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우리가 한국기업? 글쎄~"…정체성 '논란'

최병춘 / 기사승인 : 2013-11-25 09: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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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부품 ‘금지’… “美 본사 말 따를 수밖에”

▲ 한국지엠주식회사는 지난 2월 22일 경기도 부평 본사에서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 사장과 GMIO 팀 리 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한국GM을 이제 한국기업이라고 바라볼 시기는 지난 것 같다”


과연 한국GM을 한국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정체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GM 관계자가 건네 온 대답이다.


한국GM은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가 대부분 해외 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브랜드 임에도 대우자동차를 전신으로 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강하다.


주요 생산기반이 국내에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대우차 시절 생산·판매된 모델들이 계승돼 국내외로 판매되고 있고 내수 시장에서는 엄연히 국산차로 분리되는 등 외국차가 아닌 한국차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때문에 한국GM측의 이 같은 발언은 다소 놀랍다.


◇한국GM “개성공단 부품 사용 말라”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한국GM이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부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 협력업체에 보내면서 불거진 ‘정체성 논란’에 대해 한국GM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한국GM은 지난 9월 로위나 포르니카 GPSC(공개경쟁입찰제도)부문 부사장 명의로 ‘개성공단 관련한 한국GM 정책’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협력업체에 보냈다.


이 공문은 납북협력 공단인 개성공단을 북한 영역으로 간주, 전 협력업체에게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은 “우리는 남북 협력공단인 개성공단 운영이 곧 재개 될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협력업체들에게 개성공단은 미국의 제재규정에 저촉되는 북한 영역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므로 GM의 공급망에는 1차, 2차 혹은 그 외의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모두 포함해 개성공단 또는 그 외 북한 영역에서 공급되거나 생산되는 제품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또 “동일한 제재는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에도 함께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의 적성국 제재 규정 때문이다. 미국의 본사를 둔 GM의 정책을 한국법인인 한국GM이 그 규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적성국가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GM 본사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고 답할 뿐 이었다.


이 같은 조치에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의 특수성을 무시한 태도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은 한국정부와 북한이 공동 협의로 만들어진 공단으로 남북 경제 교류 뿐 아니라 나아가 남북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발판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때문에 이번 결정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적 특수성 뿐 아니라 국민 정서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은 엄연히 한국기업 제품인데도 적성국가 규제라는 명분으로 이를 막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 GM이 대북 관련 기장이 있을 때 마다 제기돼 왔던 한국 철수설이 불거졌던 사례와 맞물리면서 이번 공문 사례를 두고 ‘한국GM을 과연 한국기업이 맞는가’라는 기업의 국가 정체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 언론은 이번 공문 문제와 관련해 “수출할 때는 GM 브랜드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엄연히 국산차로 분류된다”며 “국산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개성공단 제품을 쓰지 말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따져 물었다.


또 “현재의 논리라면 한국GM이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 모델은 단지 미국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GM, 한국기업인가? 외국기업인가?


사실 이 같은 한국GM의 정체성 논란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한국GM이 국산차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으로서가 아닌 미국 GM의 지역 생산기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GM은 미국 GM이 7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반면 토종지분은 17%에 불과하다. 말그대로 외국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GM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몰락한 대우자동차를 2001년 GM이 인수하며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라는 이름에서 지난 2011년 ‘대우’라는 이름을 때고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또 대우라는 이름을 지우는 동시에 ‘쉐보레’라는 GM의 유명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전북 군산, 충남 보령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GM은 내수 시장서 국산차로 분류, 국내 시장 점유율 10% 안팎을 유지하며 국내 자동차 브랜드와 경쟁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브랜드 다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10월에는 내수판매는 전년 동월 1만3159대 대비 5.8% 증가한 것으로, 이는 올 들어 월 최다 판매기록인 동시에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최대 10월 판매기록을 세우며 선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제기되는 정체성 논란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GM의 계속된 시장 철수설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GM은 완성차 78만 대, CKD(반조립 제품) 128만 대, 도합 206만 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지난해 글로벌 GM의 판매량이 929만 대이니 이 중에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마티즈를 전신으로 한 브랜드 스파크를 비롯해, 아베오, 크루즈 등 중·소형차 부문 생산을 도맡아 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GM 차량은 지난해 15만 대가 채 되지 않는다. 완성차 생산량만 놓고 봐도 20%가 내수용이고 80%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쟁력이 수출 분야에 집중되면서 글로벌GM의 생산기지일 뿐 아니냐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GM의 크루즈 차종의 국내 생산 중단 결정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한국 철수설’이 끊임없이 제기 되면서 이 같은 인식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말부터 해외 언론에서 ‘단계적 생산기지 철수’라는 내용의 보도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온 배경에도 북한의 도발과 한국의 정치적 문제, 노동조합 문제 등이 거론됐다.


일단 GM이 올해 초 8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시장 철수는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국GM 관계자는 “크루즈 생산 중단 결정 등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일 뿐”이라며 “한국GM에 대한 기대감과 전략적 중요성이 없다면 거액의 투자 계획을 세울리 만무하다”며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한편, 이번 개성공단 부품 거래 금지 정책으로 ‘과연 한국GM이 국내기업인가?’라는 논란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한국GM을 한국 기업으로만 바라볼 시기는 지난 것 같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삼성그룹을 더 이상 한국만의 기업으로 보기 힘들 듯 GM도 마찬가지”라며 “한국GM도 특정 국가의 기업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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