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해외서 번 돈 다시 진천으로…'수요 먼저, 공장 나중' 순환투자

김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9-18 23:34:30
  • -
  • +
  • 인쇄
중국·베트남 배당 국내 환류…4600억 진천센터 수출기지로
러시아·인도 공급능력 한계 뒤 증설…베트남은 고성장 맞춰 거점 확대
2025~2028년 1조1530억 CAPEX…시장별 성숙도 따라 생산기지 배치

오리온(대표 이승준)이 해외법인에서 창출한 현금을 국내 수출기지에 재투자하고, 수요가 기존 생산능력을 넘어선 시장에는 다시 현지 증설을 붙이는 자본순환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베트남의 배당은 4600억원 규모 진천통합센터 재원으로 활용하고, 러시아·인도에서는 가동률이 한계에 이른 뒤 생산라인을 늘린다. 공장부터 짓고 시장을 찾기보다 수요가 확인된 뒤 자본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18일 오리온과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회사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국내외 생산·물류시설에 총 1조153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한국 5260억원, 베트남 2860억원, 러시아 2500억원, 중국 720억원, 인도 190억원이다.

한국 투자액 전부가 진천통합센터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진천센터 자체 투자액은 4600억원이며 나머지는 포카칩·나쵸·카스타드 등 생산라인 증설에 투입된다.

진천통합센터는 생산·포장·물류를 한곳에 묶는 복합 거점이다. 2027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다. 가동 후 국내 생산능력은 최대 2조3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오리온은 진천을 국내 공급기지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수출물량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투자재원의 흐름도 눈에 띈다.

오리온은 2025년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진천센터 건립에 중국과 베트남 법인에서 받은 배당금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당시 2023년부터 해외법인 배당을 시작했고 2025년에는 2900여억원을 받을 예정이며, 2023~2025년 3년 누적 배당 규모가 약 6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에서 번 현금을 국내로 들여와 다시 수출 생산기지에 투자하는 구조다.

현지 생산은 시장 성숙도에 따라 다르게 움직인다. 러시아와 인도는 수요가 기존 설비능력을 넘어선 뒤 증설이 따라붙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2025년 투자계획 발표 당시 트베리 공장 가동률이 120%를 웃돌았다. 오리온은 이에 대응해 약 2400억원을 들여 트베리 신공장동 건설에 나섰다. 러시아 전체 투자계획은 2500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신공장동 투자액이 2400억원이다. 새 공장동에는 파이·비스킷·스낵·젤리 등 16개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올해 회사 발표에서도 러시아 공장 가동률은 100%를 웃도는 수준으로 확인됐다.

인도 역시 상반기 판매물량이 81% 늘면서 초코파이 생산라인 가동률이 130%를 넘어섰다. 오리온은 이에 맞춰 하반기 초코파이와 카스타드 생산라인을 추가해 공급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조금 다르다. 공급 부족 이후 증설이라기보다 높은 성장세에 맞춰 생산과 물류 거점을 선제적으로 늘리는 단계에 가깝다. 하노이3공장과 호치민4공장, 다낭 물류센터 등을 통해 향후 연간 생산능력을 1조원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적이 투자를 뒷받침한다.

올해 상반기 중국 법인 매출은 78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4%, 영업이익은 1447억원으로 33.7% 증가했다. 베트남은 매출 2677억원, 영업이익 410억원으로 각각 15.9%, 15.2% 늘었다. 러시아는 매출 1955억원으로 32.1%, 영업이익은 296억원으로 62.2% 증가했다.

반대로 현지 생산기지를 먼저 구축할 단계가 아닌 시장에서는 국내 생산을 활용한다.

비쵸비가 대표적이다. 오리온은 국내외 수요 증가에 대응해 지난 4월 익산공장 생산라인을 추가하며 비쵸비 생산능력을 기존보다 약 두 배 늘렸다. 오는 10월 일본 코스트코 37개점에 입점하고 2027년 초 미국 코스트코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지 공장을 먼저 짓지 않고 국내 생산으로 시장성을 확인한 뒤 판매 규모가 커질 경우 현지 생산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결국 오리온의 1조1530억원 투자는 단순한 증설 계획이 아니다. 중국·베트남 등 기존 시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으로 국내에 환류시키고, 그 자금을 다시 수출기지와 성장시장 생산능력에 배분하는 구조다.

시장에 따라 생산방식도 나뉜다. 러시아·인도처럼 기존 설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곳은 현지 증설로 대응하고, 미국·일본처럼 아직 현지 생산기지를 두기 전 단계의 시장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오리온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8239억원으로 15.5%, 영업이익은 2980억원으로 17.9% 증가했다.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매출 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건은 투자 이후다. 대규모 증설이 마무리되면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도 커진다. 결국 늘어난 생산능력을 실제 판매 증가가 얼마나 빨리 채우는지가 투자 효율을 결정한다.

오리온의 성장공식은 비교적 명확하다. 수요를 먼저 확인하고 공장을 짓는다. 해외에서 번 돈은 다시 다음 시장을 키우는 데 쓴다.

공장을 많이 짓는 기업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언제, 어떤 돈으로 짓느냐다. 오리온의 1조원대 CAPEX는 그 자본배분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HEADLINE

연중캠페인

토요경제 [로드인 포토로그]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