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전성훈 기자] 지난 1일 유진그룹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유진기업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최근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하이마트 보유 지분 모두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유진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태로 주주와 고객, 협력업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에게 많은 염려와 상처를 줬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하이마트의 미래를 위해 지분을 매각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유진기업과 선종구 회장은 각각 하이마트 주식 739만8000주(31.34%), 410만1289주(17.37%)를 보유하고 있다. 3대 주주인 에이치아이 컨소시엄도 209만6025주(8.88%)를 보유중이다.
지분매각은 빠른 시일 이내 공개매각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지분공동 매각 배경은 최근 하이마트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양측의 신뢰가 무너진 탓에 향후 경영활동에도 지장을 있을 것으로 본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대주주인 유진그룹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회장은 최근 몇 주 동안 심각한 경영권 다툼을 벌였으며, 지난달 30일 임시주주총회 직전 재무와 영업을 나눠 맡는 방식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키로 극적 합의, 파국을 모면했다.
하지만 다툼 과정에서 날 선 비방전과 폭로전으로 인해 치부를 드러내며 하이마트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에서는 앙금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한 동거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양측 모두 사태의 책임을 지고 앞으로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새 주인 찾고자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마트는 지난 1999년 대우그룹 워크아웃으로 계열 분리되는 과정에서 대우전자 국내영업부문과 대우전자 제품을 파는 대리점을 거느리고 있던 한국신용유통이 합쳐져서 탄생했다.
이후 지난 2005년 뉴질랜드계 펀드인 어피니티가 주인이 됐고, 2007년에는 다시 유진그룹이 인수하며 주인이 바뀌었다.
그동안 창업을 주도한 선종구 회장이 경영을 맡아오다,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려 하자 선 회장 측이 제동을 걸며 다툼이 벌어졌다.
하이마트는 탄생 당시 선진적인 유통형태인 카테고리킬러(상품 분야별 전문 매장) 모델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304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M&A업계, GS그룹 유력 전망
"하이마트, 우리는 유진그룹처럼 운영하지 않는다."(롯데)
"지난달 킴스클럽을 인수해 당분간 큰 인수·합병 계획은 없다."(신세계)
"아직 하이마트 매각작업이 본격화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지 않았다."(GS)
약 4년만에 다시 매물로 나온 하아미트가 유통업계의 관심이다.
가전제품 유통분야의 1위인 하이마트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가전 유통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마트는 3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는 가전제품 전문 양판점 시장의 1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34.9%로 이는 삼성리빙프라자의 20.0%, LG하이프라자의 14.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더불어 올해 성공적인 상장과 함께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인 3조5000억원, 영업익 3000억원이 전망된다.
이 같은 높은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하이마트는 매우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 올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성도 높다는 판단이다.
M&A 업계에서는 이미 한 차례 유진기업과 하이마트를 놓고 격전을 벌였던 GS그룹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유통업을 하는 롯데와 신세계도 동시에 거론된다.
사업영역을 키우고 있는 롯데는 M&A 시장의 단골손님이다. 하이마트 매각 소식에 가장 분주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 관계자는 "하이마트 인수를 굳이 서두를 이유가 있겠느냐"면서 "우리(롯데)는 유진처럼 하이마트를 운영하지 않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롯데가 풍부한 현금 동원능력을 앞세워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유통시장 1위 업체라는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6257억원에 이른다. 계열사인 롯데쇼핑·유통과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롯데마트는 최근 가전제품 전문 코너인 '디지털파크'를 전략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편의점, 기업형슈퍼(SSM)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도 강력한 인수후보 중 하나다. 지난 2008년 당시 GS리테일은 유진기업보다 500억원 가량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영권 보장 문제로 인수에 실패했다.
현재 GS리테일은 지난해 백화점 부문인 GS스퀘어와 대형마트 부문 GS마트를 롯데에 매각하면서 1조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더불어 이달 중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자금동원력은 어느 때보다 뛰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GS 관계자는 "하이마트 매각작업이 본격화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진 않았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측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유통망을 확대하는 상황이라 관심대상이 아니다"고 밝혔지만 롯데 측의 행보에 관심이 안 갈 수 없다. 특히 신규 매장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3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는 하이마트는 매력적인 물건이 아닐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마트가 공개매각 방식으로 딜을 결정했지만 주요 주주들의 이런 결정 뒤에는 어느 정도 유력 매수자와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자금 여력과 필요성, 매도인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마트 매각 지분은 양측 보유지분 우호지분 포함해 유진그룹 32.4%, 선종구 회장측 20.76%와 우리사주조합 6.80%를 합해 모두 59.96%에 이른다. 여기에 사모펀드 HI컨소시엄 보유지분 8.88%까지 합치면 매물로 나올 주식은 68.8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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