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1년 당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145억 원을 투자하여 6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내리는 징계 중 해임권고, 직무정지 다음으로 높은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은 김 행장은 과거 이에 준하는 징계를 받았던 금융그룹 책임자들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것과는 달리 ‘은행장의 부재는 조직 내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임기 완주를 선언했다.
오히려 하나은행 측은 이미 지난해 9월 ‘주의적 경고’를 받았던 사안을 금융당국이 재검사에 들어가고, 연임논의가 끝난 후 중징계를 결정한 것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은행과 금융권 일부에서는 최근 금융권에 대한 국민 불신을 돌파하기 위한 정부의 전시성 처벌이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행장의 당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투자는 여전히 하나금융그룹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승유 전 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이명박 대통령 시절, ‘금융권 MB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김 전 회장은 2012년 3월, 이들 중 가장 먼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아름다운 퇴장’을 강조한 바 있다.
4대 천왕 중 유일하게 자의에 의해 회장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김정태 회장에게 자리를 넘긴 이후에도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5억 원에 이르는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하나고등학교 출연’과 ‘외환은행 상장폐지’ 등 김 전 회장이 부당한 경영간섭을 계속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성토하기도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김 전 회장과 연관이 있는 미래저축은행 문제인 만큼 하나금융그룹으로서는 더욱 책임소재에서 물러서지 않고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버티는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김승유 전 회장은 금감원이 동일 사안을 반복적으로 검사하고 민간 금융사 CEO의 거취를 압박하는 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직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며, “금감원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이냐”라며 힘겨루기에 나선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도 단호하다. 하나은행의 규정상 미래저축은행에 투자가 불가능하자 이를 하나캐피탈로 넘겼고, 이를 대출 대신 투자 방식으로 우회 지원했다고 보고 있는 금감원은 사실상 김 행장의 과오에 대해 마땅한 책임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사실상의 사퇴 압박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하나캐피탈이 가치평가 서류를 조작하고, 투자 결정을 할 때도 이사회도 개최하지 않았으며, 사후 서면결의를 통해 업무를 처리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김종준 행장, 해외행보 ‘당당’
그런데 이러한 논란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 행장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ADB연차총회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성장과 경제협력 촉진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총회로 지난 1년간의 활동에 대한 결산보고서와 당해연도 예산안을 승인하고 경제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등 중요한 사안들을 처리하는 자리다.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45개국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등 역외국가 18개국 등 총 63개국이 ADB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올해 ‘세월호 참사’로 현오석 부총리가 불참한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장 등이 참석을 취소했다. 해외지점 불법대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은행과 금융권의 각종 사고로 인해 해외 일정보다는 내실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개인의 거취문제로 주변이 시끄러운 김 행장도 당초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날 총회장에 모습을 나타낸 김 행장은 “처음부터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 없었으며 계획대로 왔다”며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논란과는 상관없이 하나은행장으로서의 업무에 대해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냈다.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임기 문제를 확인한 기자들에게도 “더 할 말이 없으므로 계속 질문해도 똑같다”며 사실상 ‘임기 완주’ 선언을 번복할 생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사실 금융권의 경우, 수장이라고 하더라도 금융당국과 정부 의지에 어긋나는 걸음을 내딛는 데에는 부담이 많다. 때문에 정권이 바뀔때마다 주요 금융그룹의 회장이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며, 과거 정부에서도 ‘MB 4대 천왕’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했고, 재임을 선언했던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얼마 남지 않았던 임기를 마치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하나금융그룹의 경우는 현재, 금융당국의 징계와 관련해 그룹 수장이 아닌 은행장의 거취를 놓고도 정부와의 대치상태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임기 완주를 선언하며 팽팽한 힘겨루기에 나선 김종준 행장이 보란 듯이 해외 일정까지 소화하며 스스로의 ‘건재’를 과시한 가운데 과연 금융당국이 어떠한 대응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현재 하나은행은 KT ENS의 사기대출 사건과도 연루가 되어 있으며,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등 이슈가 잔존하고 있어 금융당국과의 지속적인 마찰이 예상된다.
한편, 김종준 행장이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금감원이 내린 문책경고가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 상 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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