 핵심장비 전문업체 ASML은 '슈퍼 을'로 불린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제조기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는 '을'이지만, ASML은 초미세공정용 극자외선(EUV) 노광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탓에 '갑'과 같은 '을'이라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ASML이 전략적으로 노광기 공급능력을 늘리지않기에 삼성은 물론 인텔, TSMC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ASML의 눈치보기에 급급한다. 자칫 ASML의 눈밖에라도 나는 날에는 생산능력(케파)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ASML의 CEO인 피터 베닝크가 방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베닝크는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방한을 계기로 삼성과 어떤식으로 접점을 넓혀갈 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닝크의 공식적인 방한 이유는 ASML의 화성 반도체클러스터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클러스터는 일종의 AS센터다.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때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엔지니어 교육을 위한 트레이닝센터(교육센터), 익스피리언스센터(체험센터)로 구성될 예정이다.


ASML은 2025년까지 약 2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ASML이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외 지사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도 한국이 처음이다. 대당 수천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장비인데다가 한국은 ASML의 최대 고객이란 점에서 매우 시의 적절한 조치인 셈이다.

 

한국고객을 위한 사후관리 강화가 1차 방한 목적


그간 삼성 등 국내업체들은 ASML의 반도체 장비를 사용하다가 고장이 날 경우 해외로 이를 보내 수리해야 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으나 앞으로는 해외 이송 수리 부담이 적어져 수리 소요 기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된다. 베닝크는 이와관련, "이번 캠퍼스 건립은 다시말하면 기술이 고객에 더 가깝게 있단 말과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작 베닝크의 방한이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삼성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이다. 베닝크와 이 회장의 만남은 5개월만에 다시 성사됐다. 이 회장이 삼성 이사회에서 정식 회장으로 승진한 후 첫 만남이다. 특히 '광복절 특사'에 이은 회장 승진으로 '뉴삼성'의 완성을 위해 부쩍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 회장에게 있어 베닝크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란 점에서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화성 클러스터 기공식 후 베닝크와 이 회장은 비공식적 만남을 갖는다. 물론 베닝크는 한국의 또 다른 고객사인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베닝크와 이 회장의 만남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더리 공정에 들어가면서 ASML에게 있어서 삼성은 이제 대단히 중요한 존재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 ASML 장비를 처음 적용한 삼성에 ASML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봐도 될만한 사안이다.


ASML의 초미세공정용 EUV장비의 최대 바이어는 삼성이다. 파운더리 시장의 절대강자인 대만 TSMC는 3나노 공정 양산을 준비하면서 검증이 안된 장비란 이유로 EUV가 아닌 기존 방식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 회장과 베닝크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늘려가는 배경이다. 경쟁사 입장에선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져 떼래야 땔 수 없는 사이가 되는 것은 매우 예민하고 불편한 시나리오다. 가뜩이나 공급이 빡빡한 ASML의 EUV노광기 수급 전체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미세 공정 관련 긴밀한 협력 논의 할듯

 

전문가들 사이에선 5나노(1㎚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으로 진화할 수록 EUV장비는 '대체불가'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이 첫 포문을 연 3나노 이하 극초미세 공정에선 더욱 그렇다. 

 

게다가 베닝크는 향후 한국에 아예 노광기 제조기반을 갖출 수도 있음을 시사해 더욱 주목된다. 베닝크는 "재제조(AS센터)로 시작하지만, R&D데이터 등이 쌓이면 제조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며 한국은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베닝크는 이처럼 삼성과의 접점이 확대되는 것 자체가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 이 회장과의 만남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회장과 무슨 협의를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늘 고객을 만난다"며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반도체시장이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회장' 이재용과, 3나노 이하의 극초미세 공정용 EUV노광기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하려는 베닝크의 만남은 시기적으로 볼때 단순히 덕담이나 나누는 티타임에 그치지는 않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3나노 파운더리 공정을 게임체인저로 활용하기 위해 ASML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두 정상의 만남에서 핵심 현안에 대한 논의가 매우 깊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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