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거세지는 ‘우먼파워’ 바람

김세헌 / 기사승인 : 2013-12-16 13: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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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 연말인사 여성임원 속속 배출…성공코드 검증된 엘리트 ‘경영 최전선’

올해 대기업 연말 인사의 특징은 여느 해보다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숫자가 지난 2004년 조사 이후 10년만인 올해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는데, 최근 주요 기업의 연말인사에서도 여성임원이 속속 배출되고 있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여성 잠재력·인적자원 다원화 등 여성경영 가속화


이른바 대기업 ‘여성파워’ 시대의 중심에는 삼성그룹이 있다. 삼성은 지난 2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5일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성과주의 원칙이 적용된 여성 인력에 대한 사상 최대 승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삼성은 여성 인력에 대한 사상 최대 승진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조직 내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성의 승진규모는 2011년 9명, 2012년 12명, 2013년 1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보다 많은 여성 임원 승진자를 배출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여성 인력 중용 기조를 적극 반영했다는 평가다.


여성 승진자 중 60%(9명)는 발탁인사에 따른 승진으로 성과와 능력에 따라 부장 된 지 1~2년 만에 임원으로 파격 승진했다. 성별을 불문하고 성과와 능력에 따라 전략적으로 승진시킨다는 방침이 깔려 있다. 부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한 여성은 총 6명, 2년 만에 상무가 된 여성은 총 2명이다. 보통 아무리 빨라도 부장을 3~4년 가량 거치고 임원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발탁인사란 정해진 근속 연한 보다 빠르게 승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하는데 만 5년이 걸리는데 이보다 1년 빠른 4년 만에 승진할 경우 ‘1년 발탁’ 승진이라고 한다. ‘2년 발탁’은 3년 만에 승진하는 경우다.


부장은 5년, 상무는 6년, 전무는 3년을 근무해야 다음 직급으로 승진할 기회를 얻게 된다. 부사장 이후로는 정해진 근속 연한이 없다. 부사장으로 1년만 근무해도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삼성이 발탁 인사를 늘리는 이유는 능력이 있으면 그에 맞는 보상을 해준다는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확립시키기 위해서다.


◇ 삼성, 사상 최대 여성임원 배출…삼성카드 첫 여성전무 탄생


삼성은 신경영 출범 초기인 지난 1992년~1994년 대졸 공채 출신 여성 인력을 대거 승진자 명단에 올리며 여성 공채 임원 시대를 열었다.


1992년 대졸 공채 출신인 양정원 삼성전자 부장 1년 만에 다시 상무로 올랐다. TV 마케팅 전문가로 스마트TV 스토리존 매장 구축과 체험 마케팅 확산을 통한 스마트TV 마케팅 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 받았다.


1993년 대졸 공채 출신인 최윤희 삼성전자 부장은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차별화된 스마트 TV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 상무와 입사 동기인 송명주 삼성전자 부장도 상무 승진자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디자인 전문가로 김연아 에어콘(모델명 Q9000)등 히트제품을 디자인했다.


1994년 대졸 공채 출신인 연경희 삼성전자 부장은 부장된 지 1년 만에 상무로 발탁됐다. 삼성전자 최초 여성 주재원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다. 뉴질랜드지점의 매출을 지난해 2억6000만 달러에서 올해 3억2000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주력 제품의 시장점유율 1위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은 “1992~1994년 신경영 출범 초기 대졸 공채 출신으로서 신경영 이념을 바탕으로 회사 발전과 함께 성장한 여성 인력도 다수 신임 임원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여성 공채 임원 시대를 열었다”며 “조직 내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카드에서는 첫 여성 전무가 탄생해 관심을 불러 모았다. 삼성카드는 5일 이인재 삼성카드 상무(경영혁신실장)를 전무로 승진시켰는데, 이 전무는 삼성카드 최초의 여성 전무다.


이 전무는 1963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고 콜럼비아대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그는 회사 내에서 IT전문가로 통하고 있으며, 삼성카드의 IT 시스템 선진화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삼성카드의 인사에서는 또 다른 IT 여성 전문가가 임원으로 발탁됐다. 새롭게 임원의 자리에 오른 박주혜 상무는 IBM과 딜로이트 AT커니 등 외국계 IT기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삼성카드의 경영혁신실 정보기획담당 부장으로 재직했다.


이인재 전무와 박주혜 상무의 승진은 삼성카드가 적극적인 IT 활용을 통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한 상품개발과 마케팅기법이 확산되고 있다”며 “삼성카드의 이번 인사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 GS 등 “여성인재는 곧 경쟁력” 흐름 확대


GS그룹은 최근 2014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출범 10년 만에 공채출신 첫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이경숙 GS건설 상무는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1990년 GS건설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했다. 국내 정유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23년간 플랜트 사업 전문가로 입지를 다져왔다.


이 상무는 풍부한 RFCC(중질유 분해공정) 프로젝트 수행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1년 7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의 RFCC 프로젝트 입찰을 진두지휘하며 이탈리아 사이펨 등 세계적인 업체들을 물리쳤다는 평가다.


GS는 “이 상무가 해당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그동안 중동시장에 편중됐던 해외 플랜트 시장을 동남아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상무의 등장으로 GS그룹의 여성임원은 손은경 GS칼텍스 상무, 주지원 GS홈쇼핑 상무 등 총 3명으로 늘어났다. GS그룹은 “여성 인재를 더욱 중용하라는 허창수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달 초 2014년 그룹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랜드리테일 윤여영 대표와 모던하우스 사업부의 여신애 상무를 각각 전무로 승진 발령하는 등 총 15명의 임원 승진을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총 15명의 임원 승진자 가운데 7명이 여성으로, 여성 임원이 특정 분문에만 배치 된 것이 아니라 그룹 전 분야에 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번 인사로 7명의 여성 임원이 가세하면서 이랜드 그룹 내 여성 임원의 비율도 25%로 창사 이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랜드 관계자는 “그룹 전체 임원 중 25%가 여성경영자들이고, 특히 유통사업부와 미래사업부의 경우 50%가 여성임원으로 이뤄져있다”며 “여성의 경쟁력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최고 경영자의 지론에 따라 앞으로도 승진에 있어 남녀 차별은 두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CJ그룹도 지난 10월 2014년도 정기인사에서 2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노혜령 CJ주식회사 홍보기획담당 상무와 권미경 CJ E&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장(상무대우)으로, 특히 권미경 본부장의 경우 여성이자 마케터 출신으로는 최초로 한국영화 투자와 마케팅을 총괄하는 임원 자리에 올라 주목받았다.


CJ그룹 관계자는 여성임원 인사와 관련해 “글로벌 사업 강화를 통해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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