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의 강성 투쟁이 변화의 조짐을 맞고 있다. 이유는 현대차 노조가 다음 달 열릴 새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내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규모 노조로 강경 투쟁에 앞장 서온 현 노조 집행부와 온건노선을 주장하는 현장조직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현대차 노조에 자리 잡은 현장조직 ‘신노동운동연합(이하 신노련)’은 지난 15일 노조위원장 선거에 단독 후보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현대차 현 노조 집행부가 최근 불거진 ‘노조 간부 노조창립일 기념품 납품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 의사를 밝히며 내년 1월 15일 새 집행부를 뽑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신노련은 지난 9월 노사 상생의 실용적 노동운동을 목표로 탄생한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산하의 대기업 노동조직이다. 서중석 신노련 대표는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노사가 함께 발전하는 상생의 노선만이 현대차와 노조원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차기 집행부 선거에서 신노련의 힘을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87년 창립이래 20년간 해마다 파업을 계속해오며 ‘강성’의 이미지를 굳건히 지킨 현 노조는 온건 합리적 노선을 추구하는 신노련의 노조위원장 선거 출마 선언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현 노조 측이 노조 내부의 와해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신노련 회원 120여명 전원에 대해 징계할 뜻을 밝히며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현 노조의 이번 방침을 민주노총의 핵심사업장인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뒤를 이어 ‘제 3의 노총’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신노련에 대해 본격적으로 견제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 대립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현 노조 vs 신노련
지난 14일 현 노조 집행부는 ‘노조 소식’을 통해 “신노련은 사측의 앞잡이에 불과하다”며 “신노련은 유인물을 통해 노조 존립 자체를 부정하며 오로지 회사와 화합하는 길만이 안정된 방향이라고 조합원들에게 선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노조 내부의 분열을 조장해 민주노조 자체를 와해하려는 신노련에 가입한 모든 조합원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며 “신노련의 꼬임에 넘어가 조합원으로서 불이익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경고했다.
노조가 내세운 신노련 회원 징계 근거는 ‘조합의 분열을 꾀하거나 명예를 손상하는 등 반조직적 활동을 할 때(노조 규정 7조)를 들고 있다. 노조는 일반 조합원들에 한해서는 26일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대의원은 내년 1월 3,4일 열리는 대의대회에서 각각 징계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신노련은 “노조의 징계 의사는 신노련을 탄압하기 위함”이라며 노조를 규탄했다. 서중석 신노련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합원 선물 납품비리 때문에 중도 퇴진에 내몰린 노조 집행부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는 ‘신노동연합회’ 조직원들을 징계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 대표는 “현 노조의 이 같은 조치(신노련 회원 징계조치)가 비리로 공석이 돼버린 노조위원장 선거에 신노련이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에 나온 조치였다”며 현 노조의 탄압 의혹을 제기했다. 신노련은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 21일부터 울산공장 앞에서 노조의 신노련 조합원 징계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동식 신노련 홍보위원은 조합원의 징계가 이뤄질 경우 출근 투쟁 이외에도 “징계효력정지를 법원에 요청할 계획은 물론이고 내년 1월 말 열릴 집행부 선거에 대해 선거 연기 가처분 신청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에 부는 온건바람
한편 이처럼 현 노조와 신노련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중도보수 성향의 조합원들을 필두로 노조원들은 작지만 하나 둘 신노련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현 노조의 무조건 적인 투쟁으로 인해 사측과 노동자 둘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노조원 김 모씨는 “회사가 앞으로 인도와 중국 등 해외에서 600만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성 노조 때문에 해외로 공장이 빠져 나가면 결국 우리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노조원 최 모씨는 “노조가 묵묵히 일하는 노조원들을 존중하지 않고 목소리 큰 강성 활동가만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병태 신노련 준비위원은 “지난 달 15일 민주노총의 지시로 현대차가 4시간 파업을 시행할 때도 파업을 원하는 노조원은 거의 없었지만 지침이 내려오니 어쩔 수 없이 나간 사람이 많았다”며 “다수의 노조원은 ‘현대차가 민주노총의 총알받이냐’고 분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성’ 노조에 대한 노조원의 불만을 대변하듯 신노련 출범 당시 50여명에 불과하던 정식회원은 12월 중순 현재 130명 선으로 불어났다.
현재 4만 3000여명의 현대차 노조를 좌지우지하는 10여개의 현장조직들이 대부분 200~300명의 회원을 가진 것을 감안하면 이는 ‘강경’이 아닌 ‘온건’을 주장하는 노조원들의 수가 적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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