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정부와 확보 가능한 군수지원함 물량 협의…투자 규모·지분구조 연말 구체화
美, 초기 최대 2척 해외 건조 허용 추진…실제 계약까지 정부 결정·의회 통보 절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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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와 미국 키윗 관계자들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조선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HD현대] |
HD현대가 미국에서 기존 조선소 인수 대신 신규 조선소 건설을 선택한 배경에는 노후 시설의 개보수 비용이 신축 투자비에 맞먹는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러나 신규 건설을 선택했다고 투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HD현대는 미국 해군 등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선박 건조 물량을 확인한 뒤 투자 규모와 지분구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조선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거점 확보와 실제 투자금 회수는 별개의 과제로 남아 있다.
29일 HD한국조선해양의 전날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 경영진은 미국의 기존 조선소 인수를 검토했으나 설비 노후화와 물류 동선 개선에 필요한 비용이 신축 투자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은 "설비나 이런 것들이 노후화되어 있는 데다가" 기존 시설의 물류를 최적화하는 데 필요한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새 조선소를 건설하는 비용과 거의 비슷했다고 밝혔다. 한미 조선협력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 조선소의 인수가격까지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노후 조선소를 사들이더라도 생산설비를 교체하고 공정 배치를 다시 설계하는 데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면 기존 시설을 인수하는 비용상의 이점이 줄어든다. HD현대는 이러한 판단에 따라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 키윗(Kiewit)과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는 방식을 택했다.
양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조선 합작법인 'HD키윗조선(HD Kiewit Shipbuilding)'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산업부지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2027년 착공, 2029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한다.
신규 조선소에는 HD현대의 미래조선소(FOS)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과 자동화 생산시스템, 로봇 용접 기술을 도입해 생산공정을 설계 단계부터 최적화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신규 생산시설 건설에는 가동 이전부터 시설투자와 인력 확보 비용이 발생한다. 충분한 수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조선소 완공 이후에도 고정비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HD현대가 투자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는 28일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정부 및 해군과 향후 확보 가능한 건조 물량을 세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여러 투자 시나리오를 마련했지만 실제 수주 가능 물량이 구체화돼야 최종 투자 규모와 투자 주체를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통신도 같은 날 HD현대의 미국 조선소 투자계획을 보도하면서 "the size of its investment would depend on how much work the company could secure"라고 전했다. 확보할 수 있는 일감의 규모에 따라 투자금액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HD현대가 우선 공략하는 시장은 미국 해군과 해사청(MARAD)의 군수지원함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해상보급유조선(CONSOL Tanker)과 차량·화물 등을 선적하는 로로선(Ro-Ro Vessel)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투함 분야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선종 선택은 미국 정부의 최근 조선산업 정책과도 맞물린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8월 13일 해군 및 조선산업 기반 재건을 위한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를 발표했다. 해당 각서는 미국에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기존 조선소의 소유권 또는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현지 인력 양성과 기술 이전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해외 조선사를 대상으로 '핀란드 모델'을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핀란드 모델은 미국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해외 조선사가 초기 최대 2척을 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이후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백악관은 해당 정책을 해상보급유조선과 로로선 등의 조달계획에도 반영하도록 했다. 미국 내 생산시설이 완공되기 전에 해외 조선사의 기존 생산능력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HD현대도 이러한 정책을 고려해 미국 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은 초기 선박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동안 미국 현지 시설에 투자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다만 이는 향후 사업 수행을 위한 구상이다. HD현대가 미 해군 군수지원함 2척을 이미 수주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 정부의 정책 발표가 곧 개별 기업에 대한 계약 승인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백악관 각서는 국방 당국에 관련 선종의 새로운 조달계획을 9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8월 13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제출 기한은 11월 11일이다.
또 미국 외 조선소에서 군용 선박을 건조하려면 국가안보상 예외 인정과 의회 통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각서는 관련 판단을 의회에 통보한 뒤 최소 30일이 지나야 해당 예외에 따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HD현대가 미국에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는 사실만으로 초기 선박의 국내 건조나 미국 해군 수주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주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조달계획과 개별 계약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금 회수 측면에서도 수주 물량 확보는 중요한 조건이다.
선박 건조는 도크와 생산설비, 인력에 대한 고정비가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산물량 확보가 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신규 조선소는 건설비를 먼저 투입하고 가동 이후 건조 실적을 통해 투자성과를 실현해야 한다.
다만 군수지원함 수주만으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익성은 계약금액과 건조원가, 생산성, 조선소 가동률 등에 따라 달라진다.
HD현대와 키윗은 군수지원함 이외에도 상선 건조와 선박 블록·모듈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사업 역시 향후 조선소의 매출과 설비 가동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합작법인의 총투자금액과 계열사별 출자 비율, 자금조달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3일 조회공시 답변에서도 조 단위 투자 확대 및 유상증자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회사는 미국 정부와 해군의 수주 가능 물량을 확인한 뒤 연말까지 투자 구조를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HD현대의 미국 조선소 사업은 생산시설을 신축하는 결정에서 수주 물량에 맞춰 투자를 집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기존 조선소 인수보다 신규 건설이 유리하다는 비용 판단은 제시했지만, 투자금의 실제 회수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계약 규모와 투자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조달계획과 HD현대의 군수지원함 수주 성과, 최종 출자 구조가 신규 조선소의 경제성을 판단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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