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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Ai 이미지[제미나이] |
23일 외신이 바라본 한국의 핵심 이미지는 ‘반도체 호황 속 금융 불안’이었다. 정치 분야에서는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중형 선고가 주목받았다.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을 거론하며 핵전력 증강을 예고했다. 중국 매체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방중을 한중 경제협력 복원의 신호로 해석했다.
가장 직접적인 경제 이슈는 원화 약세였다. 로이터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달러당 1500원대 중반의 환율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다(excessive)”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출 호조와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약한 이유를 물었고, 구 부총리는 국내 증시에서 차익을 실현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원인으로 들었다. 외국인이 증시 급등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약 140조원어치를 매도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AP는 이날 오전 아시아 증시 보도에서 코스피가 장중 2.8% 하락했다고 전했다. 최근 급등에 따른 조정과 미국 금리 전망, 이란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외신의 시각에서 한국 금융시장은 세계 AI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 시장인 동시에, 반도체주 쏠림과 외국인 자금 이동에 크게 흔들리는 시장으로 비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은 기업가치를 넘어 한국의 직업·교육·결혼시장까지 바꾸는 현상으로 조명됐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을 새로운 “A+ 배우자감(the new A+ catch)”으로 소개했다. 과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차지했던 상위 결혼시장에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AI용 메모리 수요와 대규모 성과급이 반도체 직원들의 사회적 위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른 점도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로 제시했다.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부 학생은 대학 진학 대신 반도체 생산직 취업이 가능한 마이스터고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다뤘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의 이면에는 세대 간 격차가 있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한국에서 확산하는 ‘전업 자녀’ 현상을 “왜 더 많은 한국인이 ‘전업 자녀’가 되고 있나(Why more South Koreans are becoming ‘full-time children’)”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취업난과 높은 주거비 때문에 부모와 함께 살면서 가사와 돌봄을 담당하고 경제적 지원이나 주거를 제공받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매체는 이를 단순한 ‘캥거루족’과는 구분했다. 전업 자녀들은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 식사 준비, 병원 동행과 같은 노동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장기간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부모가 은퇴하거나 건강을 잃었을 때 다시 취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의 AI 호황이 반도체 핵심 인력에게는 고액 보상으로 이어지는 반면, 다수 청년에게는 취업과 독립의 지연으로 나타나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치 분야에서는 비상계엄 책임자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부각됐다. AP는 서울중앙지법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도 “비상계엄 선포 역할로 전 한국 법무장관에게 징역 25년(Former South Korean justice minister gets 25-year prison term for role in martial law declaration)”으로 잡았다.
법원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정치인 체포에 대비해 교정시설 수용 능력을 점검하도록 하고, 계엄사령부에 검사를 파견하는 방안과 출국금지 조치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AP는 박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권력 장악 시도(attempted power grab)”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법원의 판단을 전했다. 외신은 이를 한국 민주주의가 비상계엄 사태의 법적 책임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다뤘다.
한반도 안보는 다시 핵전력 경쟁의 언어로 보도됐다. AFP 보도를 전한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이 한반도를 “핵전쟁의 벼랑 끝으로(to the brink of a nuclear war)”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쟁 억제력을 더 빠르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측 주장으로, 외신은 한국의 핵잠수함 계획이 북한 핵전력 증강의 새로운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중국 언론은 한국의 대중국 경제외교를 비중 있게 다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베이징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중국 기업인들을 만난 사실을 강조했다. 매체는 이를 한국 지도부가 “새로운 정세에서 한중 경제협력을 중시한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김 총리는 23일부터 25일까지 다롄에서 열리는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총리의 하계 다보스 참석이 2016년 이후 10년 만이라고 전했다.
스포츠에서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32강 진출 여부가 관심을 받았다. 로이터는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결정적인 A조 대결(decisive Group A clash)”로 표현했다. 한국은 체코전 승리로 승점 3점을 확보해 승점 1점인 남아공보다 유리하지만, 남아공의 빠른 공격에 대비해 조직적인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홍명보 감독의 발언이 소개됐다.
23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은 서로 충돌하는 세 가지 얼굴로 나타났다. 첫째는 AI와 반도체가 기업가치와 개인의 사회적 지위까지 끌어올린 ‘기술 강국’이다. 둘째는 수출 호황에도 원화 약세와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지 못한 ‘불균형 경제’다. 셋째는 비상계엄 책임자를 처벌하면서도 북한의 핵전력 증강과 새로운 군비경쟁에 직면한 ‘민주주의 안보국가’다.
결국 오늘의 외신 프레임은 ‘반도체 성공’ 그 자체가 아니다. 반도체가 만든 부가 환율·고용·세대·교육 전반으로 어떻게 전달될 것인가, 그리고 정치적 정상화와 안보 불안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을 한국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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