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세혐의로 기소, CJ 비자금은 여전히 ‘미궁’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원곤)은 지난 22일 미술품 거래과정에서 매출 기록을 조작해 수십억 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홍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홍 대표가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고가 미술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매출가액을 허위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모두 30억여 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홍 대표는 약 150억 원 상당의 미술품을 거래하면서 회계장부에 매출액을 축소·누락하거나 원가를 임의로 기재하는 등 고의로 법인소득을 줄여 세금을 탈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면 100억 원에 사서 200억 원에 팔면 100억 원이 소득이지만, 다른 그림을 묶어 판 것처럼 꾸며 그림의 원가는 190억 원으로 올리고 소득은 10억 원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탈세에 이용된 작품 중에는 미국의 추상화가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의 ‘페인팅 11’,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세테벨로’,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메타그라피크 흉상’ 등 작품당 수십억 원에 거래되는 고가의 미술품도 있었다. 특히 55억원이 넘는 ‘페인팅 11’은 검찰이 지난 2011년 담철곤(58) 오리온그룹 회장을 수사할 당시 담 회장의 자택 식당에서 발견돼 세간에 알려진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홍 대표는 해외 고급 가구를 수입·판매하면서 수입가를 누락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실도 확인됐다.
홍 대표는 3~4차례에 걸친 검찰조사에서 혐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착오가 있었을 뿐 탈세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홍 대표의 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미갤러리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와 광범위한 계좌추적 등을 통해 수상한 자금 흐름을 분석했지만, 홍 대표와 탈세를 모의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결론 냈다.
다만 수사의 시작이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수사가 계속된다. 검찰은 홍 대표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를 보강 수사를 거쳐 처벌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서미갤러리와 CJ그룹 간 미술품 거래 규모가 200여건으로 1000억 원대에 달하는 등 내용이 방대한 점을 고려해 국세청에 분석을 요청한 상태다.
홍 대표가 다시 검찰의 주목을 받게 된 데는 얼마 전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터다. 홍 대표는 올해 초 국세청으로부터 탈세혐의로 고발돼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CJ그룹 비자금 사건 조사중 서미갤러리를 통한 미술품 거래 과정에 의혹이 불거지면서 홍 대표로 수사 방향이 옮겨졌다. CJ그룹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은 5월 홍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2차례 소환해 미술품 거래 경위와 구입내역 등 전반적인 거래 과정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CJ그룹이 홍 대표의 미술품 거래 수법을 이용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비자금을 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01~2008년 서미갤러리로부터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 1422억 원어치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구입가격을 실제 지급한 돈보다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거나, 미술품 구매대금의 출처가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다.
◇미술계 비리 대모 홍석원은 누구?
홍 대표는 미술품 비리의 대명사 같이 각종 의혹에 이름을 내걸고 있는 인물이다. 미술계에서는 ‘큰손’으로 불리고 있지만 ‘미술품’은 ‘돈세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군다나 서미갤러리는 지난 1996년 파카소와 칸딘스키 판화 복제품을 속여 판매했다 화랑협회로부터 제명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화랑협회는 홍 대표가 지난 2012년 저축은행 CEO와 불법 교차 대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자 급기야 ‘무기한 권리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홍 대표의 이름이 재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삼성그룹의 해외비자금 조성 의혹이 한창일 당시 홍라희 관장이 비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서미갤러리로부터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거액을 주고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터다.
당시 홍 대표는 검찰의 압수수색에도 행방이 묘연했던 80억대에 이르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소장해 오며 홍라희 관장과 의리를 지킨 일화로 유명해졌다.
이후 홍 대표는 재계와의 고가 해외미술품 거래로 부상하면서 각종 미술품을 통한 비리의혹에 단골손님이 된다. 2011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의혹 수사 당시에도 서미갤러리가 등장,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도 홍 대표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당시 검찰은 담 회장의 비자금 세탁 장소로 서미갤러리와 홍 대표를 지목했다. 서미갤러리는 오리온그룹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물류창고 용지를 부동산 시행업체인 E사에 싸게 팔고, 이후 그룹 계열사인 메가마크가 고급 빌라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미술품 거래 형식으로 세탁해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차례 수사 받았다. 결국 담 회장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2012년에는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으로부터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의 불법 교차대출 과정에 개입한 의혹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홍 대표는 솔로몬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1주당 2300원인 주식을 액면가 5000원에 매입하는 데에 30억원 가량을 투자한 의혹을 받았다. 이에 앞서 홍 대표는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으로부터 박수근 화백의 ‘두 여인과 아이’ 등 미술품 5점을 담보로 맡기고 285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져 두 저축은행간 불법 대출의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그야말로 몇 년간 거론된 미술품 관련 비리에서 홍 대표의 이름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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