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요건 충족해도 기업 정상화 의미 아냐…DART 공시 별도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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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협회 [연합뉴스] |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된 더테크놀로지(대표 박성민)가 K-OTC에서 다시 거래되지만, 이를 기업 정상화나 상장폐지 사유 해소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올해 도입된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는 상장폐지 기업의 기존 주주에게 최대 6개월간 추가 거래 기회를 주는 제도로, K-OTC 자체 공시의무도 적용되지 않는다. 상장폐지 이후 ‘거래 절벽’을 완화하는 대신 기업정보 확인 책임은 상대적으로 투자자에게 더 크게 돌아가는 구조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더테크놀로지는 이날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에 신규 지정돼 오는 30일부터 거래를 시작한다. 거래기간은 최초 거래일로부터 최대 6개월이다.
첫 거래 기준가격은 103원으로 정해졌다. 가격제한폭은 기준가격 대비 ±30%다. 투자자는 기존 주식거래와 마찬가지로 K-OTC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 HTS와 MTS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지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더테크놀로지가 다시 거래된다는 사실보다 상장폐지 이후 투자자의 환금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고 절차를 단축하는 내용의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매출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개선기간을 단축하는 대신, 퇴출 기업 주주의 거래 계속성을 보완하기 위해 K-OTC에서 상장폐지 주식 거래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1월 K-OTC에 상장폐지지정기업부를 신설했다. 지난 7월 일정실업, 8월 엔피엑스와 아크솔루션스 등이 지정된 데 이어 더테크놀로지도 거래 대상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상장폐지 뒤 정리매매까지 끝나면 주주가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제도권 거래 창구가 사실상 크게 좁아졌다. 상장폐지지정기업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의 주식을 협회가 직접 K-OTC 거래종목으로 지정해 이 같은 환금성 문제를 보완한다.
하지만 ‘지정’의 의미는 일반적인 K-OTC 등록기업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상장폐지지정기업은 기업이 거래를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투자협회가 일정 요건을 확인해 직접 지정한다. 최근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있고 감사의견이 적정 또는 일정 범위의 한정 의견을 받는 등 최소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대로 이 요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이 회사의 성장성이나 재무건전성, 상장폐지 원인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정보 제공 체계는 상장시장과 차이가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폐지지정기업에는 K-OTC시장 자체 공시의무가 없다.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이라면 DART를 통한 정기보고서나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의무가 별도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기업에 따라 제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가 K-OTC 화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더테크놀로지의 경우 지난 8월 14일에도 반기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박성민 대표이사가 기재돼 있다.
상장폐지 당시 사유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더테크놀로지는 지난 8월 10일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는 결정에 따라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상장폐지와 별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더테크놀로지가 과거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데 대해 회사에 2억898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회계제재를 이번 상장폐지 결정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거래 방식도 코스닥과 다르다. K-OTC는 매수호가와 매도호가가 일치해야 거래가 체결되는 상대매매 방식을 사용한다. 상대 호가가 없으면 주문을 냈더라도 거래되지 않는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에서는 원하는 가격과 시점에 주식을 처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6개월이라는 시한도 있다. 상장폐지지정기업은 최초 매매거래일부터 6개월이 지나면 다음 영업일에 지정이 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금융투자협회가 기업을 다시 검토해 적정하다고 판단하면 일반 K-OTC 등록·지정기업부를 통해 거래를 이어갈 수 있지만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번 제도가 보완한 것은 상장폐지 기업의 ‘투자 가치’가 아니라 기존 주주의 ‘거래 기회’다.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해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보다 신속하게 퇴출하는 정책과 맞물려, 이미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일정 기간 추가 매도 창구를 제공하는 안전판에 가깝다.
더테크놀로지의 30일 거래 재개 역시 같은 맥락이다. K-OTC 지정 여부 자체보다는 향후 회사가 DART를 통해 내놓는 재무·경영정보와 실제 거래량, 6개월 뒤 거래 지속 여부를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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