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주업체들의 본격적인 ‘수도권 침공’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지방 소주업체들은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에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대기업의 물량 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전력을 가다듬어 수도권 공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동안 국내 소주시장은 각 광역시ㆍ도마다 소주 제조사를 한 개씩 둬야 하는 ‘자도주법’ 영향으로 지역적 특성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1996년 관련법이 폐지되고 지역별 판매 장벽이 사라지면서 소주제조 업체 간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 입성’을 위한 강한 공세를 보이는 대표주자로는 부산ㆍ경남을 기반으로 둔 ‘무학’을 들 수 있다.
◇ 무학, ‘低알코올’로 수도권 공략

무학의 판매실적은 2011년 1342만2000상자(1상자 : 360㎖병 30개)에서 지난해 1515만8000상자로 12.9% 가량 늘었다. 전국 소주업체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성장이다.
좋은데이의 성공으로 무학은 시장점유율이 2011년 12.3%에서 지난해 13.3%로 뛰어 3위인 롯데칠성(14.8%)을 턱밑까지 뒤쫓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무학의 선전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현재 공장가동률이 100%를 넘어선 창원 1공장에 이어 이보다 규모면에서 두 배 큰 창원2공장이 들어설 경우 롯데칠성을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젊은층의 트렌드를 재빨리 파악하고 제품 개발에 나선 것 외에 저도주 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도 무학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무학은 기존에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이 하고는 있지만 주력으로 하지 않았던 16.9도 저도 소주를 주력으로 삼는 전략을 세웠는데, 이 전략이 시장에 먹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주의 매출 원가 중 가장 많은 비중이 차지하는 것이 알콜도수를 조절하는 ‘주정’인데 이 주정은 19도짜리 소주에 비해 16.9도 소주에 11% 정도 덜 들어가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익률 자체가 개선될 수 있다. 무학은 주정의 매입금액 자체가 전체 매출대비 25%를 차지하고 있는데, 소비되는 알콜 주정은 11%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2.5% 정도 차이 나게 된다.
국내 주류산업은 도매상을 상대로 하는 1차 영업망과 소매상을 상대로 하는 2차 영업망으로 구분돼 있다. 때문에 광고와 대규모 이벤트 활동 등으로 소매상과 일반인의 관심을 높인다고 해도 1차 영업망인 도매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동안 많은 지방 소주업체들이 수도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1차 영업망을 확보하지 못해서였다.
하지만 1차 영업망에 술이 유통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입맛이 중요하다. 무학이 최근 수도권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일반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 연구원은 “영남권 인구가 수도권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도 무학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영남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순이동은 2만6222명이었으며, 대부분이 20대에 집중됐다. 실제로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ㆍ대학로ㆍ이태원 등지에선 좋은데이를 마시는 일반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무학의 위상은 높아졌다.
◇ 보해, 개운한 뒷맛으로 승부수

월은 사탕수수로 단일 주정을, 강은 열대 고구마 단일 주정을 사용해 뒷맛이 개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해 ‘월’은 수도권에서만 지난해 매달 평균 25%씩 판매가 늘어났다. 홍경종 보해 마케팅팀 대리는 “지난해 6월 소주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서 접속 가능한 인터랙티브(쌍방향식) 광고를 개시한 것, 일반소비자들에게 월이 판매되는 소매점을 모바일상에서 알려주도록 한 것 등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월은 수도권 3691곳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서울 강남권에만 600곳 업소에 납품되고 있다.
대형 할인마트에서의 판매도 시나브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이마트 점포에서 판매된 지역 소주 판매비중(매출 기준)은 올 1~2월 6.5%로 전년도 같은 기간(5.8%)보다 0.7%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석 롯데마트 과장은 “지방 업체별로 편차가 크지만 무학 등 일부 업체 제품은 성장세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형 할인마트 업체들도 팔도소주전과 같은 이벤트를 벌이거나 소비자들이 오가는 주요 동선에 제품을 배치시키는 등 다양한 판촉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진로ㆍ롯데, 올해도 지방 시장 공략 계속
무학ㆍ보해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들의 경우, 현재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대전ㆍ충남에 기반을 둔 지역 소주 업체 선양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서 판매되는 소주 소비량이 대전, 충남은 7%, 수도권은 40%인 상황에서 우리 같은 지역 업체들에게 수도권은 반드시 공략해야 할 대상”이라면서 “하지만 대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커 섣부른 시도는 금물”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올해도 전국 판매망 확충에 더욱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무학 ‘좋은데이’의 대항마로 지난해 저도주 ‘쏘달’을 출시하고 부산ㆍ경남에서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롯데도 지난 2011년 인수한 충북지역 소주 업체 충북소주를 통해 중부권 시장점유율 상승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서영화 연구원은 “무학은 저도 소주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 하이트진로는 소주 약세 지역에서의 점유율 회복, 롯데칠성은 환원수 알칼리성 논란이 마무리되면서 ‘빅3’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 연구원은 “다만 금복주 등 몇몇 지방 소주 업체들은 탄탄히 다져진 지역 영업망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높다”면서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수도권 판매 확충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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