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사퇴’…되풀이된 ‘비극’

최병춘 / 기사승인 : 2013-11-11 10: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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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수장 교체 반목, 관치·측근인사 비판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이석채(68) KT 회장 중도하차했다. 검찰의 전방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퇴의 길을 선택했다.


이 회장이 퇴진은 어느 정도 예견 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의 주요 임원들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시작으로 이들의 각종 비리·배임 의혹과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으며 관치경제와 측근경영 폐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노동조합의 저항도 거셌다.


또 정권은 교체될 때마다 KT 수장 자리가 바뀌어 왔던 점을 미뤄 볼 때도 이 회장의 퇴진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친 MB맨이자 MB정권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인물이었던 만큼 더했다.


이제 검찰은 이 회장을 향했던 수사에 속도를 올리는 모양세다. 재계와 정계에서는 KT의 새로운 수장자리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고강도 수사압박 결국 중도하차


지난달 22일 검찰의 KT 압수수색은 이 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치명적인 계기가 됐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을 KT 본사 사옥과 관계사 사무실, 임직원 자택 등 모두 16곳에 보내 하드 디스크와 회계장부,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하며 이 회장을 향한 수사를 본격화 했다.


검찰이 수사를 착수하게 된 데는 KT노조와 참여연대가 이 회장이 KT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매각해 회사와 투자자에 최대 869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접수한 고발장이 단초가 됐다.


앞서 지난 2월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스마트애드몰사업, 오아이씨 랭귀지 비주얼 사업, 사이버 엠비에이 사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1차 고발한데 이은 2차 고발이었다.


당시에도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번 2차 검찰 수사는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 31일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개인비리 혐의설까지 제기되면서 이 회장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배임 및 비리혐의를 포착하기 위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여기에 지난 주 국정감사에서 무궁화위성 불법 매각 시비까지 불거지면서 이 회장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던 지난달 26일 이 회장은 돌연 아프리카 르완다로 해외일정 떠났다.


당시 르완다 일정을 소화할 때만 해도 기자들과 만남에서 “나는 정면 돌파란 단어를 모른다”면서도 “내 할 일 할 것이다. 세상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 심겠다는 그런 것이다”고 밝히는 등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이달 1일 검찰이 재차 압수수색을 추진했고 국내에서는 노조와 시민단체, 야당을 중심으로 이 회장의 강제소환을 검찰에 요구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등 압박강도를 높이자 귀국과 동시에 사퇴키로 했다.


더 이상 회장직을 그대로 고수했다가는 자신은 물론 KT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3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사퇴의 변을 달았다.


◇KT 새 CEO는 누구? 정·제계 유력인사 거론


이 전 회장의 사퇴 여부와 별도로 검찰의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 비서실장을 비롯해 회사 임직원들을 잇따라 소환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스마트몰 사업 추진과 사옥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쳤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임원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한 뒤 이 중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어 이 전 회장이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 만큼이나 더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새로운 KT 수장자리에 누가 오를 것인가이다.


정·제계 출신 유력인사와 민간출신 IT전문가들, 전직 고위관료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계 인사로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름이 나오는 가운데 새 정부의 핵심 세력인 ‘친박’ 출신 전직 국회의원들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의 인사관행을 볼때 지난 대선을 전후로 정보통신 정책 및 공약과 관련해 자문을 해온 의외의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직 고위관료로는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거론되고 있다.


민간출신 인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전자의 ‘스타CEO’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유명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정보통신기술 전문가인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거론되는 등 삼성 출신 전문 경영인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KT 출신인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도 삼성출신 후보군에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최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자타공인하는 IT전문가이자 KT주무부처인 정통부장관을 지낸 경력이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이미 KT회장 자리가 진 전 장관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예견된 비극, 정권마다 바뀌는 KT ‘회장님’


이 회장의 퇴진은 관치경제와 측근경영이 이번에도 반복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 경제기획원과 청와대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이다. 경복고 출신으로 문민정부 시절엔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이 회장은 2009년 당시 정권이 퇴진 요구를 거부하던 남중수 사장을 대신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여기엔 당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김영삼 전 대통령 쪽의 부탁이 있었다는 설이 나돌았다.


이 회장은 취임 뒤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휘어잡고 케이티와 케이티에프(KTF) 합병, 인력 6000여명 감축, 아이폰 도입 등을 밀어붙였다. 내부적으로는 측근들의 마구잡인 인사와 경영실적 악화 등으로 노조와 갈등을 일으키는 등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KT노조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와 같은 비극의 단초가 친정권 낙하산 인사의 폐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의 중도 하차로 정권교체 때마다 낙하산인사, 외압퇴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KT, 포스코, KB금융지주(국민은행) 등 ‘무늬만 민간기업’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KT가 공기업(옛 한국통신)에서 정부지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정권교체에 따른 외풍은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


본격적인 파동이 일기 시작한 건 민영화 2기 수장으로 임명된 남중수 전 사장 때부터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남 전 사장은 첫 임기가 끝날 무렵 무리하게 연임을 시도했다. 원래 임기종료는 2008년이었는데, 주총을 앞당겨 정권교체 직전인 2007년 말 연임을 관철시켰던 것이다.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자 ‘노무현정부 인사’로 분류된 남 전 사장은 계속 교체설에 시달렸고 결국 검찰수사가 시작됐고 2008년11월 뇌물죄로 구속 수감되면서 결국 KT사장에서 낙마했다. 이어 경쟁사 사외이사경력으로 부적격 논란이 일었던 이석채 회장이 정권의 지원 속에 후임으로 낙점, 지난해 3월 연임도 성공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중도하차로 이어진 것이다. 구체적 내용은 다르지만, 5년전의 일이 되풀이 된 것이다.


이에 더이상 KT가 정치권 인사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소리도 반복되고 있다.


이해관 KT새노조위원장은 “KT 수장에 정치권 인사를 앉히기 보다는 통신 전문가를 앉히는 게 KT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면서 “통신 전문가를 앉혀야 현재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KT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전했다.


KT 내부에서는 이제는 외부 낙하산 인사가 아닌 KT 내부 인물 중 경영능력 등 자격을 갖춘 인물이 중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KT의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전제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KT 노동조합은 4일 성명을 내고 “CEO 선임절차는 가장 신속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신임 CEO는 무엇보다 권력과 재벌로부터 자유롭고 사회공공성과 통신비전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계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5일 사의를 표명한 이석채 KT 회장의 후임 인선과 관련해 “민간기업 KT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라며 투명한 인선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 역시 빈 KT회장 자리에 자기 사람을 꽂아 넣는다면 선 검찰수사 후 압박으로 KT를 차지하려는 꼼수를 스스로 고백하는 격이 될 것”이라며 현 정권을 겨냥하면서 “KT는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정권 측근 낙하산 인사’를 거부할 수 있는 명확하고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확보하고 강력한 의지로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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