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라신 주니어 MV 'Agree' |
사과나무 아래 선 남자가 열매를 집어 든다. 곧 거대한 뱀이 나타나 그를 삼킨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남자는 고목의 입을 통해 다시 태어나고, 빛으로 뒤덮인 여인과 정원에서 만난다. 그러나 낙원처럼 보이던 장면의 끝에는 백골과 썩은 사과가 남는다.
싱어송라이터 카라신 주니어(Karacin Jr.)가 16일 공개한 신곡 'agree' 뮤직비디오는 사랑과 욕망의 감정을 초현실적 이미지로 풀어낸다. 지난 8월 28일 발표한 동명 싱글의 정서를 사과와 뱀, 무덤과 정원, 죽음과 재탄생의 서사로 확장했다.
영상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비 내리는 성을 빠져나온 카라신 주니어가 공동묘지에서 무덤을 파헤치고, 그 아래에서 발견한 빛을 따라 미지의 공간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출발점이다. 이후 실제 공간처럼 보이던 화면은 연극 무대와 꿈의 중간지대 같은 세계로 바뀐다.
가장 강하게 반복되는 상징은 사과와 뱀이다.
사과나무와 뱀의 조합은 자연스럽게 에덴동산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영상은 이를 단순한 선악이나 금기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사과를 선택한 뒤 뱀에게 삼켜지고, 다시 다른 세계에서 태어나는 흐름은 욕망의 선택이 곧 파멸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는 통과의례처럼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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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신 주니어 |
이후 등장하는 정원은 앞선 장면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을 지나온 인물은 빛이 넘치는 정원에서 흰색의 여인과 만나 왈츠를 춘다. 화면은 한동안 완전한 행복과 안정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백골과 썩은 사과가 그 인상을 뒤집는다.
이 장면은 삶과 쾌락의 유한성을 환기하는 바니타스(vanitas) 이미지와도 닿아 있다. 서양 미술에서 해골과 시든 꽃, 썩은 과일은 아름다움과 욕망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대표적 상징으로 활용돼 왔다. 'agree' 역시 낙원을 보여준 뒤 곧바로 소멸의 이미지를 배치하며 행복과 영원이 같은 말이 아님을 암시한다.
영상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상징의 정답보다 이미지가 이어지는 방식이다. 무덤에서 시작해 사과를 선택하고, 뱀에게 삼켜진 뒤 다시 태어나 정원에 도착하는 과정은 하나의 순환 구조를 만든다. 욕망과 선택, 죽음과 재탄생, 행복과 소멸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
곡 제목 'agree' 역시 이 구조 안에서 의미가 넓어진다. 노래에서는 관계가 결정되기 직전의 긴장과 상대의 응답을 기다리는 감정을 다루지만, 영상에서는 '동의'와 '선택'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행위처럼 제시된다.
사운드는 Trap Soul과 R&B를 중심으로 트랩의 리듬과 Soul의 질감, Pop의 멜로디를 결합했다. 몽환적인 인스트루멘털 프로듀싱은 나이키 진(Nike Jean)이 맡았고, 카라신 주니어와 나이키 진이 공동 편곡에 참여했다.
'agree'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설명하는 보조 영상에 머물지 않는다. 성서와 서양미술에서 익숙한 상징을 가져오되 그 의미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고, 사랑과 욕망의 감정을 시각적 서사로 다시 조직한다.
사과는 욕망이면서 선택이고, 뱀은 파멸이면서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이 될 수 있다. 정원 역시 낙원인지 환상인지 끝내 확정되지 않는다.
카라신 주니어는 그 모호함을 남겨둔 채 관객에게 질문을 돌린다. 우리가 선택한 욕망은 어디로 이어지는가. 그리고 낙원이라고 믿는 순간은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
그 점에서 'agree'는 한 곡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넘어, 욕망과 선택의 순환을 이미지로 구성한 짧은 초현실 영상 작품에 가깝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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