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교과서 채택문제 정치권 이념싸움으로 ‘변질’
박근혜 정부, ‘교학사 출판물 구하기 작전’ 시작되나
與, 국정교과서 전환 검토vs 野 ‘유신교육 회귀’ 반발
국정교과서 전환 ‘장외공방’ 가열...교학사 채택 0%대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일선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채택을 놓고 대한민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루고 있다. 논란의 불씨를 지핀 곳은 교과서 전문 출판사중 하나인 교학사. 교학사가 전국 고등학교 대상의 교과서 채택을 목적으로 집필하고 출간한 역사교과서가 우편향적인 내용으로 기술돼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당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일선 고등학교 대부분이 철회를 선언하자 이번에는 해당 출판사 및 보수단체, 정부의 교육부가 나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며 강하게 비판에 나섰다. 이 문제는 결국 진보와 보수, 좌우 이분법적 이념논리로까지 극하게 치닫는 모습이다. 결국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갈 미래의 주역들인, 청소년들의 역사교과서 선정이 그 내용의 적합성을 따져야할 본질은 뒷전인 채, 정치권과 어른들의 이념싸움의 장으로 확전하는 모양새다.

◆새누리, 교학사 잇딴 채택철회에 국정교과서 체제 주장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철회가 잇따른 가운데 여야가 국사 과목을 국정교과서 체제로 환원하는 방안을 놓고 장외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분단 체제에서 국가적 통일성이 필요한 과목은 국정교과서로 채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유신 교육으로의 회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역사 교과서는 10월 유신 직후인 1974년부터 국정으로 발행되다가 2002년 근·현대사 교과서 때부터 검정으로 전환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사인 김희정, 유기홍 의원은 지난 9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역사교과서 논란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김희정 의원은 당 지도부가 국사 과목의 국정교과서 전환 검토 의견을 밝힌 데 대해 “당의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현행 체제를 그대로 가져갈 지,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지에 대한 관점에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것도 함께 고민해야할 타이밍이고, 유력하게 검토할 수 있는 방안에 국정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가적 통일성이 필요한 교과목의 경우 국정교과서를 채택한다. 과연 역사교육이 국민의 교육적 차원에서 국가적 통일성이 필요한 교과목이냐 아니냐는 국민들이 판단해줄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 역사왜곡을 일삼고 있는 주변국가로 있던 나라가 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교과서 기술에서 새누리당은 종북적인 기술을 한 교과서가 많았다는 것이고, 민주당이 문제제기한 친일적인 언급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쳐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정확하게 분단 문제나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사실에 기반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특수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는 드물다고 병렬적인 관계에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교육부가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한 20개 학교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한 데 대해선 “공식적으로 외압이 있었던 부분은 철회 과정에서의 문제제기이므로 조사한 것이고, 실제로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있다”고 옹호했다.
반면 유기홍 의원은 국정교과서 환원 움직임에 대해 “지금 국정교과서를 하고 있는 나라들은 북한, 러시아, 베트남, 몽골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이나 개발도상국 몇 개 나라에 불과하다”며 “국정교과서로 돌아가자는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고, 다시 유신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그는 “국정교과서를 한다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들텐데 유영익 위원장 같이 편향된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해 놓은 상태에서 수능에 필수로 해놓은 상태에서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에 대한 교육부 조사에 대해선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를 언급하고, 여당 실세들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낮다고 개탄하자 조사하겠다고 발표했고, 하루 만에 결과를 발표해 교육부가 교학사 교과서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며 “이 자체가 외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시위로 해당 학교가 교과서 철회에 대한 압박을 느꼈다는 지적에 대해선 “특정 단체로 전교조를 매도하는데 사실 그 지역 시민단체와 학부모, 동문들이었다”며 “상산고 같은 경우 총동문회가 나서서 시위를 했다. 일방적으로 매도할 문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민주, 與 국정교과서 추진 십자포화…“유신교육 회기”
민주당은 9일 새누리당의 역사과목 국정교과서 환원 검토에 대해 “독재적이고 독선적 인식”이라며 “다시 유신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고위정책-정치개혁특위 연석회의를 열고 “채택률 0%대인 교학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채택해서 100%로 만들겠다는 역주행이고 독선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전 원내대표는 “유신 회귀적 발상이며 친일 독재 미화 역사를 국정 교과서 통해서 국민의 머리에 주입하겠다고 하는 독재적이고 독선적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교과서 환원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인 교학사를 학생과 학부모가 집단적으로 거부한 것은 집단지성의 결과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학생, 학부모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이상 역사와 교육을 이념의 논쟁에 끌어들여서는 안된다. 유신망령, 독재유혹에서 허우적이 아니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재정 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의 ‘교학사 출판물 구하기 작전’이 시작됐다”며 “사력을 다해 지키려 했던 교학사 출판물, 채택률이 0%대가 되자 ‘국정교과서’ 얘기를 꺼내고 있다. 채택 과정 따위가 필요 없도록 대놓고 친일·독재미화 교과서를 만들어 내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배 대변인은 “부실과 왜곡 투성이의 출판물을 무리하게 검정통과시키고는 국민들의 정당한 비판까지 외압으로 몰아 특별조사를 벌인 정부다. 국민 앞에 자라나는 미래세대 앞에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며 “이 모든 혼란의 책임자인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즉각 사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유기홍 의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국정교과서를 하고 있는 나라들은 북한, 러시아, 베트남, 몽골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이나 개발도상국 몇 개 나라에 불과하다”며 “국정교과서로 돌아가자는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고 다시 유신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 의원은 “국정교과서를 한다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들텐데 유영익 위원장 같이 편향된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해 놓은 상태에서 수능에 필수로 해놓은 상태에서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도종환 의원도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국정으로 가는 것은 과거 회귀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국가 또는 선진 국가에서는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주의를 관철하려고 하고 정치적, 집권정당의 지배 이념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야, 역사교과서 왜곡 논란 격화
최근 일부 고등학교가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역사 왜곡 논란이 일면서 잇따라 철회 입장을 밝힌 것을 놓고 여야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행 검인정 체제인 역사교과서를 과거 국정 교과서로 환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검정제도가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논란을 확대·재생산한다면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국정 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역사인식에 대한 분열은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역사는 진영논리 따라 춤을 춰선 안된다. 미래세대에게 잘못된 역사관이 주입된다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만큼은 이념을 떠나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비교 판단할 수 있도록 국가가 공인하는 역사교과서를 당 차원에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는 10월 유신 직후인 1974년부터 국정으로 발행되다가 2002년 근·현대사 교과서 때부터 검정으로 전환했다. 반면 야권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일부 학교의 채택 취소를 국민의 심판으로 규정하고 정부를 비난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교학사 논쟁이 국민의 심판을 받고 있다. 채택률이 0%대라고 한다”며 “새누리당 정권이 역사 전쟁이라 하면서 교과서를 이념으로 왜곡하려 했지만 국민들은 진실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권력이 자신의 입맛대로 역사를 왜곡하려고 해도 지난 역사가 이제 와서 바뀔 수는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참으로 어리석고 무서운 정부”라고 비판했다.
박혜자 최고위원은 “교학사 채택과정에서 있었던 학교장 외압 논란 땐 가만히 있다가 교육주체들의 자발적 요구에 따라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철회한 것은 외압 운운하며 조사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면서 “특별조사가 외압이다. 특별조사는 교학사 구하기에 집착하는 교육부가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시민단체의 정당한 호소와 표현이 외압?…교육부 ‘이중 잣대’”
교육부가 교학사 교과서를 한국사 교재로 선정했다 철회한 전국 20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진행, 일부 학교에서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리자 진보 성향의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오늘 교육부의 특별조사 결과 발표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이중 삼중 보호막을 치면서 또 다시 죽어가는 교학사 교과서를 살려보겠다는 선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결국 교육부의 특별조사 목적은 교과서 사태의 책임의 화살을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에게 돌리는 것”이라며 “추후 발표하겠다는 제도 개선안은, 채택을 미룬 학교들에게 교학사 교과서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예측했다.
2001년 한국 침략을 정당화한 일본 후쇼사 교과서가 일본의 문부과학성 검정심사를 통과했을 때 교육부가 일본 내 시민단체와 함께 후쇼사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점을 지적하며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시민단체들의 정상적인 의사개진들을 뭉뚱그리며 외압으로 매도하면서 한국 정부의 후쇼사 교과서 불채택 운동은 정상적인 행위로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라고 강조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률 0%대…한민고만 남아
한편 1월 9일 기준,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를 한국사 교재로 채택한 고등학교가 전국적으로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 등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국회의원 14명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 부터 받은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선정채택현황' 자료를 집계한 결과 전국 1794개 고등학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한국사 교재로 선택한 학교는 파주 한민고 1곳인 뿐 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률은 0.06%다.
전국 고등학교 수는 2322개교 이지만 나머지 528개교는 한국사가 고2때 편성돼 있어 올 11월 교과서를 선정하기 때문에 이번 집계에서 제외됐다.
경북 청송여고도 당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으나 이날 오전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교학사를 한국사 교과서로 선정한 파주 한민고 역시 “한국사 교과서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고 밝혀 이 학교까지 입장을 철회해 교학사 교과서를 최종 선택하지 않을 경우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0%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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