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40년 저점 눈앞…일본발 환율 쇼크 오나

최은별 기자 / 기사승인 : 2026-06-21 00: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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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리 1% 인상에도 달러당 161엔대…엔저 장기화 땐 한국 수출·환율도 흔들
▲ 일본엔화 [연합뉴스]

 

일본 엔화가 다시 위험 수위로 밀렸다. 일본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1%로 올렸지만, 엔화 약세는 멈추지 않았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지난 19일 161엔대까지 올라 40년 만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에도 미국과의 금리 차가 여전히 크고, 중동 리스크로 유가 부담까지 커지면서 엔화 매도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엔저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엔화 약세가 길어지면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기업에는 가격 경쟁 부담이 커진다. 자동차, 철강, 기계, 화학처럼 일본 기업과 해외 시장에서 부딪히는 업종은 엔저의 직접 영향을 받는다. 반대로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엔캐리 자금이 급격히 청산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한국 시장도 환율과 외국인 수급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로이터는 지난 19일 엔화가 달러당 161.25엔에 거래됐고, 장중 161.81엔까지 밀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이다. 2024년 고점인 161.96엔을 넘으면 엔화 가치는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엔화가 거의 40년 만의 최저 수준에 위태롭게 거래됐다(the yen traded precariously near the weakest level in nearly four decades)”고 표현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단기 정책금리를 0.75%에서 1.00%로 올렸다.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는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을 “3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올린 조치(raised interest rates to a 31-year high)”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기업들의 비용 전가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정했다. 금리는 올랐지만 엔화는 강해지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본 금리가 1%가 됐어도 미국 금리와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 자산이나 해외 자산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남아 있다. 이른바 엔캐리 거래다. 엔캐리 거래가 유지되면 엔화 매도와 달러 매수 압력이 계속된다.

로이터도 이 점을 지적했다. 일본 금리가 여전히 미국보다 훨씬 낮아 금리 차가 크고, 이 차이가 달러 강세와 엔캐리 거래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지만 환율의 근본 동인을 바꾸기에는 부족했다는 뜻이다.

미국 변수도 엔저를 키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대응을 이유로 매파적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 달러가 강해지고 엔화는 더 약해진다. 외환정보업체 외환닷컴은 지난 19일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관측이 높아지는 가운데 달러 매수가 우세했다(米連邦準備制度理事会の早期利上げ観測が高まる中、ドル買いが優勢となった)”고 분석했다.

일본 내 반응은 개입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이미 지난 4월 말과 지난달 초 대규모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선 바 있다. 로이터는 당시 개입 규모를 11조7000억엔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엔화가 다시 161엔대로 밀리면서 당시 개입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

일본 경제방송 ‘닛케이NEXT’도 지난 9일 방송 예고에서 “외환시장에서 엔저가 진행되고 있다(為替市場で円安が進行している)”며 “달러당 160엔대 초반 수준에서 정부·일본은행의 엔화 매수 개입 효과는 사라졌다(1ドル=160円台前半の水準で政府・日銀による円買い介入の効果は失われた)”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 개입은 있을까(再び介入はあるのか)”라는 질문을 던졌다.

일본 외환시장 전문가들도 비슷하게 본다. 외환닷컴은 지난 19일 달러·엔 환율이 161엔을 넘자 엔화 매도와 달러 매수가 가속됐고, 한때 161.81엔 안팎까지 올랐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일본 정부·일본은행의 엔화 매수 개입 경계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日本政府・日銀による円買い介入への警戒感も一段と高まっている)”고 했다.

개입 가능성이 커졌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외환시장 개입은 단기적으로 환율 흐름을 꺾을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차, 유가, 달러 강세라는 구조적 요인이 그대로라면 엔저 압력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시장이 정부 개입을 일회성 방어로만 본다면 효과는 더 짧아진다.

문제는 엔저가 한국에도 부담이라는 점이다. 엔화가 약해지면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진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수익성을 높일 여지가 생긴다. 한국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는 북미·동남아·중동 시장에서 경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철강, 기계, 화학, 전자부품도 일본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환율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다. 엔화 약세가 달러 강세와 함께 진행되면 원화도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원화가 약해지면 수출기업에는 일부 도움이 되지만, 수입물가와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진다. 유가가 함께 오르면 부담은 더 커진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엔캐리 청산도 변수다. 엔캐리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평상시에는 글로벌 유동성을 늘리는 역할을 하지만, 엔화가 갑자기 강해지거나 일본 금리가 더 오르면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외 주식, 신흥국 자산, 고위험 자산에서 자금이 빠질 수 있다. 일본 당국의 개입이 강하게 나오거나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신호를 주면 엔캐리 청산 우려가 커진다.

향후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엔화가 162엔 선을 넘어서면 일본 당국의 구두 경고와 실제 개입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 엔화가 반등하고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둘째, 일본 당국이 말로만 대응하고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유지되면 엔저는 더 길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수출기업은 일본과의 가격 경쟁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셋째,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고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면 달러 강세가 꺾이며 엔화도 일부 회복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일본은행의 금리 1%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다. 일본이 금리를 올려도 미국 금리가 더 높고, 달러 강세가 유지되면 엔화는 쉽게 강해지기 어렵다. 일본 당국의 개입도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

한국 시장은 엔저를 단순한 일본 뉴스로 볼 수 없다. 엔화 40년 저점 근접은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원화 흐름, 외국인 자금 수급을 함께 흔드는 거시 변수다. 다음 거래일 한국 증시는 미국 기술주보다 먼저 달러·엔 환율과 일본 당국의 개입 신호를 확인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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