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사고 과징금·다원시스 납기 실패까지 경영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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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2025년 주요 재무지표 [기사를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 |
한국철도공사(사장 김태승·코레일)가 지난해 여객·화물 운송 등 용역 부문에서 3621억원의 매출총손실을 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맡긴 수탁사업에서는 179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본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지 못했다. 연결 영업손실은 3524억원으로 전년보다 2788억원 늘었다. 적자 규모는 1년 만에 약 4.8배로 불어났다.
20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이 코레일이 지난 4월 1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에 공시한 2025회계연도 감사보고서와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결 매출은 7조3170억원으로 전년보다 6.6%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은 3578억원으로 전년 4999억원보다 28.4% 줄었다. 매출과 순손실은 개선됐지만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적자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코레일은 최근 5년간 한 차례도 연결 영업흑자를 내지 못했다.
사업별로 보면 실적의 방향이 뚜렷하게 갈렸다. 여객·화물 운송 등이 포함된 용역수익은 5조646억원으로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반면 용역 매출원가는 5조4267억원으로 10.2% 늘었다. 이에 따라 용역 부문 매출총손실은 36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는 307억원의 매출총이익을 냈지만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이 늘어난 것보다 비용이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코레일의 철도 운송은 인건비와 전기료, 차량 유지·보수비, 선로사용료 등 고정비 부담이 크다. 운행량과 승객이 늘어도 운임이 비용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하면 매출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KTX를 비롯한 간선철도 운임은 2011년 이후 15년째 동결돼 있다. 김태승 사장도 지난 5월 코레일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며 장기적으로 운임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철도시설 개량과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받는 수탁사업은 이익이 크게 늘었다. 수탁사업수익은 1조8938억원으로 22.4% 증가했고 매출원가는 1조7149억원으로 12.8% 늘었다. 수탁사업 매출총이익은 전년 271억원에서 1790억원으로 약 6.6배 증가했다.
수탁사업이 실적의 완충판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코레일이 직접 요금을 받고 운영하는 여객·화물 운송에서 손실을 내고, 정부가 비용을 지급하는 위탁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점은 문제다. 수탁사업 확대만으로 철도 운영 자체의 적자 구조를 해결했다고 볼 수 없다.
재화판매 부문의 매출총이익은 2037억원, 건설계약 부문은 4억원이었다. 네 개 사업을 합친 전체 매출총이익은 210억원으로 전년 2707억원보다 92.3% 급감했다. 판매비와관리비도 3734억원으로 8.5% 증가하면서 연결 영업손실이 3524억원까지 확대됐다.
영업손실이 커졌는데도 당기순손실이 줄어든 것은 영업외 항목의 영향이다. 기타이익은 4548억원을 기록해 전년 915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잡이익은 4987억원, 자산수증이익은 538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외 기타이익이 본업 손실과 금융비용의 상당 부분을 상쇄한 셈이다.
다만 이를 전부 반복되지 않는 일회성 이익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자산을 무상으로 받아 인식한 자산수증이익은 비경상성이 강하지만, 잡이익은 여러 항목이 합쳐진 계정이다. 코레일은 잡이익 4987억원이 어떤 거래에서 발생했고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지 세부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반기별 흐름도 불안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영업손실 148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외 이익에 힘입어 당기순이익 207억원을 냈다. 하반기에는 영업손실이 2035억원으로 확대됐고 당기순손실은 3785억원에 달했다. 연간 손실 대부분이 하반기에 집중됐다. 2025년 반기 공시에서도 상반기 순이익과 영업적자가 동시에 나타난 구조가 확인된다.
재무상태도 악화됐다. 지난해 말 연결 자산은 30조587억원으로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부채는 22조1533억원으로 4.6% 늘었지만 자본은 7조9054억원으로 3.0%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2024년 말 259.91%에서 지난해 말 280.23%로 20.32%포인트 상승했다. 총차입금도 16조3475억원까지 늘었다.
부채비율은 2022년 222.59%에서 2023년 237.94%, 2024년 259.91%, 2025년 280.23%로 3년 연속 상승했다. 미처리결손금은 12조7126억원으로 전년보다 3857억원 증가했다. 정부 출자를 통해 자본금이 늘어도 영업손실과 금융비용이 반복되면서 누적 결손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이 편성한 2026년 사업예산에서는 수탁사업 규모가 더 커졌다. 일반철도 개량 수탁사업 예산은 1조283억원으로 2025년 결산액보다 94.8% 늘었고, 고속철도 개량 수탁사업은 2062억원으로 158.7% 증가했다. 시설·차량 개량과 차량 구입 등 6개 분야 예산은 2조6143억원으로 69.2% 확대됐다.
그러나 예산 증액은 매출이나 이익 증가가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예산은 집행 계획이고 재무제표의 수익은 실제 업무 수행 정도에 따라 인식된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수익과 함께 인력·자재·외주 비용도 늘 수 있다. 향후 분기 공시에서 실제 집행률과 수익성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재무 문제와 함께 안전·조달 관리도 부담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9일 코레일의 철도사고 3건에 대해 총 10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8월 경북 청도에서 작업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사고에는 5억4000만원이 부과됐다. 국토부는 작업계획서와 선로 이동 안전수칙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철도차량 조달 실패도 이어졌다. 코레일은 지난 4월 다원시스와 맺은 ITX-마음 일부 구매계약을 해지하고 약 2712억원의 계약보증금 청구 절차에 들어갔다. 다원시스는 1·2차 계약 물량 가운데 214량을 기한 안에 납품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국회에서는 납기 지연과 부실 납품으로 코레일에 약 164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계약·관리 책임자 징계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코레일은 기관 종합평가 C등급을 유지했지만 기관장 평가는 미흡 등급을 받았다. 다만 이 평가는 2025년 경영성과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올해 3월 취임한 김태승 사장 개인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
김 사장이 지난해 실적과 사고를 만든 경영자는 아니다. 그러나 본업에서 발생하는 수천억원대 손실과 22조원이 넘는 부채, 안전사고와 차량 조달 실패를 함께 넘겨받았다. 운임 인상은 재무구조 개선의 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코레일 내부의 비용 통제와 안전·계약 관리 실패가 그대로라면 요금 부담만 국민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코레일의 문제는 매출 부족만이 아니다. 철도 운송 매출이 늘어도 원가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영업손실을 영업외 이익과 정부 수탁사업으로 메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김태승 체제가 먼저 증명해야 할 것은 요금을 얼마나 올릴 것인가가 아니다. 기차를 더 운행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와 사고·조달 실패가 반복되는 내부 관리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한편 코레일의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철도 운임 인상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KTX 운임은 2011년 이후 15년째 동결된 상태다. 김태승 코레일 사장은 지난 5월 장기간의 운임 동결로 재무 압박이 커졌다며 국민적 동의와 정부·정치권 협의를 거쳐 적정 수준의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철도와 고속버스 간 운임 격차 문제가 제기됐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 폭과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KTX·SRT 통합 절차도 변수로 남아 있다. 운임이 인상되면 여객 수입이 늘어 영업적자와 노후 차량 교체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지만, 누적된 부채와 구조적 적자를 한꺼번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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