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장서도 안 되는 대한항공의 7성 호텔

박진호 / 기사승인 : 2014-04-16 14: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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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폭적인 정부지원에도 산적한 난관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공표한 규제철폐와 함께 대한항공의 숙원사업이었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의 호텔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했다. 그러나 속내를 뜯어보면 이 역시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7성급 호텔을 서울시 한복판에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와 함께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겠다며 지난 2008년, 2900억 원을 들여 옛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 자리를 삼성생명으로부터 구입했다. 대한항공은 3만 6천㎡ 부지에 156실, 지상 4층 지하 4층 규모의 7성급 한옥형 고급호텔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현행법령과의 마찰로 추진에 제동이 걸렸고 6년째 잡초만 무성한 빈터로 남겨두고 있다.


대통령의 규제개혁 … 대한항공, 숙원푸나?


현행 학교보건법에 의하면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은 학교 주변 50m에는 절대로 들어설 수 없으며 50~200m의 경우에도 관할 교육청의 재량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호텔 부지는 풍문여고, 덕성여고와 채 10m도 떨어져 있지 않으며, 아예 덕성여중과는 붙어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호텔 건설부지가 경복궁 인근이며, 인사동과 인접해있고, 도심 명소와 연계되는 북촌의 거점공간인 만큼 공익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대한항공은 현행법령과 전통문화재 보호 계승이라는 두 가지 대승적 문제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규제개혁을 외치면서 마련된 규제개선안에는 학교정화위원회의 훈령을 개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규제개혁의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한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여 규제 개혁안에서는 학교 주변에 고급 관광호텔을 지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짓고자 하는 시도가 전국적으로 32건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대한항공의 7성 호텔 건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대한항공 편들기,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는 우선 현행법을 바꿔서라도 호텔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꾸준히 추진했던 대한항공의 ‘전과’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된다. 대한항공은 학교보건법상 호텔을 지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관할 교육청인 중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고등법원에서 패소하고 대법원에서 항고기각을 당했다. 그러자 2012년에는 특급 호텔의 건립을 제한하는 것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당시 정부는 관련 법규를 대폭 완화하여 대한항공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정안을 추진하여 대기업을 배례한 특혜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유해 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을 건립할 경우 정화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삽입하여 국회에 제출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의 7성 호텔 사업은 사회적으로 “해서는 안 될 사업이 정부의 재벌 특혜로 추진되고 있다”는 인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에도 정부에서 규제개혁과 관련하여 규제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이미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풀어준다고 해서 대한항공의 호텔 사업이 해결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해결될 일이었다면 이미 지난 정부 시절에 이 문제는 충분히 손 볼 수 있었을 사안이다.
대한항공, 산 넘어 산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당 지역의 건축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확실한 반대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며, 해당 지역이 ‘북촌 1종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되어 있어 종로구에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승인받아야 한다.
그러나 인근 학교 학부모는 물론 덕성여중은 학교차원에서 이에 대해 마뜩치 않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첩첩산중으로 막혀있는 난제들과 반발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은 단순히 7성급 호화 호텔을 지어 숙박업을 통한 수익사업을 추구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서울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건설하고, 호텔과 함께 갤러리 등 복합문화시설을 구축하여 주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공의 요소를 함양하겠다고 꾸준히 강조를 하고 있지만, 큰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호텔의 필요성과 관련해 대한항공은 정부와 함께 관광사업의 활성화와 외국인을 위한 양성화 된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펼쳐왔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근 집계자료인 2012년 기준 통계자료와 서울시 자료를 활용한 결과 2012년 서울 시내 전체 호텔의 이용률은 평균 78.9%였으며, 대체 숙박시설을 감안하면 이러한 여유는 더욱 커지고, 성수기와 비수기의 호텔 이용률 변화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며, 대한항공과 정부의 논리를 반박하고 나서 더욱 진통이 예상된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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