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김사선 기자] 금융권의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적폐라며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현 정권이 '관피아 인사' 관행을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의 윤종원 은행장은 노조의 출근저지로 임명 27일만인 지난 29일 우여곡절 끝에 취임식을 가졌다.
금융당국과 더불어민주당 노조 등이 낙하산 근절방안 마련, 노동이사제, 희망퇴직 문제 해결 등에 대해 극적으로 합의한 후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후에야 정상 출근하게 된 것.
이 같은 홍역을 치뤘음에도 금융당국이 또 다시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에 관료출신 인사를 내정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사장에 이명호 수석전문위원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다음달 초 취임할 예정이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자본시장조사심의관, 구조개선정책관 등을 거쳤다.
물론 노조는 ‘관료 출신 낙하산 후보’라며 출근 저지까지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금융 공기업에 관료 낙하산의 자리 대물림은 법조계의 전관예우 비리나 다름 없다. 내리 3연속 관료 낙하산의 사장 지명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한 공개모집 취지와 상반된다”고 반발했다.
노조 측은 “사장 공개모집을 한 뒤 서류심사와 면접 심사 등을 거치지만 형식적일 뿐이며, 이에 대한 정보는 막혀 있는 상태”라며 “정보 왜곡과 불신을 없애려면 반드시 임추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를 둔 정부와 해당기관 노조가 임명에 대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종원 기업은행장 임명이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나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간 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장까지 정부가 사실상 개입을 해서 관치금융이니 낙하산 인사니 하는 평을 들은 것"이라면서 "내부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다.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기업은행장에 기재부 관료가 내정됐을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관치는 독극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당으로 변신한 지금은 낙하산 인사가 당연하다는 듯 돌변한 행태는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정권의 보은 차원에서 낙하산 인사로 CEO로 임명되면, 내부의 산적한 업무처리보다는 정치적 청탁이나 민원의 창구 역할 및 방만경영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낙하산 관행을 단호히 끊어내지 않는다면 이러한 폐단을 언제고 다시 겪을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부의 혁신 기조가 인사에도 반영돼 낙하산 인사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CEO 임명시 투명하고 철저한 검증 단계를 거치는 등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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