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판정 사태 막기 위해서라도...” 새누리당의 궤변
야당 비난은 물론 문 의원 지역구도 반발
복당 경험자 홍문종 사무총장, 문대성 복당 주도
논문 표절 의혹으로 새누리당을 떠났던 문대성 의원이 복당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20일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의원에 대한 복당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히고 문 의원의 당적을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문 의원, IOC 위원으로 할 일 많다!
새누리당은 “문제가 된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조사를 중단했고, 문 의원이 IOC 위원으로서 체육계에서 당과 국가를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1일 새벽,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어처구니없는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치자 새누리당은 이를 문 의원 복당의 근거로 연결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심재철 최고위원은 21일 오전 한 방송에 출연하여 김연아의 채점 의혹과 관련해 “이런 것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계속 키워나가야 하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며, “문대성 의원이 국제 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으로 있는 만큼 대한민국 체육계를 위해서 일할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서 복당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새누리당의 설명에는 타당성이 떨어진다. IOC 위원으로의 활동하며 국제 스포츠 외교 능력을 키우는 것에 새누리당 당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으로 밖에 귀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김연아의 경우를 끌어들여 억지 춘향 식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 영웅, 논문 표절로 배신자 낙인
문 의원은 지난 2012년 3월, 새누리당의 후보로 부산 사하갑에 출마했다가 논문 표절 의혹을 받았다. 문 의원이 2007년 8월, 국민대 대학원에 제출한 ‘12주간 PNF(스트레칭의 일종)운동이 태권도 선수들의 유연성과 등속성 각근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이 같은 해 2월 명지대 대학원에 김 모씨가 제출한 논문 ‘태권도 선수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PNF 훈련이 등속성 각근력, 무산소성 능력 및 혈중 스트레스 요인에 미치는 영향’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심지어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내용이나 표현이 일치한 수준을 넘어 오기된 내용까지 같아 “사실 상 복사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도 일었다.
문 의원은 당시의 표절 논란에 대해 “논문 작성 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과도하게 인용하고 그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점은 인정하되, 연구 방법이나 결론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표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물보다는 소속정당이 당락을 결정하는 지역구의 특성상 문 의원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논문 표절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게다가 문 의원이 논문을 제출한 국민대에서 조차 해당 논문에 대해 표절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2012년 4월 20일, 문 의원의 논문이 명지대 김 모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중복 되는 것은 물론 상당 부분이 일치하여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났다고 설명하며 표절이라고 밝혔다.
금메달리스트의 ‘정정당당’ 사라진 문대성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남자 태권도 80kg급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문 의원은 2008년, 임기 8년의 IOC 선수위원이 되며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새누리당 후보로 총선에 나선 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는 질타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국민은 문 의원의 문제를 ‘영웅의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사건 이후 문 의원의 대응과 행보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표절 의혹과 관련해 명쾌한 해명이나 시인보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했고,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공고했다가 취소하는 등 알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또한 당시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을 거론하며 “정 의원이 자신의 논문과 관련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한다면 나도 그렇게 하겠다”라고 말해 올림픽 무대 정상에 섰던 체육인의 정정당당함마저 져버린 비겁한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표절 심사를 진행한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에는 “야당의 압박에 의해 적법하게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문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탈당했다. “새누리당의 쇄신과 정권재창출에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표절 문제와 이후의 행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은 새누리당에 대한 책임만 질 뿐, 국민적 공분과 배신감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또한 마찬가지였다. 탈당으로 인해 새누리당과 무관한 인사라고 했지만 당적이 없을 뿐 사실 상 새누리당원이나 다를 바 없는 문 의원에 대해 탈당으로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헝가리에서는 팔 슈미트 전 대통령이 박사학위논문 표절로 학위 취소는 물론 대통령직까지 사임한 바도 있었다.
의석 확보를 위한 새누리당의 흑묘백묘론
새누리당은 문 의원을 복당조치하며 “논문 표절은 의원직을 박탈당할 일도 아니었다” 라고 하며 “야당에는 이보다 더한 논문 표절자가 중진으로 있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역풍이 만만치 않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은 물론 내부적인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문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하갑 지역의 당원 100여명은 “논문 표절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문 의원의 복당은 새누리당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문 의원 복당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문 의원 끌어안기’에 나섰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석 한 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최근 문 의원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으로 입당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뜬금없이 문 의원의 IOC 선수위원 자격과 체육계에서의 역할 등을 이유로 꺼내 들었지만 속내는 신당 입당 기자회견까지 준비됐다는 소문이 돌았던 문 의원을 지키며 의석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야권, 홍문종 싸잡아 함께 비난
야권의 비난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구태정치를 이어가겠다고 천명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이러한 선택에 대해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문 의원에 대한 복당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에게도 “복당한 사람만이 복당하고 싶은 사람의 속마음을 잘 아는 모양”이라며 화살을 겨눴다.
홍 사무총장은 지난 2006년 7월, 당 지도부의 골프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12명이 숨지고 엄청난 이재민이 발생한 강원도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새누리당에서 제명당했지만 2012년 복당 조치됐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위원은 당시의 홍 사무총장 복당에 대해 “인적쇄신 차원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비대위원 과반이 반대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 복당조치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이어 통합진보당과 정의당도 문 의원의 복당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다. 통합진보당의 홍성규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후안무치’, ‘뻔번한 정치’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새누리당에게 최소한의 염치와 준법정신을 촉구하는 것조차 과도한 기대”라고 말했다.
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은 “부정과 비리, 성범죄와 표절 등 온갖 부적격 공직자를 배출한 새누리당이 논문 표절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문 의원을 다시 품는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이 다시 뭉치는 격”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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