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속행정에 자치구·주민간 ‘서울화력발전소 갈등’ 증폭
전문가, 발전소 폭발시 히로시마 원폭 이상 대참사 예견
[토요경제=김세헌 기자]세계 최초로 도심에 대규모 지하발전소을 건설하는 것을 두고 졸속추진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화력발전소(구 당인리발전소) 부지에 건설중인 서울복합 1, 2호기 발전소는 세계 최초로 도심 지하에 건설되는 발전소로 주변 미관과 조화를 이룰 계획으로, 발전소 상부는 공원으로 조성해 일반인에게도 개방된다.
또 폐지 예정인 서울화력 4, 5호기는 문화예술의 진흥과 국민 문화향유 증진을 위해 ‘문화창작발전소’로 조성해 생활체육시설·도서관·박물관·공연장·한강수변공간과 연계한 복합문화벨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화력발전소를 둘러싼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으며, 특히 6년에 걸친 사업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미흡한 탓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도심 명품발전소 청사진, 가능할까?
서울복합 1, 2호기 발전소는 도심 지하와 지상부를 이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사업이다. 발전소는 발전용량 800MW(400MW×2기), 열공급량 530Gcal/h급으로 공사기간 40개월, 총사업비 1조181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세계 최초로 도심 지하에 건설돼 주변 미관과 조화를 이룰 계획으로 발전소 상부는 공원으로 조성,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특히 기존 서울화력 4·5호기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영국의 테이트모던과 같은 ‘문화창작발전소’로 탈바꿈하게 되며 생활체육시설·도서관·박물관·공연장 등이 조성된다.
또한 한강수변공간과 연계된 복합문화벨트가 형성됨으로써 지역주민의 문화예술 체험 및 여가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한국전력기술이 설계, 두산중공업이 주기기 공급, 토건공사 시공은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담당하게 된다.
대규모 발전소의 지하화와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의 위험성 평가를 통해 설계하고 전문기관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발전효율 개선과 최신 환경설비 구축으로 연간 1014억원의 에너지절감과 연간 27만4000톤의 이산화탄소(CO)₂절감으로 국가 에너지정책에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새롭게 지어지는 서울복합발전소는 서울의 유일한 전력공급시설로서 수도 서울의 전력사용량 9.8%를 공급해 안정적 전력공급과 비상시 국가중요시설에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마포와 여의도 등 약 10만여 세대와 주요 공공시설에 난방열 공급과 노후화된 발전설비의 고효율설비 대체건설로 전력생산원가 절감을 노리고 있다.
그러한 이 사업은 지난 2006년 제3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이후 발전소 폐지, 고양시로의 지역 이전, 다시 지하화 재추진까지 6년여의 기간이 소요됐으며 그동안 정치권, 지자체, 지역주민 등 복잡한 이해관계자간 수많은 갈등을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졸속 재추진 논란
주민들, 검증 안된 안전 "불안하다" 반발 거세
◇ 안전장치 고도화는 불안전의 ‘반증’
현재 화력발전소를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6년에 걸친 사업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미흡한 탓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발전소의 특성상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폭발사고에 큰 우려와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시행주체인 한국중부발전을 비롯해 마포구청,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전문가를 포함한 대내외 전문가가 참여해 안정성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또한 발전소를 운영하는 중부발전에 대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발전소의 지하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화력발전소 폐쇄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 따르면, 가스충전소의 1000배에 달하는 공간에 지하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실험적 행위라는 지적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은폐와 과거 당인리발전소 화재사건 등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발전소 건설시 3단계 안전장치를 설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3단계 안전장치를 해야 할 만큼 위험한 시설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34기압의 가스시설이 들어서는 발전소에 어떻게 주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냐”며 “지하발전소를 건설하고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허울 좋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 측은 “사업인가 전에 관계행정기관 등과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사전협의를 거쳐 사업계획 인가에 반영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복합화력발전소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용득 민주당 최고위원은 “도심에서 가스연료를 사용하는 대규모 발전소는 밀양의 송전탑보다도 몇백, 몇천배 위험한 시설”이라며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한다면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안전성검증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나타난다면 발전소의 지하건설은 즉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며 “지상발전소도 아닌 세계 최초의 도심지 대규모 지하발전소 건설공사가 이렇게 공론화되지 못하고 졸속으로 추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마포구민, “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지하발전소”
시민사회 역시 현재 마포구 당인동·합정동 인근에 건설중인 서울화력발전소가 여러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무엇보다 액화천연가스 발전소라는 위험 시설물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지하건설이라는 공법으로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사고나 관리소홀로 인해 가스가 유출될 경우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주장이다.
한 사회단체에 따르면, 지하화력발전소는 깊이 30미터를 파서 1m 두께의 뚜껑을 덮어 건설된다. 그런데 가스가 지상으로 폭발했을 경우 소규모 저장탱크라도 반경 50m 이내 건물 등을 모두 파괴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지하 3만6000평방미터에 응축된 가스가 폭발할 경우, 그 파괴력은 마포구 일대는 물론 그 외 도심지역에도 커다란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만에 하나라도 지하발전소가 사고 또는 과실에 의해 폭발할 경우 히로시마 원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서울화력발전소는 2008년 마포구 주민들의 반대로 건립 계획이 취소됐지만, 2010년부터 재추진되다가 여러 행정소송이 걸리는 듯 난항에 직면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중부발전 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지난 9월 27일 착공식을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대북 송전문제와 건설사 지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서울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은 그 추진 과정에서 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07년 9월 당시 정장섭 중부발전 사장이 세계최초의 지하화력발전소 건립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부터다. 정 전 사장은 이듬해인 2008년 500억원대 발전소 납품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2005년 8월 중부발전 사장 취임 이후 발주되는 각종 공사 계약자 선정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특히 한 기업으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받고 2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맡긴 뒤 그 답례로 또다시 1억 원의 현금을 받는 등 총 1억133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제기하는 큰 문제는 “왜 이런 위험 시설물을 세계 최초로 꼭 지하에 만들어야 하는가”로 집중된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지하에 발전소를 짓는 경우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이 거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대다수 주민들은 “화력발전소 건설이 본격화 된 지금이라도 기술적인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해 안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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