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상품 반응 예측하고 전국 점포서 검증
국내서 성공한 PB 해외 CU·수출시장으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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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GF리테일 부산물류센터 준공식 [연합뉴스] |
BGF리테일(대표 민승배)의 가장 강력한 플랫폼은 앱이 아니라 전국 1만8700여개 CU 점포일 수 있다. 회사는 이 점포망을 상품 판매처에 머물게 하지 않고 소비 데이터를 축적하고 PB를 검증하며 배달·픽업, 물류, 해외사업까지 연결하는 인프라로 넓히고 있다. 2600억원을 투입한 부산 물류센터는 이 오프라인 플랫폼의 회전 속도를 높이는 핵심 시설이다.
아이러니가 있다. 한때 과다 출점과 포화 논란의 중심에 섰던 촘촘한 점포망이 이제 BGF리테일의 가장 강한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점포 수가 많다는 사실이 과거에는 가맹점 간 경쟁과 수익성 문제로 읽혔다면, 지금은 상품 테스트와 소비 데이터 축적, PB 확산, 배달·픽업, 물류 밀도를 높이는 네트워크 효과로 연결되고 있다. 같은 1만8700여개 점포가 양적 성장의 흔적에서 플랫폼 경쟁력의 기반으로 성격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18일 BGF리테일과 관련 공시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 CU 국내 점포는 1만8711개다. 전년보다 253개 늘었다. 2020~2023년 매년 1000개 안팎씩 증가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출점 속도는 크게 완만해졌다. 회사 역시 수익성 중심 점포 개발과 가맹점 수익성 향상을 경영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점포를 얼마나 더 늘리느냐보다 이미 확보한 점포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민승배 대표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밝힌 전략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민 대표는 '판매 중심 사업구조'로의 전환과 차별화 상품 강화, 현장·마케팅·물류 전 영역의 AI 내재화, 해외 초현지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BGF리테일은 지난 7월 AI 합성소비자와 매장 디지털트윈 기술 도입에도 나섰다. 실제 상품을 출시하기 전 가상 소비자를 통해 반응을 살피고, 가상 매장에서 진열 위치와 상품 구성을 시험하는 방식이다. 판매 후 결과를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상품기획 단계부터 실패 가능성과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려는 시도다.
전국 점포망은 이후 실제 검증 무대가 된다. 특정 상품이 어느 지역과 시간대에서 잘 팔리는지 확인하고 판매력이 입증된 상품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CU의 초저가 PB '득템시리즈'가 누적 판매 1억개를 넘어선 것도 대규모 점포망이 가진 상품 확산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구조를 뒤에서 받치는 것이 물류다.
BGF리테일은 지난 16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연면적 12만8072.65㎡ 규모의 부산 물류센터를 준공했다. 총투자액은 약 2600억원이다. 부산·영남권 지역거점뿐 아니라 제2중앙물류센터와 부산신항 연계 수출입 거점 역할을 맡는다.
2018년 문을 연 진천 중앙물류센터에 이어 부산이 두 번째 중앙허브로 가동되면서 물류체계도 복수 허브 구조로 넓어진다. 자동입출고시스템과 디지털 피킹시스템 등을 적용해 다품종 상품을 소량·다빈도로 공급해야 하는 편의점 물류의 처리 능력을 높이는 구조다.
투자 규모도 상당하다. BGF리테일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2539억원이었다. 부산센터 투자액이 사실상 한 해 영업이익과 맞먹는다. 단순히 창고 하나를 더 짓는 수준이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자본 배분이다.
해외사업까지 연결하면 점포 플랫폼의 쓰임은 더 넓어진다.
CU는 지난 6월 몽골 600호점을 넘어섰고 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하와이 등에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PB 상품은 미국·중국·영국·네덜란드·몽골·베트남 등 20여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부산센터가 해외 현지 물류망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점포에서 검증된 PB와 차별화 상품을 집하해 부산신항을 통해 해외로 보내는 과정은 효율화할 수 있다. 국내 1만8700여개 점포가 상품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성공한 상품은 해외 CU와 수출시장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실적에서도 외형보다 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조547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30억원으로 33.7%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849억원으로 22.3% 늘었다.
BGF리테일은 2028년 연결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이 이미 9조612억원에 이른 만큼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점포 숫자만 늘리는 외형 성장보다 기존 점포에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만들어내느냐다.
결국 BGF리테일의 1만8700여개 CU는 판매점의 집합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상품 가능성을 미리 살피고, 전국 점포는 이를 검증한다. 진천과 부산의 물류망이 상품을 움직이고, 경쟁력이 확인된 PB는 해외로 나간다.
한때 '점포가 너무 많다'는 질문을 받았던 BGF리테일에 이제는 다른 질문이 필요해졌다. 이미 확보한 1만8700여개 점포를 얼마나 강력한 네트워크로 바꿀 수 있느냐다.
과거 출점 경쟁의 결과물이 현재 플랫폼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면, BGF리테일의 다음 경쟁력은 점포 수가 아니라 그 점포망을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돌려 이익으로 바꾸느냐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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