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세헌기자] 당신의 주변에 (당신을 포함해) ‘나쁜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지?

사실 당신이 생각하는 ‘나쁜 사람’은 아예 없거나 의외로 적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선과 악, 도덕에 관해서라면 대체적으로 관용을 발휘한다. 스스로를 ‘착한 사람’, ‘도덕적 인간’이라 칭하고, 타인의 도덕성에도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착한 사람’이라는 전제를 놓고 본다면 사회는 반드시 좋은 쪽으로 갔어야 했다. 상반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인격, 인지, 사회 변화에 관한 대학연합 심리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로랑 베그.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그의 저작인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는 우리가 그동안 착각했던 ‘도덕 심리’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인간 본성을 도덕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두고 풀어내고 있다.
로랑 베그는 이 책에서 특정한 도덕관념이나 보편적 판단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저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고,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모습을 수많은 실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책은 ‘도덕적 인간’이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을 담고 있다.
‘착한 사람’ ‘예의 바른 사람’ ‘개념 있는 지식인’을 내세우며 스스로가 도덕적 인간임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지하철 옆자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도덕성을 끌어모아 곱게 포장해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해 개인의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곳에 배치하는 것은 비단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도덕은 타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고귀한 도덕성이 그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좌우된다니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그 모습을 바꾸는 인간의 도덕성은 이 책의 실험과 사례에 따르면 매우 많다.
이 책에 소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깅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보다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좀 더 열심히 달린다고 한다. 또 위생수칙이라는 측면에서도 공중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볼일을 보고 나서 손을 씻는 빈도가 높다.
또 이타적인 행동을 요청할 때에도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권할 때, 사회적인 인맥을 고려하게 만들 때, 전화보다는 직접 얼굴을 보고 부탁할 때, 특히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탁할 때 그 요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 반면 성금 따위를 봉투에 넣어서 내게 하면 모금액은 확연히 줄어든다.
이같은 현상과 관려해 지은이는 우리의 도덕성이 태어나자마자 타인에 의해, 사회가 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정해진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우리는 태어난 지 단 몇 분 만에도 도덕성을 평가받는다. 사회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나’의 말과 행동, 외모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결과는 우리의 사회적 교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은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우리가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유는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그 마음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좋은 사회이건 나쁜 사회이건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전혀 도덕적이지 않은 나쁜 일임에도 모방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사회적 기대에 얼마나 잘 부응하는지에만 관심을 쏟다가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것 역시 인간이 사회에 더욱 단단하게 결속되기 위한 도덕적 열망의 표현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인간은 자기만족적 경향에 힘입어 자신에게 유리한 사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실패는 운이 없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심술을 부려서 일어난 일로 치부하고 만다.
지은이는 이에 대해 우리가 심각한 ‘평균의 착각’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중간 이상은 된다고 믿고 있으며, 자신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고, 남보다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자기만족은 매우 보편적이며, 사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불화의 싹을 은닉하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특별한 존재로 꾸미기보다는 그들 사이에 묻어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도덕적 인간은 위대하다’고 역설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의 동기는 인간의 사회성에서 근원한다. 다소 비겁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 인간들도 따지고 보면 ‘함께 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다른 사람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호모 모랄리스’, 즉 도덕적 인간의 진정한 동기이며, 그런 생각이 인간에게 심리적 충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도덕은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이 빠질 수 있는 거의 모든 도덕적 난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보상과 처벌은 과연 효과가 있는가, 돈이 없어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와 같은 사회적 명제에서부터 ‘나는 평균 이상’이라고 착각하며 자신에게만 관대한 자세로 살아가는 인간의 지극히 개인적인 본성을 살펴본다.
특히 도덕적 인간이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 역시 보여준다. ‘도덕의 정의’에 대한 고민 없이는 ‘좋은 사회’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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