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만 남긴 금융브로커 김재록 게이트

김준성 / 기사승인 : 2006-07-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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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과 비리 온상은 어디로?

<편집자주>시대와 정권의 특성에 따라 무게중심이 다르긴 하지만 브로커는 항상 존재했다.

검찰의 고위 간부는 ‘게이트’가 따라붙으면서 제대로 된 브로커가 등장한 것은 김대중 정부때부터라고 한다. 정현준·진승현·최규선·이용호 등 이른바 4 대 게이트가 터져나온 것도 이 때부터이다. 정권의 갑작스런 교체로 집권세력과 연결루트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권력층과 가깝다고 주장하는 브로커들이 판을 치면서 여러 무리의 브로커들이 활동무대를 넓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집권세력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었던 만큼, 김대중 정부 때부터는 그야말로 새로운 창구역할을 했다. 그러나 권력과 돈이 얽히면서 비리를 양산했다.

‘금융계 마당발’로 통하던 김재록씨 로비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3월22일 IMF 이후 부실기업 인수 및 합병에 개입해 ‘금융권의 마당발'로 통하던 김씨를 체포, 이틀 뒤인 24일 전격 구속했다.

김씨의 체포로 수사의 칼끝이 비리와 관련있는 정관계와 재계, 금융계 고위 관료로 향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지만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급선회했다.

검찰은 김씨가 쉽게 입을 열지 않아 수사가 잘 안풀린다는 분석과 함께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내달았고 수사 한달여 만에 정몽구 회장을 구속했다.그 후 김씨 로비의혹은 수면 아래로 묻히더니 결국 수사종결 상태까지 왔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7월3일 “김재록씨 관련 사건과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관여한 사건 모두를 이달 하순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3개월여 만인 7월7일 채무조정 및 대출알선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로 구속중인 김씨를 추가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 5월 당시 화의상태에 있던 크라운제과 상무로부터 화의절차조기종결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이다.

같은 해 8월에는 사조산업 대표로부터 타 회사 인수자금 용도로 500억원 대출 청탁과 함께 대출액의 2% 커미션을 계약으로 체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7월20일 김씨의 3가지 혐의를 더해 두번째로 추가 기소했다.

김씨는 C&그룹과 세원텔레콤의 대출알선 대가로 13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김씨는 2003년 5월 세원텔레콤이 은행권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출받고 상환기간도 연장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04년 12월에는 C&그룹으로부터 “건설업체 우방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 420억원을 우리은행 사모펀드 형식으로 조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7월20일 진념(66) 전 경제부총리를 소환해 2002년 4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당시 김씨로부터 영수증 없이 1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을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고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도 2005년 4월말 만료돼 내사 종결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진념 전 장관이 기아자동차 회장에 재임 중일 당시 기아경제연구소 홍보기획 이사로 재임하면서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 전 장관이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김씨에게 경영진단 명목으로 경제부처 국장급 이상 관료들을 인터뷰할 수 있도록 인맥형성을 도왔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7월20일 정건용(59) 전 산업은행 총재에게는 김씨로부터 1000여만원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정 전 총재는 2001년 12월 아더앤더슨코리아 부회장이던 김씨로부터 산업은행이 발주하는 컨설팅 업무를 아더앤더슨코리아가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미화 1만달러(당시 1200만원)를 받았다.

또 정 전 총재는 산업은행 총재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3년 5월부터 2004년 2월까지 10개월 동안 김씨로부터 전세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2백60만원 상당의 80평 규모 사무실을 무상으로 받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사무실을 인베스투스글로벌 직원과 함께 사용했고 중간에 사무실을 나왔기 때문에 실질 이득액을 산정하기 어려워 특가법은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금융브로커' '기업인수합병의 달인'...김재록은 누구인가=김재록(46.구속기소)씨 원래 직업은 중국과 러시아 지역을 전공으로 하는 경영 컨설턴트.김씨는 1989년 우연히 이한동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1997년 신한국당 경선 때 이 의원의 언론 및 정책담당 특별보좌역을 맡기도 했다. 그 후 김씨는 기아경제연구소 홍보기획 이사 등을 하다가 1997년 대선 직전에 당시 박모 의원의 소개로 김대중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전략기획특보로 전격 발탁됐다.

김씨가 김대중 총재와 인연을 맺은 것이 ‘김재록 게이트’를 만든 계기이다.김씨는 1997년말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 정부의 구조조정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

IMF 이후 생소했던 금융지식과 외국인 인맥, 친화력을 무기로 정권 핵심들에게 조언도 하고 기업과 은행간 구조조정에도 관여하면서 각종 로비행각을 벌여왔다.

김씨는 현대기아차 물류담당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통해 조성한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을 받는 등

대우증권, 대우자동차, 쌍용차, 하이닉스 반도체 실사계약 등에도 개입했다.

김씨는 1997년 김대중 정부 초기부터 핵심역할을 했던 ‘IMF 3인방(김재록, 최규선, P모씨)’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김 전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방문해 자주 독대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IMF 3인방’ 관계자는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IMF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는 과정이라서 누구도 이들의 활동을 제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금융지식이 많았지만 김 전 대통령 당선 후 좋지 않은 소문 때문에 3명 모두 대통령직 인수위에 들어가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 출범 후에도 이들의 공직 진출은 성공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IMF 3인방이 사고치고 다닌다는 정보가 있다”고 계속 보고해 정권 차원의 경계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2002년 미국 엔론 사태로 김씨 회사의 본사인 아더앤더슨이 파산하자 한국지사도 문을 닫았다.

김씨는 이 멤버들을 모아 ‘인베스투스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후에 대우상용차, 진로 외자유치 등 굵직한 사업의 자문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관료와 재계, 금융계 인사들간 관계도 돈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인사 뒤에는 이른바 거물급 변호인단이 버티고 있듯 김씨 곁에도 구속집행정지나 보석을 쉽게 끌어낼만한 황금방패가 포진해 있다.

법무부 특수법령과 검사 출신인 한명섭 변호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김동윤 변호사, 대구지검장을 지낸 박태종 변호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 김재록과 론스타펀드 비리의혹=98년 김대중 대통령 정부시절 IMF로 국내에서는 부실기업이 늘어났고 덩달아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외국 대형 투자기관들도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씨가 등장한 것은 이 때부터이다. 김씨는 해박한 금융지식을 등에 업고 기업과 은행간 구조조정에 깊이 개입했다.

금융브로커는 금융시장에서 필요자금을 얻고자 하는 기업을 대신해 활동해 주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사람으로 국내에서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씨는 금융브로커로서 해박한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2003년 당시 론스타펀드로부터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수료를 받은 바 있다.론스타펀드는 부실채권 정리분야에서는 으뜸이라고 할만한 곳으로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된 사모펀드이다.

투자자산의 75%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고 한국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들어왔다.

론스타펀드는 1998년에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 5000억 부실채권 매입을 시작으로 2001년에 스타타워, 2002년에는 한빛여신전문(현재는 ‘스타리스’), 2003년에는 극동건설과 외환은행을 매입했다.

이중 김씨가 금융브로커로 관여한 곳은 외환은행으로 투자는 론스타코리아, 자산관리는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가 맡아왔다.2003년 당시 론스타펀드 주장은 한국에서 1조5천억원을 주면 외환은행을 팔겠다고 해서 샀다고 한다.

그 당시 외환은행은 3조짜리였는데 누군가가 외환은행의 2003 BIS 자기자본 비율을 조작했고 중간에서 뇌물을 받아먹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씨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해 수수료를 챙긴 사람들 가운데 유력 인물로 간주하고 있다.

◆ 양재동 현대차 본사 건축 인허가 비리의혹=검찰은 2005년 10월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이첩받은 국회의원 K씨 등과 관련한 사건수사 과정에서 김재록씨 비리사실은 포착했다.

그 다음달인 11월에는 양재동 현대차그룹 쌍둥이 사옥 증축 관련 인허가 비리를 입수했다.현대차 수사는 이 때부터 비롯한 것인데 사옥은 도시계획 규정에 묶여 증축이 어려워지자 김씨를 통해 인허가 로비를 청탁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제공한 금액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는 없으나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수년 전부터 충남과 경기도 등지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인력을 본사로 모으기 위해 사옥을 추가로 지을 필요성을 느껴왔다. 하지만 도시계획 관련 규정 때문에 연구개발센터를 양재동에 지을 수 없었고 서울시도 불가입장이었다.

하지만 김씨를 연결하면서부터 당초 어려울 것이라고 하던 인허가 문제가 쉽게 해결됐고 공사 승인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 주체인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등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서로 먼저 규제완화를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과정에서 서울시와 현대차의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 왜 하필 현대차?...혹시 코드수사?

여러 관측이 나돌고 있다. 기업 쪽에서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정권에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코드수사론'이라고 했다.

여기엔 현대차가 그동안 국가경제 운영 기조에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중소기업과 상생경영을 강조해온 정부 입장과 반대로 현대차가 협력회사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온 점이 지적됐다. 또 국내투자보단 미국 등지에 공장을 짓는 등 해외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점도 마찬가지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사장의 편법 경영승계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도 있었다.

금융브로커인 김씨 사건은 결국 로비에 의한 의혹부터 시작한 것이 현대의 내부 제보자에 의해 비자금 내역이 밝혀지면서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대됐다.

검찰은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에서 압수한 자료분석을 대강 마무리하고 현대 오토넷 압수물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검찰은 “SK분식회계 사건 이후로 압수성과가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었다”며 “비자금 조성 경위와 로비 자금 사용처를 밝히는 데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현대 오토넷에서 조성된 비자금 일부가 김씨에게 흘러갔다고 밝혀 비자금 규모는 수백 억원대로 늘어날 것을 전망했다.

검찰은 이미 글로비스가 국내외 하청업체 2곳을 통해 69억8,000여 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100억원 가까운 비자금을 비밀금고에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김재록씨와 현대차의 인연은=지난 1997년 9월께 김씨는 기아경제연구소 등에서 이사로 일했다. 당시 진념 기아그룹 법정관리인과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기아 그룹은 97년 말 사실상 공중분해됐고, 김씨는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 현대그룹에서는 이른바 '왕자의 난'이 벌어진다. 경영권 분쟁인데, 여기서 결국 현재 고 정몽헌 회장 중심의 현대그룹과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그룹이 나뉘어진다. 그 때 김씨는 현대차 쪽에서 컨설팅을 했다. 김씨가 정몽구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김씨가 대표로 있던 아더앤더슨은 2000년 중반에 현대차의 미래 전략을 위한 컨설팅을 맡았다.

◆ 현대차 비자금,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나=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이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1천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정부 고위직에 주는 과정에서 김재록씨가 관여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현대차의 주력 계열사인 글로비스라는 회사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돼 있다.

글로비스의 경우 현대차 물류를 독점해왔다. 따라서 하청업체와의 거래 관계에서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를 상대로 운송량이나 거리·요금 등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돈을 지급한 것처럼 장부에 적는 방법이다. 건설업체들의 수법과 비슷하다.

◆ 현대차 경영승계 과정도 수사할까=일단 검찰은 '현재'라는 단서를 달면서,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에 압수수색한 회사들은 현대차 본사 이외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대주주이거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대차 그룹 계열사들이다. 특히 김씨 로비 자금의 출처로 지목되고 있는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운송사업을 독점하며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정 사장은 4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렸다.

정 사장은 그동안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해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편법적 경영승계라는 것이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 결과에 따라선 정씨 부자의 경영권 승계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 '이헌재 사단'은 왜 나오나='이헌재 사단'이 거론되는 것은 검찰 수사 방향이 김씨의 로비대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주요 경제부처 고위관료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 와중에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장관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김씨가 이 전 장관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8년.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전략기획특보였던 김씨는 그 이듬해 대통령 인수위 시절 비상경제대책위원에서 이 전 장관과 처음 만났다.

이후 김씨는 각종 기업과 금융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왔고, 이 과정에서 '이헌재 사단'과 접촉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사단'으로는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박해춘 LG카드 사장, 오호수 전 증권업협회장,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최범수 전 국민은행 부행장 등이 꼽힌다.

◆ 농협중앙회 정대근(62) 회장 수억원 뇌물받아=로비스트 김재록 씨는 상반기 최대 이유였다. 인베스투스글로벌 비상임고문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그는 정 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이유로 각종 불법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재록 씨의 불법 로비가 밝혀지면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62),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등이 줄줄이 소환되었다.

5월10일 서울 양재동 농협중앙회 사옥의 현대차 매각과 관련해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이 현대차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 이 돈은 현대차가 금융브로커인 김씨에게 전달한 수십억원의 일부인지, 정몽구 회장이 별도로 전달한 것인지 등의 혐의를 받아왔다.

사건은 "2000년 1월부터 시작된 양재동 사옥 공매는 3천억원에서 시작됐지만 유찰이 거듭돼 2천700억원, 2천300억원 등으로 가격이 떨어지게 됐다"며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특혜 매각설을 부인했다.

검찰은 2001년 12월 현대차가 농협 소유였던 양재동 사옥을 처음 제시된 3천억원보다 700억원이나 싸게 인수한 과정에 불법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오다 여러 형태의 금품 수수 단서를 포착했다.

검찰은 3월 말 현대차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금품 수수 정황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확보했고 구속수감된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금품 전달과 관련한 진술을 일부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 한화그룹 정ㆍ관계 로비설 등=올해 3월 한화그룹이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를 인수하기 위해 2002년 중반부터 재경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데에도 김씨가 관여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김씨가 신동아화재를 대한생명에서 분리매각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S투자평가원 정모 원장한테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잡았다. 자금이 부족한 회사를 대상으로 대출 알선을 해주고 사례금을 받아 챙긴 경우도 이미 2건이 드러났다.

또 김씨는 쇼핑몰분양대행업체 S사로부터 대출청탁을 받고 이 업체가 발행한 ABS(자산유동화증권) 500억원 어치의 지급보증을 우리은행으로부터 받아 하나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11억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자산관리공사도 김씨가 한국 지사장으로 있던 아더앤더슨에 특혜를 베푼 사실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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