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한미약품, 6347억보다 중요한 935억

김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10-30 20: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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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급금 비중 14.7%…한미약품 올해 기술수출 3건 중 최고
바이오마린 후속 개발 책임…국내 사업권은 양사가 유지
▲ 한미약품 연구진이 2025년 2월 미국 월드심포지엄에서 GC녹십자와 공동 개발한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 'LA-GLA'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미약품]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의 미국 기술수출은 계약 총액보다 선급금과 개발 위험의 배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최대 계약금액보다 실제 지급이 약정된 금액과 후속 개발을 맡을 기업의 역량이 거래의 가치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C녹십자(대표 허은철)와 한미약품(대표 황상연)은 미국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BioMarin Pharmaceutical)에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 'LA-GLA'를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양사 합산 4억7500만달러(약 6347억원)다. 이 가운데 선급금은 7000만달러(약 935억원)로 전체의 14.7%다. 나머지 4억500만달러는 임상개발과 허가, 상업화 등 단계별 목표를 달성해야 받을 수 있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의 계약상 몫은 각각 절반이다. 회사별 최대 계약금액은 2억3750만달러, 선급금은 3500만달러(약 468억원)다. 따라서 전체 계약금액을 개별 회사의 기술수출 실적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선급금 비중이다.

한미약품이 지난 6월 미국 일라이릴리(Eli Lilly)와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은 최대 12억6000만달러에 선급금 7500만달러였다. 선급금 비중은 6.0%다.

8월 로슈 계열 제넨텍(Genentech)과 체결한 계약은 최대 23억500만달러에 선급금 1억9000만달러로 비중이 8.2%였다.

이번 바이오마린 계약의 선급금 비중은 두 계약보다 높다. 최대 계약금액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전체 계약 대가 중 개발 성과와 관계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액의 비율이 크다는 의미다.

다만 이를 계약 가치의 우열로 단정할 수는 없다. 후보물질의 개발 단계와 시장 규모, 추가 기술료 지급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급금 자체도 실제 지급 시점과 회계상 수익 인식 시점을 구분해야 한다.

이번 계약의 또 다른 특징은 바이오마린의 사업 전략이다.

바이오마린은 지난 4월 미국 아미쿠스 테라퓨틱스(Amicus Therapeutics)를 인수하면서 파브리병 경구 치료제 '갈라폴드'를 확보했다. 갈라폴드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 적용하는 치료제다.

바이오마린은 여기에 피하주사 방식의 효소대체요법 후보물질 LA-GLA를 추가했다. 기존 치료제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환자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알렉산더 하디(Alexander Hardy) 바이오마린 최고경영자도 29일 현지 발표에서 LA-GLA가 갈라폴드의 적용 대상 이외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내 두 회사에는 후속 개발 부담을 글로벌 파트너와 나누는 효과가 있다.

바이오마린은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2상이 끝나면 한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후속 임상개발과 제조, 상업화를 전담한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국내 허가와 상업화 권리를 유지한다.

다만 LA-GLA는 아직 초기 임상 단계다. 기존 정맥주사 방식보다 투약 편의성을 높이도록 설계됐지만 실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제품 출시 이후 지급받는 경상기술료의 구체적인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거래의 의미는 대규모 계약 체결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선급금을 약정하고 후속 개발을 전문기업에 맡기면서 국내 사업권까지 남겼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만 최대 계약금액의 대부분은 여전히 미래 성과에 달려 있다. 기술수출의 진정한 성과는 계약서에 적힌 금액이 아니라 실제 신약 개발과 상업화 과정에서 확인될 것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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