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당선 된대도 착잡하겠다

정해용 / 기사승인 : 2012-11-16 15: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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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의 관전상황실

"이번 선거는 대권을 잡는 사람이 모든 걸 뒤집어쓰는 선거다. 후보들 생각은 어떤지 모르지만, 차기 권력은 누가 되든 힘든 일을 떠맡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차라리 지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 정권을 쥐면 떠맡아야 할 책무가 너무나 많다. 이번보다는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나을 거라고들 생각한다."


"야권 단일화에서 만일 두 사람이 차기와 차차기를 나눠 맡는다면, 차기보다는 차차기를 맡는 사람이 더 행복할 것이다. 차기를 맡는 사람은 앞 정권의 설거지를 하기도 바쁠 테니까. "


선거전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기왕 출마한 후보들은 필승을 위해 뛸 수밖에 없는 입장이겠지만, 후보를 위해 뛰는 팀원들의 열의는 그렇지가 못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그 당에서 중책을 맡아온 중진급 의원들은 별로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고 물러서 있다. 단순히 후보들이 기회를 주지 않거나 배척했기 때문일까. 만약 이 선거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적극성을 보였다면 이렇게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리 없다. 그들 스스로 물러선 느낌이 강하다.


자연히 후보 측근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의 대부분은 정치판에서 낯선 인물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분야에서 알려진 사람들일지 몰라도 정치판에는 처음 올라온 새내기들이다. 경험 많은 중진들이 물러선 자리를 메우고 앉아 열의를 내고 있지만 과연 선거 뒤 현실정치에서도 그만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련한 정치인들은 왜 뒷전으로 물러서 있는 것일까. 대선 후보들 자체가 워낙 '신인급'이라서 그 밑에 들어가기가 민망한 걸까. 정치인들이 누구보다 실리에 밝은 종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그렇게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새내기들끼리 버벅대는 선거판에 들어가 자신의 경륜을 제공함으로써 정치 선배로서의 무게감을 각인시킬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선거에서 이긴다 해도 기다리는 것은 영화보다 고생이 될 것을 예감하기 때문은 아닐까. 실리에 밝은 종족들로서는 먹을 것 없이 고달프기만 한 집권기를 위해 앞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 그들은 이 선거가 아귀다툼 해가며 끼어들기에는 예상이익이 너무 적은 싸움임을 동물적 본능으로 알아채고 있을 것이다. 젊은 자원자들과 다투면서까지 중책을 맡으려고 하기 보다는 짐짓 양보하는 모양새로 물러서 있으면서 추이를 살피려는 게 아닐까. 다시는 정권을 뺏기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새누리당 조차도 그 당의 중진들은 결과가 불안한 박근혜 후보의 고군분투를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고만 있다. 굳이 대선 승리를 위해 애면글면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금 시기는 세계적 경제위기와 맞물려 있다. 더구나 한국 정치는, 너무나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앞 정권이 잘못을 너무 많이 저질러 놓으면 다음 정권은 상황을 회복시키기 위해 설거지하는 데만도 집권 5년을 다 허비하게 되기 쉽다. 이럴 때는 여당보다 야당 노릇이 더 편할 수가 있다. 나라 빚은 공식 재정 적자만 4~5백조원 규모인데, 이는 국가 1년 예산(2012년 325조원)보다 많다. 공기업 부채 등 공적 성격의 채무를 다 합치면 1년 전 자금순환표에 드러난 것으로도 789조원. 지금은 1천조원을 넘는다는 추정도 있다. 해마다 적자를 1/10씩 줄여나간다 해도 20년은 걸린다는 얘기다.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만으로도 해마다 연간 교육예산이나 복지예산, 과학연구지원 예산과 맞먹는 규모의 공허한 지출이 계속돼야 한다.


시한폭탄처럼 돌아가고 있는 가계부채의 위험규모 역시 수백조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한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의 구제, 하우스푸어의 위험에 빠진 젊은 퇴직자층에 대한 일자리와 복지보장 등은 간단한 문제들이 아니다.


국가 재정의 파탄으로 IMF 구제금융 신청까지 가야 했던 97년. 재정의 붕괴 원인은 김영삼 정권에서 초래되었지만, 그 여파가 기업과 민간 가계까지 내려가 부도 파산이 줄을 잇고 노숙자와 자살자가 양산된 것은 그 다음 정권에 가서였다. 뻔뻔한 원인 제공자들은 이 현상이 몇 년 뒤에 나타난 것을 안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그 다음 정권에서 정치를 잘못해 일어난 결과인양 호도하며 비난한다. 다음 정권은 아무리 선량하고 유능한 정권이라 해도 국민의 피눈물을 닦아주며 다급한 경제회생의 구급방을 찾는 일 이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국제질서는 새로운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읽어내면서 대한민국의 자기주도적인 위상을 확보할 안목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마당에도 대권을 맡아보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은 둘 중 하나가 아닐까. 누군가는 맡아야 할 설거지를 자신이 신명을 바쳐 감당해보겠다는 희생심과 사명의식을 가진 사람, 아니면 워낙 단순무지해서 권력을 쥔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의식도 갖지 못한 사람.


만일 능력 있고 희생적인 지도자가 아니라면 이 나라는 다시 삼류국가로 전락할 위험도 다분하다. 국가의 행복과 불행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 개인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 선택의 권리를 쥐고 있는 유권자의 책임이 먼저다. 이 선거의 중요성을 국민 각자가 인식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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