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흑자 다음은 '두 번째 구매'…면세업 계산법 바꾼다

김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9-19 00: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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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영업익 333억 흑자전환…매출은 10.3% 감소
플라이퀀시 5만8000명…참여고객 구매액 11% 증가
정기세일·VIP·단독상품 확대…객단가보다 반복구매가 관건
▲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연합뉴스]

 

신세계면세점의 다음 승부는 관광객을 얼마나 많이 데려오느냐보다 ‘한 번 온 고객이 다시 얼마를 쓰느냐’에 달렸다. 다이궁 중심의 대량판매 할인 구조를 걷어낸 뒤 개별 고객을 멤버십과 정기세일로 다시 불러들이면서 면세사업의 계산법이 객단가에서 고객생애가치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18일 신세계와 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대표 이석구)는 올해 2분기 매출 5426억원, 영업이익 3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3% 줄었지만 영업손익은 15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도 439억원으로 개선됐다.

외형이 줄었는데 이익이 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 면세점은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궁에게 많은 물량을 팔기 위해 높은 할인율과 송객수수료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외형을 키웠다. 신세계면세점은 대량판매 할인율을 낮추고 개별관광객(FIT)과 VIP, 일반 여행객 중심으로 고객구조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다만 333억원의 흑자를 전부 고객전략 변화의 성과로 읽어선 안된다.

신세계디에프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인천공항 DF2 사업권을 반납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영업정지를 결정하면서 사업 지속 시 적자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고, 공시상 영업정지 예정일은 올해 4월 28일이었다. 사업장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절감과 남은 점포의 고객 믹스 개선 효과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흑자전환 이후 더 중요한 숫자는 영업이익보다 고객의 ‘두 번째 구매’다.

신세계면세점이 지난 5월 시작한 참여형 멤버십 ‘플라이퀀시(Flyquency)’가 이를 보여준다. 출국과 구매 횟수에 따라 스탬프를 쌓고 보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8일 기준 참여자가 5만8000명까지 늘었다. 출시 약 3개월 만이다.

초기 성과도 확인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플라이퀀시 참여 고객의 1인당 구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약 11% 증가했다. 적어도 멤버십 참여 고객의 소비액이 늘었다는 숫자는 나온 셈이다.

여기서부터가 신세계면세점의 진짜 시험이다.

구매액 11% 증가가 곧 수익성 11%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객에게 지급한 면세포인트와 상품, 각종 VIP 서비스 비용까지 빼고도 추가 구매에서 이익이 남아야 한다. 신규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데 들어가는 고객획득비용(CAC)을 두 번째, 세 번째 거래에서 회수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고객생애가치(LTV)가 높아진다.

면세점 전략이 ‘많이 사는 사람’을 찾는 데서 ‘여러 번 사는 사람’을 만드는 쪽으로 이동하는 이유다.

17일부터 시작한 첫 정기 메가세일 ‘신면세일’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다음 달 11일까지 277개 브랜드 3800여개 상품을 온라인에서 최대 70% 할인하고 앞으로 주요 명절과 연휴에 맞춰 연 4회 정례화할 계획이다.

단순 할인행사라면 과거 면세점 영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같은 시기에 고객을 다시 불러오는 장치가 된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일회성 구매 고객을 반복 고객으로 전환하는 고객관계관리(CRM)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VIP 전략도 같은 방향이다. 신세계면세점은 플라이퀀시에 이어 VIP 대상 모빌리티와 다이닝, 문화공연 등 비가격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가격 경쟁 중심에서 경험 중심 면세점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에는 이유가 있다.

가격 할인만으로 고객을 잡으면 경쟁사가 더 큰 할인을 제시하는 순간 고객이 이동한다. 반면 멤버십 등급과 반복 구매 혜택, 전용서비스, 단독상품이 쌓이면 가격 외에 같은 면세점을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긴다. 장기적으로는 할인폭을 키우지 않고도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신세계면세점이 단독·최초 입점 브랜드와 K뷰티 상품을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면세점에서 똑같이 살 수 있는 상품이라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정 상품과 서비스가 방문 이유가 돼야 할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다만 아직 풀리지 않은 숫자가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플라이퀀시 참여자와 구매액 증가율은 공개했지만 재구매율과 고객 확보 비용, 회원별 판촉비를 반영한 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참여 고객의 구매액 증가가 할인과 리워드 비용을 넘어 실제 이익 증가로 연결됐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면세점 사업의 성패를 FIT 비중이나 회원 숫자만으로 판단하는 단계는 지났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미 한 차례 비용구조를 손질해 흑자로 돌아섰다. 이제 필요한 것은 비용을 덜 쓰는 흑자에서 고객이 반복해서 돈을 쓰는 흑자로 넘어가는 것이다.

플라이퀀시 5만8000명보다 앞으로 봐야 할 숫자는 그중 몇 명이 다시 구매했느냐다. 신세계면세점의 다음 성적표는 매장을 찾은 고객 수가 아니라 한 고객과 얼마나 오래 거래하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에서 결정된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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