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쁜 아내, 명예,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행복? 그것도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것 같고, 부모에 대한 효도나 형제간 우애도 돈이 많으면 절로 해결될 것만 같다. 불행한 일이지만, 어쨌든 돈이 우대받는 세상, 현대 한국 사회에서 돈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추종하는 대상이다. 거의 신격이다.
이 神은 그러나 횡포가 대단하다. 절도, 사기, 강도, 살인, 거의가 돈 때문이다. 이웃 간의 소소한 갈등도 대개 돈 때문이며, 국가간의 전쟁도 이권, 즉 돈 때문에 벌어진다. 상대로 인해 경제적 이익이 있어봐라, 상대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
과연 돈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가. 당장은 그런 것 같지만 길게 겪어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이 1백억은 족히 넘는 재산을 모으다가 자린고비인 채로 늙었다. 돈을 버느라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고, 돈을 아끼느라 먹고 입는 것 하나 제대로 사본 적이 없다. 재산이 수십억이 되고 수백억이 되었어도 그는 여전히 가난했다. 그러다가 늙어 치매에 걸렸다. 자식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아버지 사후 재산 분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정신 나는 틈에 변호사를 불러 유서를 작성했다. 유산 분배가 골자였다. 그런데 유서 내용이 자기에게 불리할 거라고 생각한 딸이 유서 집행에 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치매가 시작된 이후에 작성된 것이니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형제들 사이에 다툼이 시작되고 변호사들만 신이 났다. 특정한 개인의 얘기만은 아니다. 오죽하면 부자가 죽으면 자식들 사이에 다툼이 생긴다는 속담이 다 있겠는가.
세계 최고의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최고 부자들에게 흔히 쏟아지기 마련인 손가락질보다는 오히려 존경과 찬사를 더 많이 받고 있다. 자식들에게 교육에 필요한 정도 최소한의 돈 외에는 일절 물려주지 않고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을 뿐 아니라 아직 40대가 지나가기도 전에 이미 자기 손으로 돈을 잘 쓰는 사업들을 시작했다. 손수 개발도상국을 돌아다니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살피고 보건 예산이 부족한 나라에 보건사업을 지원하교 교육 예산이 부족한 나라에 교육사업을 지원했다. 돈을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손수 교육커리큘럼까지 챙겨 ‘마이크로소프트 고등학교’라는 교육기관을 기획했다. 미국 내 가난한 학생들은 물론 가난한 나라의 학생들이 교육대상이다. 한국도 검토대상이었다. 뭐랄까. 그는 돈 버는 데 성공했고, 다시 그 돈을 사회에 내놓음으로서 더욱 성공했다. 돈 버는 사업으로 부자가 됐고, 돈 쓰는 사업으로 존경과 명예까지 얻었다. 비로소 온전히 행복한 사람이 된 듯하다.
미국 최고의 부자 중 한 사람인 워런 버핏은 부자이면서도 남들로부터 존경받고 행복한 인간이 되는 비결을 몇 년 전 빌 게이츠로부터 전수받아 착실히 실천하고 있다. 자기 재산의 상당부분을 그가 신뢰하는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기부를 실천하는 것은 물론 그의 투자 패턴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수익 우선의 투자에 그치지 않고 그가 투자하려는 기업이나 나라가 소비자나 국민에게 얼마나 유익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에도 관심을 보인다. 그런 버핏이 최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정부가 최고 부자(Super-Rich)들에 대한 감세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슈퍼리치’ ‘메가리치’ 같은 초강 부자들은 정치권이나 관료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힘을 가졌다. 초 부자들은 이런 힘을 이용해 정치인과 관료들을 움직여 자신들에게 불리한 세금제도나 입법을 막고 자신들에게 유익이 돌아올 정책을 세우도록 조종해왔다. 자유 자본주의라는 이름하에 미국이 부자들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슈퍼리치 가운데서도 최고급인 워런 버핏은 한술 더 떠, 이라크 아프간 등 전쟁지역에서 미국의 중산층 이하 출신 국민들이 희생되고 있는 데도 부자들은 예외가 되고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주들이 자기 소득의 17.4%만을 세금으로 내는 동안 자기 회사의 직원들은 소득의 33~41%를 세금으로 냈다면서 ‘미국 지도자들이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도 나와 슈퍼부자들은 고통분담에서 제외됐다’고 꼬집었다. 그의 자성이 경제위기에 처한 미국의 탈출정책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 재벌들을 향해 나눔의 경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10대 재벌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1%, 주식상장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렇게 되도록 재벌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온 대통령의 요구라 갈피를 잡기가 어렵긴 하다. 그러나 이제 나누지 않고는 경제 위기를 타개할 방도가 더 이상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정해용 상임 논설위원]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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