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세헌 기자] 정부가 내놓은 ‘8.28 전월세 대책’을 두고 여야의 대립과 함께 업계 내에서도 온도차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을 담은 전월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구매 수요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를 현행 2%에서 1%로 1%포인트 내린다는 방침이다. 6억 초과~9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는 2%를 그대로 유지하며, 9억원 초과 주택은 4%에서 3%로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특정주택가격 구간의 혜택은 줄이는 대신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 세율 부과를 폐지함으로써 수혜 대상을 확대했다. 장기주택모기지에 대한 소득공제 요건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전세가뭄 해소와 매매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
정부는 취득세 인하를 통해 전세수요 가운데 일부를 매매 수요로 전환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전월세시장과 주택 매매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매매가격 상승이 미미한 상황에서 2~4%에 달하는 취득세가 심리적 부담으로 인식돼 왔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매매가격 상승이 미미한 상황에서 2~4%에 달하는 취득세는 심리적으로 큰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취득세율 인하로 거래비용 감소, 원활한 주택교체 취득 등 주택시장 정상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보전방안은 지자체와 기능‧재원 조정방안을 협의해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법 적용 시점 역시 국회 논의를 통해 정해진다.
안행부는 주택거래가격 기준을 9억원 이하로 잡고 취득세율을 1% 낮추면 2조9000억원, 세율은 그대로 둔 채 가격기준을 6억원과 3억원으로 낮추면 각각 2조4000억원, 1조8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주택모기지(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에 대한 공제 요건과 대상도 확대된다.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소득공제를 해주는 범위를 기준시가 3억원 이하에서 4억원 이하로 상향조정했다.
그 대상도 무주택자에서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기 전에 신규주택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된 경우라도 과세기간 종료일(12월 31일) 기준으로 기존주택을 처분하면 공제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효과 미미할 것” “부동산 거품만 부풀릴 것” 우려 상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전월세 대책에 대해 시장에선 일단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또 다시 부동산 거품을 부풀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정부가 규제를 풀고 시장 기능에 맡기면 수요공급에 따라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정상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놓은 것 같다”면서도 “관건은 대책 발표와 입법화까지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일반적으로 정부 대책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저리 장기 모기지는 주거 안정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을 시장에 끌어들일 만하고 취득세 감면도 상반기 일시 감면 때보다 폭은 줄어들었지만 그동안 거래부진을 뚫어줄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4·1대책과 7·24후속조치 핵심 법안 통과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발표만으로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저리 장기인데다 손실도 부분적으로 피할 수 있어 수요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집값이 떨어진다는 불안감 때문에 안전자산인 전세를 선호하는 것인 만큼 회복 신호가 와야 시장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큰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저리 장기 모기지는 운영 상의 문제점이 있을 수 있고 줄어든 취득세 인하 폭은 시장을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저리 장기 모기지가) 실수요자를 끌어들일 수는 있겠지만 이 때문에 주택 매매수요가 증가한다거나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매각과정에서 매각차익을 조작 은폐하는 등 운용상 폐해도 예견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이 전월세대책이 아니라 침체된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을 통한 매매유도는 신규 하우스푸어 양산과 가계부채 확대로 국가부실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과 매매 감소는 소득에 비해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과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해 나타난 자발적인 매매거부”라면서 “부동산 거품을 제거해 집값을 낮추는 것만이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여야도 시각차 뚜렷…“거래 활성화” vs “부자 위주 정책”
이번 8·28 전·월세 대책을 놓고 여야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침체된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통해 전·월세난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전·월세 상한제를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나성린 제1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월세 대책의 핵심은 전세수요를 줄이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세입자의 전·월세 부담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세 수요를 줄인다는 말은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확대하고, 민간임대주택의 활성화가 핵심”이라며 “취득세 인하를 영구적으로 해서 서민층과 중산층이 집을 사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 매매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세입자들의 전·월세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는 있지만 전·월세 가격 상승을 막는 효과는 전세수요가 얼마나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이번 전·월세 대책에 대해 “부자들 위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 의원은 “전월세 상한제는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대체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고, 경제당국에서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지난 1989년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때도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면 정부는 폭등한다고 했지만 폭등하지 않았다”며 “제도적으로 갱신 청구권을 주고 적정 임대료를 제시하는 정부위원회를 만들어 어느 정도 조율을 하면 전월세 폭등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한편, 이와 맞물려 시민단체 등도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정의연대와 한국청년연대 등 시민단체는 정부가 내놓은 8·28 전월세 대책은 청년들에게 또 다른 빚을 지라는 얘기일 뿐”이라며 “취득세 인하, 중과세 폐지, 모기지 대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는 만큼, 결국 집 부자와 금융권만 배불리는 정책일 뿐 돈 없는 청년들에겐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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