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위 신한은행도 남은 4경기에서 1승만 챙기면 자력 2위가 확정되는 상황이어서, 이제는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이 펼치는 3위 싸움만이 WKBL의 마지막 이슈로 남게 됐다.
한 때, 리그 최하위로 떨어지며 자존심을 구겼던 삼성생명은 샤데 휴스턴의 영입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신바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탄력을 받은 후반기 성적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지난 2월 8일 하나외환에게 75-72로 승리를 거둔 이후 파죽의 7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3위 KB스타즈를 1경기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삼성생명이 7연승을 거둔 것은 지난 2010-11시즌 당시였던 지난 2010년, 개막 후 8연승을 거둔 이후 3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3일 하나외환전에서 다시 승리를 거둔 삼성생명은 16승 15패를 기록하며, 올 시즌 처음으로 승리가 패배보다 많은 상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편, 5라운드 초반 4연승의 기세를 올리며 4위와의 승차를 4게임차까지 벌려 사실상 플레이오프를 확정짓는 듯 했던 KB스타즈는 외국인 선수 커리가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지며,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삼성생명의 추격을 허용했다.
게다가 WKBL이 심판설명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오심을 인정한 신한은행전의 불운의 패배까지 겹치며 살얼음판의 리드를 이어가고 있다. KB스타즈의 현재 성적은 17승 14패. 6라운드까지 삼성생명과의 맞대결은 3승 3패로 호각이었다.

KB스타즈는 그러나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당한 억울한 패배 이후 더욱 더 팀이 하나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커리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삼성생명 모두 좋은 팀이지만, 우리 팀 역시 챔피언십에 모자람이 없는 팀”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챔피언전에 간다는 것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해 본 적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5라운드 막판부터 갑작스러운 부진으로 팀 연패의 원인을 제공했던 커리는 최근 속죄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자신이 왜 WNBA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선수들 역시 플레이오프를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4위까지 플레이오프 티켓이 주어졌던 지난해, KB스타즈는 줄곧 3위를 지키다가 외국인 선수 문제가 터지며 삼성생명에게 밀리며 4위로 시즌을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도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올 시즌에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다. 삼성생명의 이호근 감독은 연승을 이어오는 동안 쉽지 않은 근소한 점수 차의 승부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생명은 연승 초반 하나외환에게 3점차, KDB생명에게 1점차, KB스타즈에게 4점차, 신한은행에게 3점차 등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펼친 끝에 승리를 거머쥐며 연승을 이어갔다.
이미선이 건재하고, 샤데가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량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던 선수들이 연승을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부분은 삼성생명에게 분명히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한 연승으로 인해 탄력을 받은 시너지 효과는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을 넘어서는 정신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3년 만에 7연승을 달리고 있는 삼성생명이라는 폭주기관차의 승리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KB스타즈의 서동철 감독과 삼성생명의 이호근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의 전승을 선언했다. 3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다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12일에 용인에서 펼쳐지는 양 팀의 맞대결 결과가 결국 3위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양 팀의 승차가 1게임차로 좁혀졌던 6라운드 4번째 경기가 종료되었을 당시의 일정에서 유리한 쪽은 KB스타즈보다는 삼성생명이었다. KB스타즈는 플레이오프가 멀어졌음에도 최근들어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전력의 안정감을 찾아가며 경기를 통해 최소한의 자존심을 증명하고자 하는 KDB생명과의 백투백 경기를 펼쳐야 했고, 삼성생명은 KDB생명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됐지만 KDB생명과는 달리 완전히 동기 부여가 안 되며 코트 위에서 집중력을 잃은 하나외환과 백투백 경기를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하나외환과의 경기에서 예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삼성생명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경기를 압도했다기보다 하나외환이 스스로 자멸한 경기였다. 노련한 이미선은 무너지는 하나외환의 약점을 놓치지 않았고, 이미선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삼성생명은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KDB생명 역시 예상대로 탄탄한 경기력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KB스타즈는 고비를 넘겼다. 첫 경기에서 외곽포가 전천후로 폭발하며 KDB생명의 공세를 돌려세운 KB스타즈는 두 번째 경기에서는 초반 10점차까지 뒤지며 어려운 상황에 몰렸지만, 커리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연승을 이끌었다.
이제 KB스타즈와 삼성생명에게 남은 경기는 4경기. 서로 간의 맞대결 전까지 KB스타즈는 5일 우리은행, 7일 신한은행과 경기를 갖고, 삼성생명은 6일 KDB생명, 9일 신한은행과 경기를 갖는다.
12일 맞대결이 승부처라고 봤을 때 남은 일정에서 유리한 쪽은 KB스타즈다. KDB생명과의 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잔여일정에서의 불리함이 오히려 유리함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은행이 비록 정규리그 우승팀이기는 하지만, 이미 1위를 확정지은 상황에서 잔여경기에 주전을 모두 투입할 이유는 없다. 특히, 정규리그 우승 확정을 위해 신한은행과의 연이은 혈전에 올인을 한 우리은행이 바로 다음 경기인 KB스타즈 전에 무리한 선수 운용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위성우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후에는 챔피언 결정전을 위한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우리은행의 주력 선수들 역시 체력적인 부분의 안배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설령 우리은행이 전원 주전선수들로 경기에 나선다 해도, 바로 전 경기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선수들이 이전과 같은 집중력을 꾸준히 발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삼성생명보다 1게임차의 리드를 잡고 있는 KB스타즈는 맞대결 이전의 두 경기를 모두 패한다고 해도 맞대결에서만 승리하면 플레이오프 진출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KB스타즈가 2연패를 당한 후 9연승을 달린 삼성생명과 만난다면 오히려 1게임차로 삼성생명이 앞서게 되지만, KB스타즈가 맞대결만 잡으면 동률을 이룸과 동시에 팀 간 대결에서 4승 3패의 우위를 점하게 되기 때문에 다시 입장이 바뀌게 된다.
그러나 삼성생명으로서는 맞대결 이전까지 지금보다 승차가 벌어진다면 사실상 플레이오프는 무산된다고 봐야한다.

양 팀의 맞대결 이전에 나올 수 있는 변수는 먼저 신한은행의 선택이다.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은 여전히 “2위도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전하고 있으며, “순리대로 할 뿐 플레이오프 파트너를 고를 입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히 2위가 유력한 입장에서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들과 오는 7일과 9일, 경기를 펼치게 되는 임달식 감독의 머리는 분명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선 KB스타즈가 우리은행에게 패한다면 신한은행의 2위는 자동으로 확정이 된다. 그렇다면 임달식 감독은 남은 3경기에 대한 계획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문제는 KB스타즈가 우리은행을 이겼을 경우다. 잔여경기에서 KB스타즈가 전승을 하고 신한은행이 전패를 했을 때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신한은행은 무조건 전력을 다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 만약 그 경기에서도 KB스타즈가 승리를 거둔다면 불똥은 다음 경기인 삼성생명에게도 이어진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신한은행과의 경기 이전에 KDB생명을 반드시 이기고 신한은행과의 경기를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KDB생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도 고민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라운드에서 KDB생명과 어려운 승부를 펼치다가 종료 직전 이미선의 패스를 받은 홍보람의 결정적인 3점 슛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KDB생명과는 3승 3패로 호각세다.
게다가 KDB생명의 안세환 감독은 지난 1일 KB스타즈와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나선다”고 전하며, “우리는 플레이오프가 힘들어졌지만, 우리 팀 때문에 어느 팀이 올라가고 어느 팀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두 팀 모두에게 똑같이 최선을 다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KDB생명은 지난 KB스타즈 전과 마찬가지로 어린 선수들을 제한적으로 기용하며 전력을 다하는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맞대결의 향방 … KB스타즈냐 삼성생명이냐
‘슈퍼 에이스’ 변연하와 ‘완벽한 리더’ 이미선,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커리와 탄력 넘치는 플레이로 팀의 상승세를 주도한 샤데, 골 밑에서 치열한 대결을 펼칠 정미란-김수연과 배혜윤-김계령의 싸움.
이 밖에도 올 시즌 대세로 떠오른 WKBL 인기의 중심 홍아란-심성영과 내외곽을 가리지 않으며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강아정의 역할이 필요한 KB스타즈와 상대의 무차별적인 외곽포에 맞서줄 최희진-홍보람, 이미선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박태은, 그리고 역시 안팎에서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할 김한별-고아라의 활약이 절실한 삼성생명이 그야말로 모든 걸 내던진 총력전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경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양 팀이 어떤 상황에서 맞붙게 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5연승 행진 이후 1주일간의 휴식을 취한 삼성생명은 지난 달 28일 하나외환 전 이후,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우리은행 전까지 꾸준히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게 된다. 초반에는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12일 경기 때 쯤 에는 오히려 누적된 피로에 따른 체력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대로 불규칙 적인 경기로 인해 5일 우리은행과의 경기 후 하루를 쉬고 신한은행 전에 나서야 하는 KB스타즈는 이후 4일을 쉬고 삼성생명과의 경기에 나선다. 이러한 일정이 체력적인 우위를 점하게 할지, 아니면 오히려 집중력에서 방해가 될지는 경기 당일이 되어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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