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3조 펀드의 시험대…472억달러 수주 중 투자개발은 3.7%

최은별 기자 / 기사승인 : 2026-11-03 10: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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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 1조원으로 총 3조원 펀드 추진…내년 출자안 1000억원
투자개발형 수주 52억→17억7000만달러…1년 새 66% 감소
GS건설·현대건설 등 해외사업 확대 변수…투자위험·운영수익 검증 관건
▲ GS이니마 브라질 홈페이지에 소개된 수처리시설. [GS이니마 브라질 홈페이지]

 

정부가 해외건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전략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 가운데 투자개발형 사업 비중은 3.7%에 불과했다. 해외 수주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단순 시공 중심의 사업구조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가 정책 성과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3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열리는 '2026 해외건설·플랜트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 재정 1조원을 바탕으로 총 3조원 규모의 신전략펀드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해외건설기업이 단순히 공사를 수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개발과 금융 조달, 시설 운영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 해외건설 산업의 높은 도급사업 의존도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 발표한 해외건설 수주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472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7.4% 증가했다.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사업 유형별로 보면 수주액 대부분이 도급사업에 집중됐다.

지난해 도급사업 수주액은 455억달러로 전체의 96.3%를 차지했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17억7000만달러로 3.7%에 그쳤다.

전년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2024년 투자개발형 수주액은 52억달러로 전체 해외수주의 13.9%였다. 지난해에는 17억7000만달러로 34억3000만달러 줄었다.

감소율은 약 66%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가 크게 증가하는 동안 투자개발형 수주액은 오히려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투자개발형 수주 비중도 13.9%에서 3.7%로 10.2%포인트 떨어졌다.

해외건설 수주의 양적 성장과 사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도급사업과 투자개발사업은 돈을 버는 방식부터 다르다.

도급사업은 발주처가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사가 설계와 조달, 시공 등을 수행해 공사대금을 받는 구조다.

반면 투자개발형 사업은 사업자가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자금을 투자하고 시설 운영이나 사업 지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발전소나 수처리시설, 도로 등 장기간 운영되는 인프라에서는 공사 완료 이후에도 운영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운영수익을 확보할 기회가 생기는 만큼 투자금 회수와 수요 변동, 환율, 현지 제도 변화에 따른 위험도 함께 부담한다.

따라서 투자개발형 사업이라고 해서 도급사업보다 반드시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3조원 펀드 역시 이 같은 사업 위험을 어떻게 나누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공개된 구상은 정부 재정 1조원을 바탕으로 총 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건설사에 공사비 3조원을 직접 지급하거나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액이 3조원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 조성된 자금이 해외 프로젝트에 투자되고 사업이 진행돼야 수주와 시공, 운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

재정 투입 시점도 구분해야 한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 펀드 출자금 1000억원을 반영했다. 이는 계획된 정부 재정 1조원의 10%에 해당한다.

다만 향후 추가 재정 투입 일정과 나머지 자금 조달 방식, 투자 대상 선정 기준 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는 사실만으로 민간 투자 유치와 프로젝트 수익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국내 대형 건설사에는 새로운 금융지원 수단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은 해외 발전·인프라·플랜트 시장에 진출해 왔다. 투자개발사업을 확대하려면 시공능력뿐 아니라 사업 발굴과 금융 조달, 운영 위험을 관리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실제 투자개발사업에 참여한 사례도 있다.

GS건설은 2024년 브라질 오리뉴스 수처리 컨세션 사업과 오만 구브라 3 수처리 컨세션 사업 등을 수주했다.

이처럼 단순 시공을 넘어 시설 운영과 장기 사업권을 결합하는 방식은 해외건설기업이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는 경로다.

그러나 신규 펀드가 이들 사업이나 특정 건설사에 배정된 것은 아니다. 기업별 투자 기회와 수혜 여부는 향후 운용계획과 실제 투자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 해외 인프라 투자펀드와의 관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해외 투자개발사업 지원을 위한 PIS 2단계 블라인드펀드 7000억원 조성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신전략펀드가 기존 금융지원 체계와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 투자 대상과 위험 부담 구조를 어떻게 차별화할지도 새로운 과제다.

해외건설시장의 지역별 변화 역시 투자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06억6000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북미·태평양 지역이 약 74억7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는 약 60억1000만달러, 중동은 약 59억1000만달러였다.

다만 올해 수치는 9개월 누적 실적이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과 직접 비교해 수주가 급감하거나 증가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역마다 공사 발주 방식과 환율, 금융비용, 사업 운영 위험이 다른 만큼 투자개발형 사업에서는 수주액뿐 아니라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중요하다.

정부가 조성하는 펀드가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금 공급 규모와 함께 프로젝트별 투자금 회수 구조, 사업 운영수익, 위험 분담 방식 등을 확인해야 한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수주 이후의 수익성 관리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시공 단계에서 이익을 확보하더라도 운영 단계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면 전체 사업의 경제성은 달라진다.

반대로 사업 개발과 운영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경우 공사 수주에 의존하던 기존 수익구조를 보완할 수 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472억7000만달러로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중 투자개발형 사업 비중은 3.7%에 그쳤다.

3조원 전략펀드의 성과를 판단할 기준도 단순한 조성 규모보다 실제 투자개발사업의 확대와 자금 회수 실적에 있다.

정부가 확보한 재정이 얼마나 많은 해외 일감을 만들어냈는지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공사 이후 사업 운영과 투자수익까지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해외건설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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