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2의 삼각경쟁, 고도의 ‘지능전쟁’을 보는 재미

정해용 / 기사승인 : 2012-10-26 14: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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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의 관전상황실>

1.
D-53. 토요일(27일) 현재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다. 공식적인 후보자 등록 기간은 11월 25~26일 사이이므로, 본 경기가 시작되기 전 ‘예선전’ 기간은 빠듯한 한 달이 남았다. 이제쯤 이번 대선에서 다뤄질 핵심 이슈나 각 후보의 정체성은 분명한 윤곽을 드러내야 한다. 후보마다 분야별 정책공약의 주요 내용들을 공개하고 있거니와, 여러 언론매체들도 각 후보들의 분야별 입장과 정책들을 비교분석하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한 달여를 앞두고 대중 매체들에 의한 정책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과거 선거 때에 비하면 분명히 진일보된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선거에서 일반 유권자들이나 대중매체들이 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들이었다. 즉 누구의 과거는 어떻고, 누구의 배경은 어떻고, 누구의 사상은 어떠한가를 내놓고, 그러므로 누구는 부적절하고 누구는 적절하다는 식의 공공연한 편 가르기를 유도하는 게 주조였다. 그것도 각 매체마다 구미에 맞는 단편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심정적 지지 후보를 지원하는 게 전부였다. 이렇게 본다면, 특정 후보의 장점을 강조하거나 단점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분야별로 나누어 차근차근 대조분석하려는 주요 매체들의 시도는 고무적이다. 이를 통해서 유권자들은 관심 있는 후보 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라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곧 대대로 어느 파벌을 지지해왔는가 하는 고정관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지성적 판단에 따라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흥미롭게도 여러 언론 매체들의 과학적 분석을 보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빅3 후보들 각 분야별 정책입장은 ‘보수-진보’로 뚜렷이 갈리는 것 같지는 않다. 어떤 분야에서는 보수 정당 후보가 더 진보적이기도 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진보 정당 후보가 오히려 더 보수적이기도 한 면이 있다. 어떤 후보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유보적인 입장이 더 많기도 하다. 그것으로 후보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안에 따라 ‘국민 여론을 따라’라고 유보하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기존 입장이나 측근 또는 파벌의 의지에 따르겠다는 말밖에 아니다. 과거 몇몇 대통령들이 헌법을 뜯어고쳐 독재의 문을 열 때도 늘 ‘국민의 뜻’이라고 우겼다. 어떤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선거나 국민투표를 거치는 외에는 객관적으로 ‘국민의 뜻’이라고 단정지을만한 어떤 근거도 없다.


2.
남은 기간 대선의 주요 이슈는 개헌과 야권 후보 단일화 두 가지로 초점이 모아질 것 같다.


그 가운데서도 단일화는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빅3 후보 가운데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후보가 누가 되든 당선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그러나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여 투표일까지 완주한다면, 확고한 전통적 부동표를 갖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전망에서 어떤 사람은 단일화가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어떤 사람은 단일화가 실패하기를 기대한다. TV토론에 출연하는 소위 ‘전문가’들(정치학자, 정치평론가, 여론기관 분석가 등)은 두 사람의 단일화가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새누리당 진영에서는 이들의 단일화가 실패하기를 기대한다. 기대할 뿐 아니라, 단일화를 어렵게 만들 여러가지 전략들을 구사할 수도 있다. 경쟁인 한, 전략을 짜고 실행한다는 것은 (그것이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방식이 아닌 한) 지극히 정당하다. 병법에 보면 일대 일로 대결하는 경우 뿐 아니라, 경쟁의 주체가 여럿일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나온다. 박근혜 진영으로서는 문재인-안철수 진영의 단일화 저지를 최상의 전략으로 삼을 법도 한데,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술이 주효할 것이다. 하나는 두 진영을 이간하여 서로 적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두 진영 모두에게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심는 것이다. 그 어느 경우라도 서로 후보직을 양보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한동안 문재인 진영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그 또한 보수세력에 가까운, 친 새누리 성향의 기득권층이 아니냐”는 논리다. 23일 안철수 후보는 인하대 초청연설에서 ‘현 여당의 집권 연장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시의 적절하게도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단일화 상대인 야권 진영의 불안을 잠재운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6개 강호가 합종하여 팽팽한 세력균형을 유지하며 평화시대를 구가할 때, 진(秦)이 채용한 장의(張儀)는 각국을 순회하며 연횡책을 설파했다. 마침내 6국의 동맹이 깨지자 진은 각국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중원을 제패했다. 장의의 설득이 성공한 것은 6개 강국이 저마다 장의를 믿었다는 데 있다(그는 각 나라에서 모두 재상의 직위를 받았다).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에도 각 진영 사이에서 고도의 지능전쟁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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