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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공급망을 따로 구축하는 가운데 양국 자본은 오히려 상대국 기술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22일 현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AI 안전과 무역휴전이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미국 AI 수요와 중국 생산기지를 함께 상대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공급망 전략에도 변수가 커졌다.
로이터는 이날 오후 5시56분(한국시간) “중국과 미국이 별도의 AI 공급망 구축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양쪽에 동시에 투자하고 있다(As China and the US race to build separate AI supply chains, investors are playing both sides)”고 보도했다. LSEG에 따르면 월가 금융사들은 올해 중국 첨단기술기업의 19개 주식발행 거래에서 172억달러 규모 자금조달에 참여했다. 해당 분야 전체 발행액의 약 30%다. 홍콩과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도 최근 1년간 23% 증가해 7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정책은 분리되는데 자본은 연결되는 구조다. AI 기업 아틀리안(Atlian)의 제임스 버클리-소프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두 개의 인터넷, 두 개의 칩 스택, 두 개의 규칙이 생기고 포트폴리오는 양쪽 모두의 여권을 가져야 한다(There'll be two internets, two chip stacks, two rulebooks, and your portfolio needs a passport for both)”고 말했다. 미국은 첨단 AI칩과 제조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강화하지만, 투자자들은 어느 한쪽의 독주보다 두 생태계의 병존 가능성에 돈을 걸고 있는 셈이다.
양국 정부도 경쟁을 멈추기보다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1일 미·중이 AI 안전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공식 대화체계와 ‘사고 연락선(incident line)’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약 두 달 뒤 중국 선전에서 후속 협의를 열 예정이다. 베선트 장관은 통제 불가능한 AI 에이전트와 사이버 공격 등 “주요 AI 위험이 무엇인지 양측이 합의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싶다(so both sides can agree on what the leading AI dangers are)”고 말했다.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도 AI와 무역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로이터는 두 정상이 지난해 부산에서 합의한 무역휴전의 연장 여부와 AI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휴전은 오는 11월10일 만료된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시 주석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무역휴전 연장과 AI 안전대화 구축을 꼽았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통제 완화를 원하면서도 관계 자체는 “건설적 전략 안정(constructive strategic stability)” 상태로 유지하려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장이 관세뿐 아니라 “AI 안보와 에너지 시장(AI security and energy markets)”까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반도체에는 양쪽 변화가 모두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생산기지를, SK하이닉스는 우시·다롄 등에 메모리 생산시설을 운영한다. 동시에 미국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두 회사의 HBM과 D램 수요를 끌어올리는 핵심 시장이다. 미국의 대중 장비 규제가 강화되면 중국 공장의 업그레이드 비용이 커지고, 반대로 기술규제가 일부 완화되면 중국 내 생산 효율과 고객 접근성이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다만 미·중의 AI 대화가 기술패권 경쟁의 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칩 접근을 제한하고 있고 중국도 자국 AI칩과 장비 공급망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는 이를 ‘실리콘 커튼(Silicon Curtain)’으로 표현하며, 양쪽 투자자들이 아직은 두 시장에 동시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한국 반도체의 과제는 어느 한쪽을 고르는 데 있지 않다. 미국 AI 시장에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확보하면서 중국 생산거점의 경쟁력도 유지해야 한다. 미·중이 ‘두 개의 AI 공급망’을 굳혀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생산량보다 두 체제 사이에서 기술·장비·고객 선택권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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